[2020 美 대선 이슈] 앤드류 양의 의미있는 도전
[2020 美 대선 이슈] 앤드류 양의 의미있는 도전
  • 장소라 기자
  • 승인 2019.10.02 1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앤드류 양 민주당 경선 후보. 사진=앤드류 양 선거캠프 공식 유튜브 채널
앤드류 양 민주당 경선 후보. 사진=앤드류 양 선거캠프 공식 유튜브 채널

[뉴스로드] “트럼프는 질병이 아닌 증상이다. 사람들을 뒤로 한 채 변화해가는 경제로 인해 발생하는 불안정성이야말로 진짜 질병이다. 우리는 경제적 전환기의 3이닝째에 들어서고 있다. 만약 경제가 사람들을 위해 작동하도록 무언가 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설 가장 유력한 민주당 후보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경선에서 가장 가장 독특한 후보자를 꼽으라면? 미국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계 후보자로 경선에 나선 앤드류 양을 꼽는 사람이 가장 많을 것이다. 

컬럼비아 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로 경력을 시작한 앤드류 양은 2000년 로펌에서 일하던 중 동료가 설립한 비영리 자선단체 스타기빙닷컴(Stargiving.com)에 참여하기 위해 첫 직장을 떠났다. 하지만 이듬해 해당 단체가 파산하자 2002년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창업해 4년간 일한 뒤, 2006년 교육기업 맨해튼 프렙의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11년에는 우수한 대학생들을 모아 창업을 지원하고 미래 경제를 이끌어갈 경영진으로 육성하기 위한 비영리단체 ‘벤처 포 아메리카’(VFA)를 설립했다.

앤드류 양은 그의 인종적 배경이나 경력만으로도 충분히 유권자들의 눈길을 잡아 끄는 개성넘치는 후보다. 하지만 그가 ‘가장 독특한 후보’인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뉴스로드>는 다른 민주당 후보들과 차별화된 앤드류 양만의 독특한 아이디어에 대해 짚어봤다.

◇ 자동화된 세계, 대량실업 현실 직시해야...

대만계 부모를 둔 변호사, 창업가, 교육기업 경영자, 비영리단체 운영자 등 다채로운 이력을 가진 앤드류 양은 독특한 이력만큼이나 독특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 후보인 만큼 반(反)트럼프 성향이 강하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처럼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의 타파와 정상적인 시장경제 회복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샌더스·워런 의원처럼 국가 재정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복지 증대를 통해 트럼프가 낳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아니다. 그의 해법은 왼쪽도 오른쪽도 아닌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앤드류 양의 선거캠페인 공식 홈페이지에는 ▲매달 18세 이상의 미국인 모두에게 1000달러의 기본 소득을 지급하는 국민기본소득제(UBI)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의료보험 정책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 ▲인간 중심의 자본주의 등 그가 내세우는 대표 공약 세 가지가 나와있다. 의료보험 정책 경우 이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부터 시작해 많은 민주당 후보들이 공유하는 아이디어다. 인간 중심의 자본주의는 GDP로 대표되는 경제적 성과에 치중해 ‘성장’을 판단하지 않고, 그동한 수치화되지 않았던 인간적 가치들을 기반으로 ‘성장’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것. 이 또한 샌더스나 워런 등 다른 진보적 후보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아이디어다.

앤드류 양을 다른 후보들과 가장 크게 차별화시켜주는 아이디어는 바로 국민기본소득제다. 이 아이디어에는 앤드류 양이 미국 뿐만 아니라 현대사회 전체가 직면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 있다. 

앤드류 양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한 이유에 대해 민주당이 제대로 된 분석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가 보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는 가짜뉴스나 흑색선전, 우경화, 인종주의 같은 요인 때문이 아니라 바로 산업 시스템 전체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앤드류 양은 지난 8월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연설에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인 이유는 오하이오, 미시건, 펜실베니아, 위스콘신, 미주리, 아이오와 같은 중서부 경합주에서 약 400만개의 일자리가 기술과 자동화로 인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아마존이 급격하게 성장한 이후 미국 내 소매산업은 궤멸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이 발전되면서 콜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직원들 또한 ‘챗봇’으로 대체될 위기에 처했다.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를 달리게 되면 수많은 화물트럭 운전기사들과들과 그들로 인해 생계를 유지하는 주유소, 식당, 모텔 종사자들은 곧 실업자로 전락할 수 있다. 우리 또한 이미 모바일 기술 발전으로 성장하는 승차공유업계와 자리가 좁아지는 택시업계가 부딪히는 모습을 지켜본 바 있다.

