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일 저녁 긴급 상임이사회를 열고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청구 간소화를 위한 법률 개정안 저지에 총력을 집중하기로 결의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일 저녁 긴급 상임이사회를 열고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청구 간소화를 위한 법률 개정안 저지에 총력을 집중하기로 결의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뉴스로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두고 시민단체·보험업계와 의료계가 격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보험업계는 보험소비자 편의성 제고를 위해 간소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의료계는 보험사가 수익을 높이기 위해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을 강요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7일 소비자와함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서울YMCA,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 한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 소비자교육지원센터 등 8개 시민단체는 공동 성명서를 내고 “지난 10년 동안 기다려온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문제는 국회 관련 법안이 발의되며 드디어 첫 걸음을 뗐다”며 “이제 법은 소비자를 위해 변화하려 하는데 이를 반대하는 일부 이해당사자로 인해 무산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보험소비자가 실손보험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보험사에서 필요서류를 확인한 뒤 병원에 관련 서류를 발급받아 이를 다시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보험업계에서는 의료기관이 직접 보험사에 환자의 진료기록을 전자기록 형태로 보내도록 해 소비자 불편을 줄이자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국회에서도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위한 입법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과 전재수 의원은 각각 지난해 9월, 올해 1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보험회사가 국민건강보험법 42조에 따른 ‘요양기관’(병원, 약국, 보건소 등)에 진료비 계산서·영수증, 진료비 세부산정내역 등 금융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서류를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의료계가 해당 법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것.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5일 서울 노원구 고 의원 지역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결사 저지의 뜻을 밝혔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개정안에 대해 “실손보험료 소액청구를 손쉽게 해서 국민의 편의를 증대하려는 법안이 아니라, 청구대행 강제화를 통해 환자들의 진료정보 등 빅데이터를 모두 수집하겠다는 것”이라며 “실손보험사의 손해율을 낮추겠다는 것이 본질적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가 실현되면 보험사가 가입자의 질병 관련 정보를 손쉽게 수집해, 이를 바탕으로 향후 보험금 청구 거부 및 보험가입·연장 거부의 근거로 활용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또한 의료계는 실손보험 당사자가 아님에도 아무 대가 없이 청구업무를 추가로 부담하게 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보험업계와 시민단체는 의료계 주장에 명분이 없다며 비판하고 있다. 7일 성명을 발표한 시민단체들은 “의사협회는 마치 실손 의료보험 진료비를 의료기관이 대행하여 청구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보험사가 질병정보를 새롭게 축적하려고 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미 의료소비자의 정보는 종이문서로 모두 제공되고 있다. 다만, 소비자 편익을 위해 전자문서화 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민단체들은 이어 “3차 진료기관인 대형병원은 이미 시범 시행 중이며, 전자문서 정보 수령으로 다수의 의료소비자가 편리함을 경험하고 있다”며 “유독, 보험사에 ‘종이’ 문서로 의료정보를 전달해야만 보험사의 꼼수를 막을 수 있다는 의사협회의 논리는 이해불가”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번 국회에서 이 안건이 처리 되지 못 한다면 소비자들은 고스란히 그 불편함을 지속적으로 감수해야 하는 처지이다. 이는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3400만 이상의 실손보험 가입 소비자들이 이해당사자의  일방적 싸움에 소비자의 주권을 침해당하는 것”이라며 “왜곡된 반대 주장 때문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통과가 더 이상 미루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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