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자산 원화·부동산 쏠림 현상, 선진국 比 과다
가계자산 원화·부동산 쏠림 현상, 선진국 比 과다
  • 장소라 기자
  • 승인 2019.11.13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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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메트라이프생명
자료=메트라이프생명

[뉴스로드] 한국 가계 자산 구성의 대표적인 특징은 ‘부동산 쏠림’ 현상이다. 특히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을 향한 자금 흐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은행 예금으로 얻을 수 있는 이자가 ‘0’에 가까워지다 보니, 은행에 돈을 넣어두기보다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부동산으로 옮기고 있다는 것. 

이러한 현상이 실제 연구결과로도 드러났다. 메트라이프생명과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9~10월 수도권 거주 30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자산배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평균적인 총자산 및 금융자산은 각각 9억8510만원, 1억9567만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 수준에 불과한 반면, 부동산을 포함한 비금융자산의 비중은 80%를 넘어섰다. 

한국 가계자산의 낮은 금융자산 비중과 부동산 쏠림 현상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미국 가계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일본 또한 가계자산이 금융 64%, 비금융 36%로 분배돼있다. 

한국 가계의 비금융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주요국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국제비교를 통해 본 우리나라가계 자산 특징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 가계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은 51.3%로 미국(43.8%), 영국(37.4%), 호주(50.4%), 네덜란드(45.5%) 등 비교군 내에서 가장 높았다. 특히, 거주주택 외 부동산의 비중은 13.5%로 미국(3.2%), 영국(2.8%), 호주(7.9%), 네덜란드(2.2%) 등 비교대상 국가 평균의 3배를 넘는다. 

원화자산 일변도의 자산구성 또한 여전했다. 메트라이프생명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외화자산 보유자는 13.3%에 불과했으며, 이들의 외화자산 비중 또한 평균 9.6% 수준에 그쳤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이처럼 부동산·원화에 편중된 가계자산 구성에 대해 “한국 가계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가계와 비교할 때 개도국형 자산배분 구조에 아직 머물러 있다”며 “지금처럼 저유동성 부동산과 원화자산에 편중돼 있는 한국 가계는 외부충격이 현실화될 경우, 보유자산 가치가 크게 하락하여 노년 빈곤에 처할 위험이 높다”고 평가했다. 특히, 저성장·저출산으로 인해 부동산 수요가 급감할 경우, 1992년 일본 부동산 버블붕괴와 유사한 장기 침체 국면이 나타날 수 있어 자산 구성이 편중된 가정은 더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 

메트라이프생명은 이어 “금융자산 비중을 비롯해, 안정성은 더욱 보장되면서 원화와의 상관관계는 비교적 낮은 외화자산 비중을 보다 확대함으로써 자산가격 변동 위험을 경감시키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지난 30년간 원화와 달러의 (명목)실효환율(Nominal EffectiveExchange Rate) 변동추이를 비교해보면 원화보다는 달러의 변동성이 훨씬 낮았으며, 두 통화간상관계수는 0.046에 불과해 분산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금융정보에 대한 이해력이 높고 소득 및 보유자산이 많을수록 외화자산 보유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자산이 20억 이상인 응답자의 30.3%가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한 반면, 1~5억 미만 응답자는 겨우 4.7%에 불과했다. 소득구간별로 봐도 월 소득 1000만원 이상 응답자의 27.5%가 외화자산을 보유한 반면, 200만원 이하는 3.7%에 불과했다. 이는 저소득자·저액자산가일수록 자산 편중 현상이 심각해 상대적으로 위험에 더 크게 노출돼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금융이해력에 따라서도 외화자산 분산 정도가 큰 차이를 보였다. 금융이해력이 ‘매우 낮다’고 답한 응답자 중 외화자산을 보유한 경우는 4.0%에 불과했지만, ‘약간 높다’고 답한 응답자는 24.3%였다. 

외화 금융자산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외화자산에 투자할 만큼의 여유자금이 없어서’라고 답한 응답자가 51.8%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외화 금융자산에 대한 정보 부족’(26.3%)과 ‘왠지 불안해서’(7.5%)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 같은 조사결과를 고려할 때, 소득·자산이 적고 금융정보 접근성 및 이해도가 낮은 계층의 자산구성 개선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인 것은 현재의 자산 구성이 비합리적이라는 인식과 향후 자산배분 구조를 개선하고 싶다는 의지가 어느 정도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부동산’과 ‘금융자산’ 구성 비중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들은 부동산 59.9%, 금융자산 40.1%라고 답했다. 향후 금융자산 비중을 높이고 자산배분을 다변화해 현재 80대20 수준인 자산배분 구조를 개선할 필요성을 응답자 대부분이 느끼고 있다는 것.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를 입지 못한 30대의 경우 무주택자 비율이 높아 현재 금융자산 비중(50.8%)이 이상적인 비중(41.5%)보다 높게 나타났다. 장기적으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산배분 구조가 금융자산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송영록 메트라이프생명 사장은 “금융자산 및 외화자산을 고려한 자산배분은 더 이상 부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가계의 자산관리 필수 지침이 되어야 한다”며, “은퇴 이후를 고려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분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한상완 총괄연구본부장 또한 “일본이 단카이세대 이후 출생률 저하와 인구 고령화로 부동산 버블 붕괴를 경험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부동산 장기 침체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보유자산 가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대다수 한국 가계가 노년 빈곤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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