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창출 제한을 의미하는 유튜브의 '노란 딱지'가 크리에이터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수익창출 제한을 의미하는 유튜브의 '노란 딱지'가 크리에이터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뉴스로드] “제 영상에 모두 노란 달러 표시가 붙었습니다. 구독자 100만 채널을 폐쇄하게 될 것 같습니다”

최근 유튜버들 사이에서 ‘노란 딱지’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고소득을 올리며 이름을 올리는 유명 유튜버들은 구설수로 인한 구독자 감소나 당국의 세무조사보다도 ‘노란 딱지’를 더 두려워하는 모양새다. 

‘노란 딱지’는 유튜브가 자사 플랫폼에 올라온 콘텐츠를 선별해 붙이는 노란색 달러 표시로, 이 표시가 붙은 영상은 광고주 비친화적 콘텐츠로 분류돼 광고가 제한되거나 아예 붙지 않게 된다. 광고 수익이 주 수입원인 유튜버들에게 ‘노란 딱지’는 사실상 사업 중단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노란 딱지’ 부과 여부가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결정되는지에 대해 구글 측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노란 딱지’가 붙은 일부 유튜버들은 구글의 자의적인 기준 때문에 플랫폼 성장에 기여한 크리에이터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기준을 적용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뉴스로드>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유튜브의 ‘노란 딱지’가 어떻게 부과되는지 기준에 대해 알아봤다.

광고주 비친화적 콘텐츠 선별 기준. 자료=유튜브 홈페이지
광고주 비친화적 콘텐츠 선별 기준. 자료=유튜브 홈페이지

◇ 유튜브의 ‘광고주 친화적 콘텐츠 가이드라인’

‘노란 딱지’의 정확한 명칭은 ‘광고주 비친화적 콘텐츠’다. 즉, 노란 딱지가 붙었다는 것은 해당 영상이 광고주들로부터 선호받기 힘든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튜브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광고주 친화적 콘텐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광고주 비친화적 콘텐츠를 분류하는 기준은 ▲부적절한 언어 ▲폭력 ▲성인용 콘텐츠 ▲유해하거나 위험한 행위 ▲증오성 콘텐츠 ▲도발, 비하 ▲기분전환용 약물 및 마약 관련 콘텐츠 ▲담배 관련 콘텐츠 ▲총기 관련 콘텐츠 ▲논란의 소지가 있는 문제 및 민감한 사건 ▲가족용 콘텐츠에 포함된 성인용 콘텐츠 등 11가지다. 

‘커뮤니티 가이드’ 위반과 달리 ‘광고주 친화적 콘텐츠 가이드라인’ 위반은 계정 운영에 제재가 가해지거나 영상이 삭제되지는 않는다. 다만 해당 영상의 노출 빈도가 줄어들거나 광고가 붙지 않는 등 수익 창출이 제약될 뿐이다.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콘텐츠의 규모가 엄청난 만큼, 사용자들의 신고를 받아 일일이 영상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 봇’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문제가 있는 콘텐츠를 1차적으로 걸러낸다. 이후 해당 콘텐츠를 올린 유튜버가 이의를 제기하면 2차로 사람이 이를 재검토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전문가 간담회 '유튜브 노란딱지,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유튜브에 노란딱지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전문가 간담회 '유튜브 노란딱지,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유튜브에 노란딱지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보수 채널에만 노란 딱지? 

일각에서는 구글이 ‘노란 딱지’에 정치적으로 편향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과 보수층은 구글이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에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은 유튜브의 노란 딱지와 관련해 구글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고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행태가 심각하게 우려돼 헌법재판소 제소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보수 유튜버들은 문재인 정권이 유튜브를 통해 여론을 통제하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구독자 54만명인 ‘신인균의 국방TV’는 지난 13일 ‘충격! 文정부 유튜브 블랙리스트로 언론통제 정황 폭로!’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문재인 정부가 한상혁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임명한 뒤 유튜브 블랙리스트를 통해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채널은 “문재인 정권을 비난하면 광고가 제한되는 것 같다”며 “이 동영상도 역시 업로드 10분 만에 광고제한 조치가 내려졌다”고 말했다. 

반면 구글 측은 정치적으로 편향된 기준에 따라 가이드라인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노란 딱지는) 광고주의 의사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존 리 대표는 이어 “노란 딱지가 붙게 되면 광고가 제한적으로 게시되거나, 아예 게시되지 않는 동영상으로 분류된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유튜버들을 위해 ‘이의 제기 프로세스’를 마련해두고 있다”며 “이건 자동 프로세스다.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 계혹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실제로 유튜브는 보수 성향의 콘텐츠에만 광고 제한 조치를 부과하고 있을까? 주요 언론들의 검증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달 24일 JTBC는 노란 딱지와 관련된 보수층의 의혹 제기에 대해 “(노란 딱지가 붙은 유튜브 채널 중에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 유튜버 또 심지어 그냥 귀농생활을 올리고 있는 정치적 색깔과는 관련이 없는 유튜버도 많다”며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JTBC는 자사 뉴스 유튜브 채널의 콘텐츠 중 조국 전 법무부장관 처남 세월호 항해사 의혹 검증 등 정부 여당에 유리한 내용을 담은 영상에도 노란 딱지가 붙어 있다고 밝혔다. 또한 헝가리 유람선 참사 관련 가짜뉴스 검증, 강간미수와 주거침입 관련 판례 검증 등 정치적 색깔이 두드러지지 않은 영상에 대해서도 광고제한 조치가 내려졌다. JTBC는 조 전 장관 처남 관련 영상과 관련해 구글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직접 영상을 확인한 결과 광고주 비친화적 콘텐츠로 판정됐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외 유튜버들은 구글이 콘텐츠 내용과 관련없이 제목에 포함된 단어만으로 노란 딱지를 붙이고 있다며, 유튜브 알고리즘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너드 시티'(Nerd City) 영상 캡처
해외 유튜버들은 구글이 콘텐츠 내용과 관련없이 제목에 포함된 단어만으로 노란 딱지를 붙이고 있다며, 유튜브 알고리즘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너드 시티'(Nerd City) 영상 캡처

