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푸드마켓 자원봉사 김인숙씨
[인터뷰] 푸드마켓 자원봉사 김인숙씨
  • 최다은 기자
  • 승인 2019.11.15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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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봉사의 삶 "사랑의 마음 나누고파"
노원 푸드마켓에서 쌀을 소분하는 봉사자들의 모습 (왼쪽에서 세번째 김인숙씨.)
노원 푸드마켓에서 쌀을 소분하는 봉사자들의 모습 (왼쪽에서 세번째 김인숙씨.)

[뉴스로드] 각박한 세상에 콩 한쪽도 나눠먹는 곳이 있다. 바로 푸드마켓이다. 푸드마켓은 이용자가 직접 필요한 물품을 고르는 편의점식 가게이다. 식품과 생활용품을 푸드마켓에서 기부받아 결식계층에게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2003년 처음으로 시작된 푸드마켓 사업은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이다. 나누는 이, 받는 이도, 봉사하는 이들도 모두 마음이 따뜻해지는 푸드마켓. 이 푸드마켓에는 특별한 봉사자가 있다. 올해 ‘2019 서울시 푸드뱅크·마켓 감사의 밤’에서 자원봉사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김인숙씨다. 올해로 13년째 한결같이 봉사해오고 있는 노원 푸드마켓 김인숙 봉사자를 <뉴스로드>에서 만나봤다.  

 

푸드마켓 봉사는 어떡해 시작하게 됐나.

친구의 추천으로 시작하게 됐다. 친한 친구 4명이서 함께 봉사를 해오던 중, 한 친구가 노원에 푸드마켓이 생긴다며 우리도 함께 봉사하자고 했다. 당시 봉사자가 구해지지 않아서 친구 4명이서 몇 년간 주 5일 푸드마켓 봉사를 이어갔다. 그러다가 이사와 건강 문제 등으로 나만 남아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봉사 활동이 어느덧 13년째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인데 이렇게 꾸준하게 봉사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푸드마켓의 봉사자가 많이 부족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가야 하는 봉사다 보니 봉사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하시던 분들도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고 빠지는 일이 있으니 봉사자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온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매주하던 거니까 습관적으로 해오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당연히 가는 걸로 생각한다. 

노원 푸드마켓에서 봉사자들이 기부받은 쌀을 나눠담고 있다. 

푸드마켓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초창기에는 물품배분과 포장, 물건정리, 수급자 도우미를 했다. 봉사자들이 적어서 해야하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공공근로자들이 배치돼서 현재는 쌀 포장이나 물품 포장을 하고 있다. 물품이 대량으로 들어오면 이를 가져가기 편하도록 소분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물품 바구니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약하신 어르신이나 다치신 분들을 위해 무거운 바구니를 대신 들어주며 따라다니는 수급자 도우미 일도 하고 있다. 

 

푸드마켓 봉사 이전에 다른 봉사 활동을 한 적이 있나. 

봉사를 꾸준히 해왔다. 33년 전에는 천안교도소 교화위원으로 활동했다. 아들들이 어렸을때부터 데리고 다니며 수감자들 상담을 했다. 하지만 그 당시 어린애들을 교도소에 데리고 오는건 아니라고 하셔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하고부터 음성과 가평 꽃동네로 봉사를 다녔다. 당시 아이 둘과 아이들 친구들까지 데리고 봉사를 다녔다. 아이들도 봉사활동을 재밌어 했다. 일주일동안 꽃동네에서 먹고 자고 하며 봉사활동을 했던 기억이 난다.  

지난 9월 10일 추석맞이 나눔행사를 위해 봉사자들이 봉사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번째 김인숙씨) 

봉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봉사활동은 언제부터 했나.

중학교 때로 기억한다. 정식 봉사활동은 아니었다. 친구의 어머니가 아프셨다. 친구도 병원에서 어머니 곁에 있느라 키우던 돼지들이 굶을 수밖에 없었다. 그땐 사료가 없던 시절이라 집집마다 음식 찌꺼기(일명 돼지구정물)을 모아서 돼지의 먹이로 사용했다. 그래서 친구를 돕고자 집집마다 다니며 돼지 구정물을 구하고 다녔다. 아버지께 일찍 자전거를 배워서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돼지 먹이를 구했다. 당시 부모님이 초등학교 교사셨고 나는 맏딸이었다. 어머니는 왜 그러고 다니냐며 창피하다고 나무라셨지만, 나는 그저 친구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뿐이라 창피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창피하지 않고, 지금 똑같은 일을 해도 창피하지 않을 것 같다. 그게 봉사의 첫 시작이었다. 

 

13년간 푸드마켓 봉사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분이 있나.

노원 푸드마켓이 1년도 채 안 됐을 때, 아주 추운 겨울날 파란 플라스틱 슬리퍼를 신고 오신 할머니가 기억이 난다. 날씨가 정말 추웠는데도 얇은, 지금으로 생각하면 냉장고 바지 같은 재질의 허름한 하의를 입고 오신 할머니가 있었다. 부끄러우신건지 미안해하시는건지.. 그런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셨다. 그리고 조그만 목소리로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으셨다. 사실 푸드마켓에는 봉사자들보다 잘 사시는 분들도 온다. 밍크코트 입고 오신 분도 계셨다. 일반적으로 많은 분들은 오셔서 당당하게 받아가시는데 그 할머니는 들어오시기가 창피했는지 쭈뼛쭈뼛 오셨다. 이런 혜택을 처음 받았다고 하시는데 그분을 보면서 ‘이런 분들을 위해서 봉사를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로 동기를 부여해주신 분이셨다. 

 

주변 반응이 궁금하다. 가족들은 뭐라고 하시나.

얼마 전 아들이 어머니가 공무원이시냐고 물었다. 내가 매일 봉사일 관련해서 구청에 있다 보니 나온 농담이었다. 저번에도 민간 협치일로 구청에 계속 있었다. 아침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오니 아파트 경비원분도 “사모님 지금 출근하십니까”, “사모님 지금 퇴근하십니까” 인사하셔서 민망하고 웃음이 나온다. 가족들은 오랫동안 해오던 일이니 그냥 하는구나 생각하는데 얼마 전 큰아들이 “어머니 이젠 돈 버는 일 좀 하세요”라고 장난 어린 말을 했다. 

지난 9월 10일 추석맞이 나눔행사를 위해 모인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푸드마켓 봉사 외에 다른 계획도 있나.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봉사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푸드마켓 봉사뿐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는 환경강사 활동도 있다. 특히 환경은 우리 자손들의 문제이기도 하니, 이 또한 10년 전부터 해오고 있다. 분리배출 관련해 강의를 나가는 일과 올해 새로 조직된 노원향기봉사단 활동도 열심히 해야겠고 웃음치료사 자격증 교육도 받고 있는데, 앞으로는 어르신들의 얼굴에 웃음도 피어나게 열심히 뛰어다녀야겠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질문이 늦었다. 수상 소감을 들려달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보다 더 열심히 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제가 수상해서 부끄럽다.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더 성실하게 봉사에 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요즘 봉사자들이 부족한 현실이다. 꾸준히 해오던 분들만 하다 보니 나이가 있으신 봉사자들이 많다. 오히려 봉사를 받으셔야 하는데 봉사를 베푸시는 것을 보며 많이 배우고 있고 한편으로 안타깝다. 살기 바빠 봉사하기 힘든 현실이지만 봉사의 의미와 가치가 전해져서 봉사자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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