문제는 이를 막기 위해 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기술 발전에 따라 주변으로 밀려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내버려둘 수도 없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의 해법은 강력한 보호주의를 통해 내수경제를 일으키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었다. 샌더스, 워런 등 트럼프와 대척점에 서 있는 민주당 진보 후보들의 주장도 사실 트럼프식 보호주의와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이들은 미국인들의 소득을 높이고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자유무역협정은 필요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앤드류 양은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으로 인한 대량실업의 위기는 이미 피할 수 없는 미래라는 입장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경제시스템이 급변한다면 그에 맞게 인간과 노동을 보는 시각도 바뀌어야 하는데, 트럼프는 오히려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는 것. 국가 재정지출 확대와 제조업 부흥, 또는 트럼프식 이민자 배척정책을 통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은 희망적이지만, 앤드류 양에게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있는 대안이다. 앤드류 양은 자동화로 인한 실업의 위기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 유권자들을 위하는 일이라며, 기본소득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 기본소득제, 인간적 삶 위한 사회적 '배당금'

물론 기본소득제가 단순히 수동적인 실업자들을 국가가 부양하는 패배주의적 모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앤드류 양은 기본소득이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시민들을 어린아이 취급하는 발상"이라며, 월 1000달러의 기본소득이 사람들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끌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 9월 뉴욕타임스(NYT) 케빈 루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미 내 돈으로 몇몇 사람들에게 기본소득 1000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암 투병 중인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한 수혜자와 최근 대화를 나눴는데, 그는 기본소득 1000달러로 기타를 사서 몇 년 만에 다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다음 주에도 밴드에서 공연을 함께 하기로 했고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고 말하며 한 사례를 소개했다. 앤드류 양은 이어 “월 1000달러는 돈을 제외한 모든 가치들, 인간성을 비롯해 우리가 가치있게 여기는 것들에 대한 것이다”라며 “이 돈은 우리를 더욱 인간답게 만들어준다. 이것이 월 1000달러가 우리 삶에서 가지는 의미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월 1000달러의 기본소득은 생계를 위해 질낮은 일자리에 묶여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나설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될 거라는 주장이다. 앤드류 양은 기본소들을 통해 사람들이 기초적인 소비를 해결하고 스스로 원하는 일에 몰두한다면, 막대한 재정지출도 결국 경제적 효과로 되돌아 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민기본소득제로 인한 엄청난 재정지출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앤드류 양은 기본소득제는 과거부터 진지하게 논의돼온 정책이며, 이미 알래스카에서도 석유 판매를 통한 수익을 주민들에게 기본소득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분배하고 있다고 답한다. 

지난 DNC 연설에서도 그는 “21세기의 원유는 인공지능, 데이터,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등의 테크놀로지”라며 자동화로 인한 이득을 보면서도 일자리는 오히려 감소시키는 거대 IT기업에 대해 충분한 세금을 부과해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개인정보 사용의 대가를 받고 있는 사람이 있나”라고 반문하며, 개인정보 사용에 대한 대가인 ‘테크체크’를 통해 기본소득제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의미에서 앤드류 양의 기본소득은 국가가 주는 ‘용돈’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사회적 ‘배당금’에 가깝다. 

물론 앤드류 양의 주장에는 허점이 존재하며 다양한 반론도 제기된다. 다만, 4차산업혁명이라는 사회적 변화를 직시하고 좌우에 얽매이지 않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일부 유권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실제 정치전문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다양한 여론조사를 취합해 평균적인 지지율을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월 1%에도 미치지 못했던 그의 지지율은 현재 3.6%까지 상승했다. 당선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자동화된 세계를 대비해야 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민주당 내부에 의미있는 울림을 전달했다고 볼 수는 있는 수치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맞서 “미국이 더 깊이 생각하도록 만들자”고 외치는 앤드류 양의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