◇ 성소수자 콘텐츠도 수익창출 금지... ‘노란 딱지’의 명과 암

‘노란 딱지’의 기준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자유한국당과 보수 유튜버들의 주장은 근거가 빈약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노란 딱지’에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은 아니다. 판정 기준 및 절차가 투명하지 않고, 판정 오류가 분명해 보여도 이의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개선이 필요하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노란 딱지’가 소수자의 목소리를 배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존 리 대표의 주장대로 ‘노란 딱지’가 광고주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라면, 치열한 사회적 논쟁이 벌어지는 이슈에 대한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유튜브를 통한 수익 창출이 제한될 수 있다. 특정 입장을 대변하는 콘텐츠에 광고가 붙을 경우, 반대 입장의 소비자는 해당 브랜드나 제품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 조 전 장관 논쟁과 관련해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보수 유튜버와 JTBC 등이 올린 콘텐츠에 모두 노란 딱지가 붙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성별 갈등, 섹슈얼리티, 이주노동 등 치열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노란 딱지’가 광고주의 선호도만을 반영한다면, 결과적으로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놓인 소수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영상도 수익 창출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

지난 9월 유튜브 채널 ‘너드시티’(Nerd City)에는 ‘유튜브의 가장 큰 거짓말’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의 ‘노란 딱지’ 알고리즘을 분석하기 위해 몇몇 유튜버들이 실행한 실험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들은 약 1만5000개의 단어들을 무작위로 선정한 뒤, 이 단어들이 제목에 포함된 콘텐츠 중 어떤 것에 노란 딱지가 붙는 지 알아봤다. 

실험 결과, ‘포르노’, ‘테러’, ‘소아성애’ 등을 비롯해 혐오 단어, 비속어 등이 포함된 제목의 영상은 대부분 노란 딱지를 받았다. 하지만 식당(restaurants), 테라스(terrace), 이북(ebook), 농장(farm), 표(ticket) 등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단어도 높은 확률로 노란 딱지를 받았다. 

오스트리아 빈시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동성애자를 위한 빈 여행 가이드 영상. 이 영상은 구글로부터 노란 딱지가 붙었지만, 동성애자를 행복한 친구로 바꾸자 제한이 해제됐다. 사진=빈시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오스트리아 빈시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동성애자를 위한 빈 여행 가이드 영상. 이 영상은 구글로부터 노란 딱지가 붙었지만, 동성애자를 행복한 친구로 바꾸자 제한이 해제됐다. 사진=빈시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더욱 심각한 것은 게이, 레즈비언 등 성소수자와 관련된 용어가 포함된 제목의 콘텐츠 다수가 노란 딱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 오스트리아 빈시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게이와 레즈비언을 위한 빈 가이드’ 영상을 비롯해 ‘결혼에 성공한 할리우드 레즈비언 커플 탑 10’, ‘레즈비언 딸들과 어머니’ 등 성소수자 관련 단어가 포함된 제목의 영상은 모두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광고주 비친화적 콘텐츠'로 분류됐다. 이 중에는 미국의 유명 토크쇼인 ‘지미 키멜 쇼’ 등에서 방송된 영상 등도 포함돼있다. 

물론 이 콘텐츠들이 부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을 수 있다. 실제 ‘게이와 레즈비언을 위한 빈 가이드’ 영상에는 동성애자 클럽에서 노출이 심한 댄서들이 춤을 추는 모습이 나와 있다. 하지만 실험자들이 해당 콘텐츠의 내용은 그대로 둔 채 제목에 포함된 성소수자 관련 용어(게이, 레즈비언)를 문제 없는 용어(행복, 친구)로 바꾸자 광고제한 조치가 해제됐다. 즉, ‘게이와 레즈비언을 위한 빈 가이드’라는 제목을 ‘행복한 친구를 위한 빈 가이드’(Happy and friend Guide to Vienna)로 교체하자 노란 딱지가 사라졌다는 것.

이는 유튜브의 노란 딱지 알고리즘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고리즘이 실제 콘텐츠 내용과는 관계없이 특정 단어가 포함된 제목을 검토 없이 걸러내고 있다면, 소수자에 대한 콘텐츠는 자동적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지난달 29일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성소수자 문화 및 일상 관련 채널 ‘기무상’, 여성 대상 모터바이크 교육 채널 ‘치맛바람 라이더스’ 등이 수익창출 제한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치맛바람 라이더스’의 경우,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들어간 영상 3개에만 노란 딱지가 붙었다.

광고주가 선호하는 콘텐츠에 광고를 붙일 권리는 보장돼야 하지만, 이를 위해 개발된 '노란 딱지' 알고리즘이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배제하게 된다면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구글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노란 딱지'는 광고주와 시청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며 반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판정기준과 절차가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는 한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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