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진행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국민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진행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국민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문재인 대통령의 첫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국민과 소통하며 주요 현안에 대해 진지하게 답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미숙한 진행과 피상적인 문답을 지적하는 비판도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19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국민 패널 300명과 만나 117분간 ‘국민과의 대화’를 갖고 주요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날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 및 검찰개혁 등 최근 이슈화된 민감한 주제부터 남북관계, 부동산문제, 최저임금 인상, 다문화 가정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질문이 제기됐다.

다만 사전 각본 없이 현장에서 질문을 받다 보니 일부 참가자들이 지나치게 길게 발언하거나 사회 현안과 동떨어진 개인적 질문을 제기해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정책에 대한 질문보다는 개인 민원 수준의 질문을 던진 참가자들이 좀 답답했다”며 “사전에 주제별로 질문이 정리됐으면 진행이 더 매끄러웠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패널들도 절박하고 각자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을 테니 마음은 이해가 가는데, 방송국은 자리를 마련한 것 말고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은 것 같다”, “무질서한 분위기 때문에 대통령 답변에 집중하기 어려웠다”라고 평가했다.

◇ 보수 언론 '팬미팅 수준' 비판 일색

반면, 주요 언론의 평가는 온라인 여론보다 부정적인 편이다. 특히 보수 성향 언론들은 ‘팬미팅’, ‘TV쇼’ 등 수위 높은 표현을 사용해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특히, 일부 언론은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지난 18일 한 방송에서 한 발언을 인용해 “탁현민의 예언이 적중했다”며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탁 위원은 18일 TVN 시사프로그램 ‘김현정의 쎈터뷰’에 출연해 “나라면 ‘국민과의 대화’를 연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중앙일보는 20일 “탁현민의 예언 적중?… 국민과의 대화 아닌 팬미팅 같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탁 위원의 발언을 인용하며 “결과적으로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나치게 개인적 질문이 나오거나 특정 질문자가 과도하게 시간을 끌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국민과의 대화 아닌 팬미팅 같았다”는 온라인 뉴스 댓글을 인용하며, “현안에 대해 문 대통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무례하다’는 반응이 나왔던 KBS의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와 비교하면 긴장감이 떨어지고 맥빠진 대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평했다. 

한국일보 또한 “탁현민 우려대로… ‘국민과의 대화’ 국민 애로사항 듣는 수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주요 국정 현안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애초 취지와는 달리 패널들의 애로사항을 듣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며 “각본 없는 대화 형식에 얽매이다 보니 중구난방으로 행사가 진행된 탓”이라고 말했다.

사진=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 페이스북
사진=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 페이스북

반면 탁 위원은 자신의 발언을 ‘국민과의 대화’를 폄하하는 논거로 사용하는 언론에 대해 쓴소리를 남겼다. 탁 위원은 19일 ‘국민과의 대화’가 끝난 뒤 페이스북을 통해 “제 예견이 맞고 틀리고, 그걸 뭐에 쓰겠습니까”라며 “보는 내내 아픈 국민들을 대하는 대통령님의 태도 그 진짜 마음만 울렁거립니다”라고 시청 소감을 밝혔다. 

탁 위원은 지난 18일에도 언론이 자신의 발언을 왜곡해서 보도한다며 불편한 심경을 밝힌 바 있다. 이날 탁 위원은 “무작위로 질문자 선정하면 중복과 질문 수준에 이견이 있을 것이고 참여 대상자를 직접 고르면 짜고 했다고 공격할 것이 자명합니다”라며 “임기 초 국민들과 생방송을 한번 했던 적이 있는데 생방송의 질문자 리허설을 했다고 조선일보와 몇몇 보수지들의 되도 않는 힐난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라고 말했다. ‘국민과의 대화’를 연출하는데 드는 어려움이 큰 반면, 칭찬보다는 비난이 많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한 것. 탁 위원의 해명은 자신의 주장이 ‘국민과의 대화’를 기획한 취지나 시도 자체에 대한 폄하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 한겨레·경향 '국민과의 소통'은 긍정 평가

보수 성향 언론과 달리, 한겨레·경향신문 등 진보 성향 언론들은 진행 방식에 대한 비판을 제외하면 대체로 중립적인 평가를 내렸다. 

경향신문은 20일 “‘할 일이 태산’임을 확인시켜 준 국민과의 대화”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날 대화는 시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자는 취지는 좋았다”면서도 조국 전 법무부장관 논란과 부동산 문제, 남북관계 등에 대해 문 대통령이 시민들의 인식과는 거리가 있는 답변을 내놨다는 평가를 내렸다.

경향신문은 며 “시민들은 미처 못한 질문을 모아 허리 높이에 이른 질문지를 대통령에게 전했다. 그만큼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는 것이요, 문재인 정부가 할 일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며 청와대가 국민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겨레는 이날 “봇물처럼 쏟아진 ‘국민 목소리’, 문 대통령 새겨들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집권 하반기 국정운영 구상은 물론, 남북관계와 ‘조국 사태’, 경제·민생 등 난마처럼 얽힌 현안에 대한 진솔한 대통령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기회”라고 평했다.

한겨레는 “사전 각본 없이 진행된 이날 대화에선 정부의 정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와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며 “탁상행정이 아니라 국민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집행해야 할 것임을 대통령과 정부 부처들은 마음에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어 “이번 ‘국민과의 대화’처럼 대통령은 항상 열린 마음으로 시민들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펴야 한다”며 “1년에 한 번 정도의 ‘행사’가 아니라, 가급적 자주 국민과 소통의 폭을 넓히는 데 힘을 쏟길 바란다. 앞으로 더 자주 더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과 만나고 소통하는 대통령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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