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야생화] 고마 우리 고마워, 고마리
[DMZ야생화] 고마 우리 고마워, 고마리
  • 정연권
  • 승인 2019.10.15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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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리.
고마리.

 

“고맙고 감사하다” 하는 말을 오늘 하루에 얼마나 했는가. “감사가 넘치는 삶이 행복한 삶이다”라고 하는데 나는 그러한가. “행복해서 감사한 것이 아니라 감사하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말에  나는 동의 할 수 있으며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나는 고맙다는 말을 의미 있게 쓰고 있는지 뒤돌아본다.

행복의 비결은 내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 내 생각이 얼마나 집착 없이 자유로워져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한다. 그래서 행복은 비움이고 여유이며 자유로움인가 보다. 이러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삶에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가을바람에 옹기종기 피어나며 고마움을 전해주는 ‘고마리’는 마디풀과의 일년초이다. 방울방울 앙증스런 꽃송이가 요정들의 방울부케 같다. 별사탕 같기도 하다. 고마움을 표시하는 말로 이름과 의미가 같아서 ‘고마리’이라 한다.

고마리.
고마리.

 

실개천에 자라면서 물을 깨끗하게 한다고 고마 우리! 고마 우리! 하다가 고마리가 되었고, 작은 꽃들이 고만고만하다고 고마리, 꽃이 너무너무 많다고 이제 고만 피라, 고만 피라 하다가 고마리가 되었다는 이름유래가 세 가지나 된다. 모두가 의미가 있는 맞는 말이다. 다만 특성과 용도에 따라서 다를 뿐이다. 또 하나는 분류한 과(科)가 혼동된다. 자료마다 다르게 ‘마디풀과’와 ‘여뀌과’ 라고 분류하고 있다.

어느 것이 맞느냐고 한다면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정답은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있다. 여기에 ‘마디풀과(Polygonaceae)’로 분류되어 있으니 마디풀과로 분류하는 것이 맞겠다. 꽃들은 줄기 끝에 10~15개씩 모여서 둥글게 나오다가 다시 5mm정도의 방울방울 작은 꽃이 핀다. 꽃은 흰색, 끝이 붉은색 등이 있으며 오각형의 앙증스런 모습이다.

고마리.
고마리.

 

실개천, 습지, 강변 등지에 작은 꽃들의 잔치가 열리면 꿀벌들의 향연이 벌어진다. 옹알옹알 거리며 가을빛에 아우성치는 자태가 귀엽다. 번식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개울가에 서식하므로 태풍, 홍수 등으로 쓸려 나가는 것에 대비하여 땅속에 자기 꽃가루로 수정하는 폐쇄화(閉鎖花)를 가지고 있다.

참으로 놀라운 번식 전략에 고개 숙여진다. 고마리는 수질정화능력이 아주 탁월하다. 축사에서 동물들의 분뇨, 논에서 질산염, 윗마을 빨래터에서 빨래, 세척 등으로 오염된 물이 아랫마을로 내려가면서 수염뿌리에 흡착되고 산소도 들어가 깨끗한 물로 정화된다. 이렇게 탁월한 수질정화식물 덕분으로 옛날엔 상하수도 설비가 완비되지 않아도 건강에 큰 문제가 없었다.

실개천에 무리지어 서식하므로 홍수에 개울을 보호하고 논두렁도 보존한다. 어릴 적에 ‘물꼬마리’라고 배웠다. 개울물가에 잎이 연하고 많아서 깔(꼴)로 베어가면 아버지께서 물이 많아 소가 설사하고, 퇴비를 해도 녹아버려 좋지 않다. 다음부터는 베어오지 말라고 하시던 기억이 난다.

고마리.
고마리.

 

여름철에는 긴요하게 사용했다. 긴 뿌리가 나와 있고 서로 엉겨있기에 뚝딱 잘라서 개울에 돌둑을 쌓은 사이에 놓으면 금방 물이 가득차서 즉석 풀장이 완성 되었다. 친구들과 멱 감으면서 장난치다 보면 더위도 잊었다. 돌둑 밑에 물이 적어지면 가재, 붕어도 잡고 다슬기도 줍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놀았던 추억이 되새겨진다.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다.

꽃말이 ‘꿀의 원천’ 이다. 작은 꽃들이 수없이 많아 모두가 꽃 천지이다. 한번 핀 꽃송이가 다시 피어나니 꿀 천지요 꿀의 원천이라 하겠다. 개울가 마다 피었으니 꿀벌들은 겨울에 먹을 꿀을 가져가기 바쁘다. 바쁜 일상으로 가을은 깊어가고 고마운 고마리는 또 이렇게 가을을 장식하고 있다.  
 
 흰 구름 비집은 햇살을 따라
 소소한 바람이 사르르 불어오니
 옹알옹알 꽃 소리 합창 하누나
 졸졸졸 흐르는 개울가 꽃송이에
 구름 걷고 얼굴 내민 햇살이
 꽃잎에 투영되어 붉게 익어간다

<필자 약력>

30여년간 야생화 생태와 예술산업화를 연구 개발한 야생화 전문가이다. 야생화 향수 개발로 신지식인, 야생화분야 행정의 달인 칭호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소장으로 퇴직 후 한국야생화사회적협동조합 본부장으로 야생화에 대한 기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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