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추이. 자료=한국은행
외환보유액 추이. 자료=한국은행

[뉴스로드] 9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전월말 대비 18.4억달러 늘어난 4033.2억달러로 집계됐다.

4일 한국은행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19년 9월말 외환보유액‘ 자료를 발표했다. 세부적으로보면 국채, 정부기관채, 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 등을 포함한 유가증권이 전월말 대비 35.2억달러 늘어난 3745억달러로 전체 외환보유액의 92.9%를 차지했다. 그 뒤는 예치금 180.2억달러(4.5%), 금 47.9억달러(1.2%),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33.6억달러(0.8%), IMF포지션(IMF 가맹국이 출자한 납입금 중 조건없이 인출할 수 있는 한도) 26.4억달러(0.7%)의 순이었다.

최근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외환보유액이 늘어난 것은 이자·배당수익 등 외화자산 운용수익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 시 유로화·엔화 등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달러화 환산 가치가 낮아져 전체 외환보유액이 감소할 수 있다. 게다가 한은은 올 상반기 달러 강세로 인한 원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약 38억달러를 순매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이 증가한 것은 글로벌 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운용 수익 등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외환보유고, 외환위기 이후 50배 이상 늘어나

외환보유액의 꾸준한 증가 추세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해 한국 경제가 견실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근거다. 국정모니터링시스템(e-나라지표)에 따르면 지난 1997년 11월 기준 한국 외환보유액은 겨우 73억달러 수준이다. 당시에 비하면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50배 이상 늘어났다.

1997~2019년 외환보유액 추이. 자료=통계청
1997~2019년 외환보유액 추이. 자료=국정모니터링시스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외환보유액이 급감한 바 있다. 외환보유액 규모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증가해온 2008년 8월말 기준 2432억달러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3개월만에 약 17.6%나 감소한 2005억달러(당해 11월말 기준)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국가부도까지 초래한 외환위기와 달리 금융위기는 상대적으로 그 파장이 적었다. 이유는 애초에 외환보유액 규모가 넉넉했던 데다, 단기 외채 비중도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 1997년말 기준 대외채무 규모는 외환보유액의 20배가 넘는 1616억달러로, 이중 1년 내 갚아야 하는 단기채무가 584억달러였다. 이는 당시 외환보유액의 6.6배에 달하는 규모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말 기준 대외채무는 3159억달러, 단기채무는 1490억달러로 외환위기때보다 규모는 더 커졌다. 하지만 당해 말 기준 외환보유액 또한 2012억달러로 단기채무의 약 1.4배였다. 외환위기를 반면교사로 우리 경제의 대응능력도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위기를 수월하게 극복한 것. 올해 2분기말 기준 외환보유액(4621억달러) 대비 단기채무(1400억달러) 비중은 34.7%로, 외환·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대외건전성 수준은 더욱 향상됐다.

◇ 김대종 교수 "GDP 대비 50% 이상 늘려야"

다만 현재 외환보유액 규모도 경제 규모에 비해서는 여전히 불충분한 수준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데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을 고려하면 외환보유액 규모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것.

세종대학교 김대종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8월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에서 “우리나라는 높은 자본시장 개방성과 유동성으로 인해 외국인들이 쉽게 단기유출을 할 수 있다”며 외환보유액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8300억달러까지 늘릴 것을 제안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현재 세계 9위 수준으로 높은 편이지만, 경제 규모에 비해서는 그다지 넉넉한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난 7월말 기준 스위스·대만·홍콩의 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중은 각각 117.2%, 77.5%, 123.7%로, GDP 규모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들 국가는 한국보다 GDP 규모가 훨씬 작지만, 외환보유액 기준으로는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GDP의 24.3% 수준으로 러시아(32.9%)보다 낮고, 브라질(20.3%)과 비슷한 수준이다.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은 외화자산을 보유 중이라는 것. 

김 교수는 "대만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GDP의 약 77%를 외환보유고로 비축했기 때문에 위기를 피해갈 수 있었다"며, “청와대와 국회는 한국은행과 기재부에 국제결제은행(BIS) 권고대로 외환보유고를 8300억 달러로 확대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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