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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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드] 올해 상반기 전자지급서비스 이용실적이 전반기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거래수단으로서의 현금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 PG, 페이팔, 티머니, 전자지급서비스 이용실적 증가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자지급결제대행(PG)·선불전자지급서비스 등 전자지급서비스 이용실적(일 평균, 금액기준)은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각각 12.9%, 52.7% 증가했다.

우선 전자지급결제대행서비스는 올 상반기 일 평균 1018만건, 4868억원의 이용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대비 각각 15.9%, 12.9% 증가한 수치다. 전자지급결제대행서비스는 
신용카드사·은행·통신사 등 결제를 취급하는 회사와 쇼핑몰 등 판매자 사이에서 결제 정보를 송·수신하고 정산을 대행·매개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상반기 온라인 쇼핑 이용금액이 전반기 대비 9.2% 증가하면서 전자지급결제대행서비스 이용실적도 신용카드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선불교통카드처럼 미리 충전해둔 금액으로 교통요금이나 거래대금을 지급·송금할 수 있는 선불전자지급서비스의 올 상반기 이용실적은 1770만건, 2473억원으로 전반기 대비 각각 6.0%, 52.7% 증가했다. 한은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위업체 간의 경쟁 심화 등으로 이용금액이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페이팔(PayPal)처럼 스마트폰·인터넷에서 본인인증 절차를 통해 등록된 구매자의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결제금액 이체하는 직불전자지급서비스 이용실적도 크게 증가했다. 올 상반기 직불전자지급서비스 일 평균 이용 건수는 1381건, 금액은 2939만원으로 전반기 대비 각각 44.6%, 34.3% 증가했다. 

에스크로(Escrow)와 같이 배송 및 물품수령이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을 확인한 후 예치된 구매대금을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결제대금예치서비스 이용실적은 165만건, 777억원으로 전반기 대비 각각 8.4%, 7.6% 증가했다. 아파트 관리비 등을 전자적 방식으로 고지하고 결제대금을 직접 수수해 정산을 대행하는 전자고지결제서비스 또한 전반기 대비 각각 9.0%, 21.7% 늘어난 17.5만건, 327억원의 이용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이 폐지된 후 성장 중인 간편결제·송금서비스 이용실적도 증가 추세다. 올 상반기 간편결제서비스 이용실적은 유통·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하며 전반기 대비 각각 18.2%, 15.8% 증가한 535만건, 1628억원의 이용실적을 올렸다. 간편송금서비스는 대형 전자금융업자의 서비스 이용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218만건, 2005억원의 이용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전반기 대비 각각 34.8%, 60.7% 증가한 수치다. 

◇ 한은 여론조사, 51.3%가 “현금 없는 삶 익숙” 

이미 생활 속에 깊이 침투한 전자지급서비스가 영역을 넓혀가는 가운데, 현금의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2018년중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신용·체크카드 및 소액결제망 계좌이체 등 현금 이외의 지급수단의 지난해 결제금액은 일 평균 80.6조원으로 전년(76.8조원) 대비 4.9% 증가했다. 

소비자들은 ‘현금 없는 삶’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한은이 지난 4월 발표한 ‘2018년 경제 주체별 현금 사용 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 당시 지갑이나 주머니에 현금을 소지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98.2%였다. 하지만 액수는 7만8000원으로 3년 전(11만6000원)보다 32.8%나 줄어들었다. 거래용·예비용을 포함한 보유 현금 규모도 20만3000원으로 월 평균 소득 대비 6.0%에 불과했다. 2015년(10.2%)과 비교하면 3년 만에 절반 가까이 감소한 셈.

또한 현금 없는 세상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응답자 중 51.3%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 중 31.0%는 ‘단기적으로 가능하다’고 답했으며, 69.0%는 ‘중장기적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 해외 사례, 스웨덴 현금 결제 거부 '합법'

해외 주요국가들은 이미 현금 없는 세상을 준비 중이다. 스웨덴의 경우 대중교통의 현금 결제가 중단됐고, 소매점 또한 현금 결제를 합법적으로 거부할 수 있다. 프랑스·포르투갈·그리스·스페인 등 주요 유럽 국가들에서는 소액 생필품을 제외한 고액의 현금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2000만원 이상 현금 입출금시 금융기관에 보고의무를 부과한 한국과는 달리 현금거래 자체를 금지한 것. 이 밖에도 이스라엘·캐나다· 싱가포르 등은 현금 없는 세상을 준비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회의체를 구성에 다양한 대안을 논의 중이다. 

반면 한국은 아직 ‘현금 없는 세상’의 전 단계인 ‘동전 없는 세상’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한은은 지난 2017년부터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산 다음 잔돈을 선불전자지급수단에 적립하는 방식의 ‘동전 없는 사회’ 시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실적은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 평균 동전 적립 서비스 이용 건수는 2017년 3분기 3만4323건에서 올해 2분기 2만5420건으로 25.9% 감소했다. 서비스 참여 매장이 약 3만6000개인 것을 고려하면 매장 당 서비스 이용 건수가 일 평균 1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현금 거래 감소뿐만 아니라, 매장별로 적립 서비스를 지원하는 포인트 카드를 여러 장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실적 저조의 원인으로 꼽힌다. 

현금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지만 화폐 발행 규모 및 비용은 매년 증가하는 모양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화폐 발행액은 35조4572억원으로 지난 2014년(32조5726억원)에 비해 2조8846억원 늘어났다. 최근 5년간 발행된 화폐 금액은 총 179조6272억원, 제조비용은 4358억원으로 연 평균 871억원이 화폐를 발행하는데 쓰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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