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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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드] “걸음마도 채 떼지 않은 아이들이 성적 대상으로 학대당하고,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이 폭행을 당하며 신체 일부분들이 잘려나갔습니다. 세계 최대의 유료 포르노 사이트를 한국인이 운영했고, 이용자들 337명 중에 한국인이 223명이나 되는데, 대한민국 법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요?”

아동음란물 공유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모씨(23)의 처벌 수위를 두고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아동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모씨와 사이트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11월 18일 현재 30만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한 상태다. 청원인은 “미국에서는 영상을 1번 다운로드 한 사람이 15년 형을 선고받았는데, 한국에서는 사이트 운영자가 고작 18개월형을 선고받았다”며 “조두순 사건 이후에 변한 게 대체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씨가 특수 웹브라우저를 통해서만 접속 가능한 웹사이트(다크웹, dark web)를 구입해 W2V라는 아동포르노 공유 사이트를 개설한 것은 그가 19세였던 지난 2015년.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약 2년 8개월간 W2V는 32개국 128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약 25만개(8테라바이트 규모)의 영상이 등록된 대형 사이트로 성장했다. 손씨는 W2V를 운영하면서 비트코인을 받고 월정액 이용권 등을 팔아 약 4억원 이상의 수익을 챙겼다.

하지만 끔찍한 아동음란물 유포의 대가는 지나치게 가벼웠다. 지난 2017년 검거된 손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으나, 올해 5월 2심에서는 “형이 너무 가볍다”며 징역 1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형량이 10년 이하여서 검찰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없는 데다, 손씨 또한 항소를 포기하며 형은 최종 확정됐다.

◇ 아동포르노 처벌 현황

국내법상 손씨가 받을 수 있는 최고 형량은 징역 10년이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11조 2항은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을 판매·대여·배포·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운반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 손씨가 받은 형량은 최고 형량의 7분의1 수준이다. 1심 재판부는 손씨가 사회적 해악이 큰 범죄를 저질렀지만 “나이가 어리고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다”며 신상정보 공개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적용하지 않았다. 손씨가 직접 아동음란물을 업로드한 것이 아니라 회원들이 직접 올린 영상이 대부분이었다는 점도 고려됐다.

2심 재판부는 1심 선고가 너무 가볍다며 징역 1년 6개월과 5년의 취업 제한을 선고했지만, 이 역시 충분한 처벌이라고 보기 어렵다는게 학부모들의 지적이다. 2심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2심 재판 중 혼인신고를 한 손씨에게 부양가족이 생겼으며, 경제적·정서적으로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 아동음란물 배포 90%는 집행유예

손씨가 이례적으로 가벼운 형을 선고받은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아동음란물 배포·소지 등으로 실형을 사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가 지난 9월 발표한 ‘전문위원 업무보고’에 따르면, 지난 2012년~2018년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50건 중 집행유예는 무려 44건(88%)이었다. 특히 손씨와 같이 영리 목적으로 아동음란물을 배포한 경우(청소년성보호법 11조 2항 위반), 31건 중 28건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영리 목적이 아닌 아동음란물 배포 4건의 경우 4건 모두 집행유예였다. 

아동음란물 단순 소지에 대한 처벌은 가벼운 정도를 넘어, 아예 기소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2018년 아동음란물 소지로 검찰 수사를 받은 2146명 중 44.8%가 불기소 처분으로 재판도 받지 않고 풀려났으며, 40%는 소재 불명 등으로 수사가 중지됐다. 수사 대상의 85%가 전혀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것.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또한 지난달 23일 논평을 통해 “법원에서 법정형의 범위에서 선고를 할 때 지나친 감형을 해서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아동음란물 관련 범죄에 대해서는 양형기준이 설정되지 않아 판사의 재량권이 지나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9월 양형위원회에서 아동음란물 관련 범죄를 양형기준 설정 대상에 포함하자는 문제가 논의됐으나, 제작·유포의 경우 9대 3, 소지는 11대 1로 기각됐다. 사례가 적고 법정형이 낮아 양형기준 설정의 실익이 없다는 이유였다. 

2012~2018년 징역형이 선고된 아동·청소년 음란물 관련 범죄자 중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는 88%였다. 자료=양형위원회
2012~2018년 징역형이 선고된 아동·청소년 음란물 관련 범죄자 중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는 88%였다. 자료=양형위원회

◇ 미국, 단 1회 다운로드에도 징역 70개월

반면 해외에서는 제작·유포는 물론 단순 소지까지 강도 높은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법을 통해 아동음란물 배포에 대해서는 5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 재범은 15년 이상 4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아동음란물을 고의적으로 소지하거나 접근한 경우에 대해서도 벌금형 또는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에서 영리 목적의 아동음란물을 배포로 받을 수 있는 최고 형량과, 미국에서는 단순 소지로 받을 수 있는 최고 형량이 동일한 셈. 

실제 W2V와 관련해 미국에서 재판을 받은 경우 손씨와 형량이 크게 차이났다. 리처드 그래코프스키는 W2V에서 아동음란물을 단 1회 다운로드 받았지만 징역 70개월 및 보호관찰 10년, 피해자 7명에 대한 배상액 3만5000달러를 선고받았다. 아동음란물 제작 및 유포 혐의를 받은 영국인 카일 폭스는 2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 손씨, 미국 송환 가능성은?

지난달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번 사태와 관련된 청원을 올린 청원인은 “아동포르노 사이트 운영자 손모씨와 사이트 이용자들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고, 현재 복역 중인 손모씨와 처벌대상인 사이트 이용자들이 합당하게 처벌받기를 원한다”고 촉구했다. 청원인의 요청은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우선 신상공개의 경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손씨는 영리 목적으로 아동음란물을 유포했지만 직접 영상을 제작하거나 그 과정에서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는 없다. 또한 이미 2심에서 형이 확정돼 추가적으로 신상공개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도 낮다. 게다가 실제 아동음란물을 제작한 범죄자에 대해서도 신상공개 명령이 내려지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30일,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으로 실형이 선고된 18개 사건을 조사한 결과 1건을 제외한 모든 사건에 신상 공개·고지명령이 면제됐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손씨가 ‘합당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없을까? 국내에서는 어렵지만 미국으로 송환될 경우 가능하다. 미 법무부는 최근 외교경로를 통해 “미국법에 따라 다시 처벌해야 하니 손씨를 보내달라”며 송환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DC 연방대배심은 손씨를 아동음란물 배포 및 공모, 돈세탁 등 6개 혐의로 총 9건을 기소한 상태다. 내년 4월에 출소하는 손씨가 미국으로 송환될 경우, 상당히 높은 강도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손씨의 송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 서혜진 변호사는 지난달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인도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자국민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른 나라에 송환해서 또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이 좀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서 변호사는 이어 “이미 형을 살았기 때문에 같은 죄로는 처벌을 받지 못하게(일사부재리의 원칙) 돼 있다”며 “미국에서 어떤 식으로 이 사람에 대해서 범죄인 인도 요청이 오는지 그 내용에 따라서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박사는 24일 같은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미국 법정에 이야기하기는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국가간에는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원재천 교수 또한 “손씨가 미국법과 한국법을 둘 다 어겼기 때문에, 피해자가 미국에 있다면 미국이 관할권을 가지게 된다”며 한국 법원이 미국 측의 범죄인 인도 청구를 허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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