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美 대선] 트럼프 ‘어게인 2016’ 가능할까?
[2020 美 대선] 트럼프 ‘어게인 2016’ 가능할까?
  • 장소라 기자
  • 승인 2019.11.0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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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선을 앞두고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2020년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5일(현지시간), 대선을 1년 앞두고 켄터키·버지니아·뉴저지·미시시피 등 4개 주에서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며 사실상 판정승을 거뒀다. 

특히, 공화당 텃밭으로 알려진 켄터키 주지사 선거에서는 민주당 앤디 베셔 후보가 공화당 매트 베빈 현 주지사를 0.4%p 차이로 따돌리며 당선돼 충격을 줬다. 켄터키는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당시 후보를 약 30%p 차이로 이겼던 곳이다. 이 밖에도 버지니아 상·하원 및 뉴저지 하원 선거에서도 패배한 공화당은 미시시피 주지사 선거에서만 승리하며 겨우 체면을 챙겼다.

◇ 트럼프, 전국 조사에서는 매번 패배

이번 선거가 공화당에게 더욱 우울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론조사를 통한 민주당 유력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패배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ABC와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 27~30일 등록유권자 8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5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4%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가상 대결에서 17%p 차이로 대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14%p), 워런 엘리자베스 상원의원(15%p) 등 다른 유력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특히 민주당 경선에서 약 5% 안팎의 지지를 받고 있는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과의 대결에서조차 9%p 차이로 패해, 민주당에서 누가 대선에 나오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힘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ABC와 워싱턴포스트가 5일 발표한 전국 단위 여론조사 결과. 모든 민주당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워싱턴포스트
ABC와 워싱턴포스트가 5일 발표한 전국 단위 여론조사 결과.(단위: %) 모든 민주당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워싱턴포스트

◇ '승자독식' 미 대선, 전국 조사로 예측 어려워...

반면 아직 민주당이 승리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도 힐러리 클린턴 당시 후보가 승리를 낙관하다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것처럼, 이번 대선에서도 ‘어게인 2016’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 

이러한 불안감의 근거에는 미국의 독특한 대통령 선거 방식이 놓여 있다. 미국은 주별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캘리포니아(55), 텍사스(36), 뉴욕(29), 플로리다(29) 등 선거인단 규모가 큰 주에서의 승리가 선거 향방을 좌우할 수 있다. 실제 이번에 공화당이 패배한 켄터키의 경우, 선거인단 수가 겨우 8석에 불과해, 얼마든지 다른 주에서 만회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보다 2.09%p(286만8686표)나 적은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선거인단 수에서는 304대 227로 크게 앞섰다. 미시간, 위스콘신, 오하이오 등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러스트 벨트’ 지역에서 반전이 일어나며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거뒀기 때문. 클린턴 당시 후보는 최다 선거인단을 보유한 캘리포니아를 가져갔지만,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등 덩치 큰 주들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주며 더 높은 득표율에도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 트럼프, 경합주에서 경쟁력 여전

이 때문에 2020년 대선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경합주의 민심을 살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 대학이 공동으로 지난달 13~26일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플로리다·애리조나·노스캐롤라이나 등 핵심 경합주 6곳의 등록유권자 3766명을 설문 조사해 4일(현지시간) 공개한 결과는 전국 단위 여론조사 결과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양자 대결에서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플로리다·애리조나 등 4개 주에서 2~5%p 차이로 뒤졌으나, 미시간에서는 동률,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2%p의 승리를 거뒀다. 샌더스 의원은 미시건·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에서 1~2%p의 근소한 승리를 거둔 반면, 플로리다·애리조나·노스캐롤라이나에서 1~3%p 차이로 패했다. 최근 유력 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워런 의원은 애리조나에서면 2%p 차이로 앞섰을 뿐,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에서 동률, 미시간·플로리다·노스캐롤라이나에서 3~6%p 차이의 패배를 당했다.

등록유권자 중 적극적인 투표 의사를 밝힌 응답자(likely voters)로 조사를 한정할 경우, 격차는 더욱 줄어든다. 트럼프·바이든 양자대결의 경우 결과는 동일하나 격차는 1~2% 수준으로 좁혀진다. 샌더스 의원은 미시간에서만 3%p 앞설 뿐, 위스콘신에서는 동률, 나머지 4개주에서는 1~4%p 격차로 뒤처지고 있다. 워런 의원은 애리조나에서만 동률을 이루고 나머지 5개주에서 모두 2~4%p 차이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6개주가 중요한 이유는 모두 1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보유한 데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근소한 격차를 보였던 접전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플로리다는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으나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으로 돌아선 ‘스윙 스테이트’다. 클린턴 당시 후보는 캘리포니아, 뉴욕 등에서 승리를 거두고도 민주당 우세 지역이었던 이들 경합주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겨주면서 낙선하고 말았다. 

2016년 미국 대선 투표일 당시 CNN의 출구조사 결과. 자료=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2016년 미국 대선 투표일 당시 CNN의 출구조사 결과. 자료=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 대선→인종대결, 트럼프 전략 다시 먹힐까?

결국 NYT 여론조사는 현재 선거구도가 2016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경합주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제외한 민주당 후보들의 경우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는 것. 특히 지난 2016년의 반전은 선거를 인종대결 양상으로 몰고 간 트럼프 선거캠프의 전략때문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0년 대선에서 같은 양상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백인·저학력·남성’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다. CNN이 2016년 대선 투표일 실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백인 유권자의 58%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으며, 백인 남성은 63%,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백인 남성은 72%로 지지세가 더욱 강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이 같은 백인 유권자의 결집은 플로리다 등 경합주를 비롯해 러스트 벨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거두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 대표적인 러스트 벨트 지역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각각 56%, 57%, 53%에 해당하는 백인 유권자의 표를 끌어모았다. 

국립외교연구원 외교안보연구소 민정훈 미주연구부 교수는 2016년 발표한 ‘미국 대선 결과 분석 및 함의’ 보고서에서 당시 대선 결과에 대해 “트럼프 후보가 백인 유권자들의 결집을 통해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것은 비록 미국 사회에서 소수 인종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할지라도 미국은 여전히 백인 중심의 사회이며, 소수 인종의 증가가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에서 시작된 탄핵 정국으로 전국 단위 조사에서 연전연패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이번 대선을 다시 인종대결 구도로 몰고 가는데 성공한다면 ‘어게인 2016’이 재현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민주당이 경합주에서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정권 교체에 성공할지,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유권자를 결집시켜 재선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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