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7일,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의 항암효과가 입증된 바 없다며, 복용을 권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는 7일,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의 항암효과가 입증된 바 없다며, 복용을 권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는 7일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의 항암 효과 및 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없어 복용을 권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펜벤다졸은 개나 고양이에게 투약하는 구충제지만, 최근 미국의 한 말기 암 환자가 이를 복용해 극적으로 완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암 환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2016년 말기 소세포폐암 진단을 받은 조 티펜스가 이듬해 1월 한 수의사의 제안으로 펜벤다졸 복용을 시작했는데, 복용 3개월 후 PET CT를 촬영하자 암세포가 완전 소멸됐다는 것. 이 내용은 지난 4월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펜벤다졸 복용 후 효과를 봤다는 주장이 일부 제기됐다. 폐암 4기 선고를 받고 투병 중인 개그맨 김철민씨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펜벤다졸 4주차 복용. 통증이 반으로 줄었고, 혈액검사 정상으로 나옴. 여러분의 기도와 격려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반면 의료계는 펜벤다졸의 효능과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펜벤다졸은 기생충을 치료하는 데 쓰이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개나 염소 등 동물에게만 사용이 승인된 약품이다. 펜벤다졸의 항암효) 근거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아닌 세포 실험과 동물 실험으로 나온 결과일 뿐”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이어 “펜벤다졸이 일부 동물 실험에서 효과가 있었다 해도 사람에게서 같은 효과를 보인다는 보장은 없다”며 “사람을 대상으로 약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되어야 하지만, 현재까지 사람에서 펜벤다졸의 항암 효과를 확인한 임상시험은 발표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의협은 오히려 펜벤다졸 복용이 기존 항암제의 효과를 저하시킬 수 있다며 부작용을 경고했다. 의협은 “펜벤다졸은 동물에서 구토, 설사, 알레르기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고용량 복용 시 독성 간염이 발생한 사례가 학술대회에서 보고된 바 있다”며 “특히 항암제와 함께 복용할 경우 약제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항암제의 효과를 떨어뜨리거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다른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는 진행성 암환자와 가족의 경우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복용하겠다는 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동물용 구충제인 펜벤다졸은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항암 효과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없으며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복용을 권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어 "펜벤다졸은 향후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되어야 하며, 복용을 고려하는 환자라면 반드시 담당 주치의와 상담을 하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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