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송도국제도시 주민이 직접 촬영한 박쥐 출몰 사진.
지난 10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송도국제도시 주민이 직접 촬영한 박쥐 출몰 사진.

[뉴스로드] 인천 송도국제도시 주택가에서 박쥐가 출몰한다는 신고가 수년째 접수됐으나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22일 송도소방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10시경 송도동에 위치한 아파트 25층 에어컨 실외기실에서 박쥐 1마리가 출몰했다는 신고를 받았다. 주로 동굴 등에서 서식하는 박쥐가 도시 고층 아파트에서 발견됐다는 신고는 이례적이어서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제로 <뉴스로드>가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송도에 거주하는 주민이 올린 박쥐 출몰 게시글이 상당했다. 박쥐 사진과 함께 ‘놀랐다’, ‘무섭다’는 글이 다수 게재되어 있으며, 댓글로 “우리 집도 두 달전에 왔었다. 반나절 있다가 방충망을 몇 번 치니 사라졌다”, “우리 집도 지난 겨울에 창틀에 들어와 있었다. 기절할 뻔 했다.”라고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송도 지역에서 출몰하는 박쥐 종류는 ‘안주애기박쥐’로 성인 남성의 손보다 작은 크기에 공격성은 거의 없다. 대부분 아파트 창문 방충망에 매달린 상태로 발견되고 있으며, 매년 9월부터 주택가에 출몰하기 시작한다. 

송도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박쥐가 출몰하는 원인이다. 일반인들은 이 원인을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관계당국이나 전문가들이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박쥐의 출몰이 사람에게 질병을 옮겨다 줄 가능성 등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뉴스로드> 취재 결과 관할 구청은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인천 연수구청 환경보전과 직원은 조사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제보는 꾸준히 있으나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별다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육안으로 피해가 없다고 조사를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관계자는 <뉴스로드>와 통화에서 “매년 꾸준히 박쥐 출몰 제보가 들어오지만 박쥐가 어디에서 오는지 파악하기 어려워 사실상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잡은 박쥐를 방생할 때 다리에 GPS를 부착해 추적하는 방법이 있으나, 태양열로 움직이는 GPS 특성상 어두운 곳에 사는 박쥐에게 부착하는데 한계가 있고, 송도에서 발견되는 박쥐의 크기가 작다보니 GPS 설치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송도에는 동굴이 존재하지 않는데, 어디서 박쥐가 날라오는지 우리도 의문이다. 박쥐는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기에 송도가 아닌 다른 먼 곳에서 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추측했다. 시민 등 민가에 끼칠 피해에 대해서는 “박쥐 발견시에는 공격성이 적더라도 이빨에 물려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있으니 119에 바로 신고하는게 안전하다”라고 당부했다. 

송도 고층아파트에 출몰하는 박쥐가 인간에게 질병을 퍼뜨리기 위해 왔다고 볼 수는 없다. 박쥐는 자연계 먹이 사슬의 일부이며 곤충과 해충을 죽이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의학계의 통계는 박쥐가 인간에게 위험한 존재임을 증명한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박쥐는 광견병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전염시키는 비율이 다른 동물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실제로 미국에서 발생하는 광견병 감염 사례 10건 중 7건이 박쥐로 인해 발생했다는 보고가 있다. 박쥐 개체수의 3분의 1 가량이 매년 5,000마리의 동물들에 광견병 바이러스를 옮긴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박쥐보다 일상의 동물들로부터 더 많이 접촉돼 바이러스에 전염된다는 뜻이다.

수년째 송도 신도시에 출몰하는 박쥐를 예사롭게 보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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