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가구넷) 회원들이 1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성소수자의 가족구성권을 보장해달라는 집단진정을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가구넷) 회원들이 1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성소수자의 가족구성권을 보장해달라는 집단진정을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뉴스로드] 법적 혼인 관계를 인정받지 못해 고통받고 있는 성소수자들이 정부에 가족구성권을 보장해달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가구넷)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동성 커플은 결혼을 하고 가족을 구성하는 등 헌법이 보장한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동성 커플은 사회 보장, 의료 및 주거, 직장 등 경제·사회적 권리 침해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가구넷은 지난 10월부터 모집한 1056명의 성소수자를 대표해 이날 인권위에 정부가 성소수자의 가족구성권을 인정할 것을 촉구하는 집단 진정을 제출했다. 

동성결혼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철폐를 위한 핵심적인 제도적 대안 중 하나다. 가구넷이 지난 6월 동성 파트너와 동거 중인 366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기 자신이나 파트너의 수술·입원으로 병원을 이용한 154명 중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무려 81.8%였다. 

세부적으로는 수술동의서에 보호자로 인정되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자는 56.9%, 입원 시 보호자로 인정되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자가 63.4%였다. 환자 상태에 대한 설명을 거부당하거나(42.2%), 방문이 제한됐다고(13%) 답한 응답자도 예상보다 많았다. 

이번 집단진정에 참여한 한 여성은 “병원에서 ‘당신은 가족도 아니잖아요’라는 말까지 들었다”며 “파트너가 무의식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보호자 동의가 없어서) 다른 가족이 올 때까지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소수자의 혼인관계 불인정이 사회경제적 차별을 넘어 생명의 위협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현재 파트너와 10년째 동거 중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응급상황에서 파트너에 대한 수술동의서에 서명할 권리가 없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마다 벽을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며 “동성결혼 인정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줄일 뿐만 아니라 동성 커플을 위한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권위가 이번 집단진정에 대해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인권위는 성소수자 차별 철폐에 기본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이지만, 동성결혼의 법적 인정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 인권위는 지난 3월 영국에서 결혼한 뒤 결혼이민을 신청한 영국인-한국인 동성 커플의 부부 지위 인정 요구를 각하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동성결혼 배우자에게 결혼이민 체류자격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민법의 혼인의 성립 및 부부의 정의에 대한 사법적 해석의 변경 및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동성결혼 인정 여부는 정책적 검토의 대상이지 인권위의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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