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 정신의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 안도현 시인의 어른을 위한 동화 『남방큰돌고래』

 

더 성장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정신의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함께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없을까.

안도현 시인의 어른을 위한 동화 『남방큰돌고래』는 이런 질문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제주 바다가 고향인 체체. 체체에게는 아픈 상처가 있다.

고등어 떼를 따라가다가 어부들의 그물에 걸렸고, 작은 수영장에 갇혔다가,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져서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그 후 하루 다섯 번 공연을 하고 7.5킬로그램의 냉동생선을 받아먹었다. 공연이 기대에 못 미치면 조련사들은 어김없이 체체를 굶겼다. 영영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차라리 말라죽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공연을 하는 수영장을 빠져나오면 좁은 수족관에 갇혀 지냈다. 그곳에서 다른 돌고래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다. 한숨도 자지 못하고 밤새 꺽꺽 우는 날도 있었다. 열두 살에 붙잡혀간 체체는 열다섯 살이 되어서야 제주 바다로 돌아왔다. 환경운동가들의 제안과 시민들의 시위, 돌고래 연구자들과 언론사 기자들의 응원 덕분이었다.

이것은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기도 하다. 지난 2009년 성산읍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된 뒤 서울대공원으로 팔려간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는 그곳에서 돌고래 쇼를 하다가 2013년 7월 제주 바다로 방사되었다. 안도현 시인은 이 제돌이에게 체체라는 이름을 새로 지어주고, 그 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동화로 풀어낸 것이다.

이런 끔찍한 일을 겪고 나면 자신의 서식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말씀은 체체를 가만히 머물지 못하게 한다.

할아버지는 바깥의 영혼, 바깥의 힘, 바깥의 에너지가 우리 운명을 결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우리 안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그 길로 가기 위해 언제나 자신의 예언에 귀를 기울이라고 알려주었다. 또 우리는 마음의 야생지대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말도 했다. 그 말을 들은 이후 체체는 그 야생지대를 궁금해하다가 마침내 길을 떠나게 된다. 사랑하는 돌고래 나리를 만났지만 체체의 여행을 막지 못한다.

체체는 돈에 눈이 먼 선장을 보게 되고, 방랑하는 범고래를 만나 범고래와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잠수함을 만나 수중에 설치된 폭탄을 찾기 위해 사람들이 돌고래를 작전에 투입시킨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 후에도 체체는 겨울을 나기 위해 1만 킬로미터를 비행한 붉은어깨도요를 만나고, 오로지 알을 낳기 위해 수천 킬로미터를 헤엄쳐 온 뱀장어 두 마리를 만나 큰 충격을 받는다.

그렇게 여행을 계속하는 동안 체체는 강한 남방큰돌고래로 성장한다.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깊은 바닷속도 두려움 없이 헤엄칠 수 있었고, 물속에서 숨을 오래 참는 법도 배웠다. 체체의 몸만 강건해진 게 아니다. 여행을 하며 만난 대상들을 통해 생각이 깊어지고 새롭게 깨닫는 것들이 많아졌다. 그 중 하나가 체체의 가슴을 울린다.

‘세상이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거야.’

이런 깨달음을 얻는 순간부터 체체는 달라진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아무 문제도 아니었다. 내가 어떻게 보는가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의 전환이 이루어지자 체체는 자신감이 충만해지고 생각이 자유로워진다.

우리의 삶도 체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제주 앞바다를 맴도는 체체의 모습이고, 누군가는 서울대공원에 갇혀서 쇼를 하는 모습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험한 바다를 여행하는 중이고, 큰 깨달음을 얻고 여행에서 돌아온 이도 있을 것이다.

과연 당신은 어느 지점에서 체체와 동행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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