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21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여야 3당 원내대표를 만나 한미동맹의 재정립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한미 방위비 협상이 힘든 협상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21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여야 3당 원내대표를 만나 한미동맹의 재정립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한미 방위비 협상이 힘든 협상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방위비 협상을 두고 한미 양국이 갈등을 빚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정부의 방위비 인상 요구가 불합리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편집국 명의의 사설을 내고 트럼프 정부의 방위비 인상 요구는 “루즈-루즈(lose-lose) 제안”이라며 “해외 주둔 중인 미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업적 접근방식은 미국의 안보와 번영뿐만 아니라 국제적 지위에도 해를 끼친다”고 비판했다.

NYT는 이어 “미군은 단지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유세계의 최전선을 수호하기 위해 한국전쟁때부터 그곳에 주둔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을 돈벌이 용병으로 폄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동맹국이 미국의 군사력을 헐값에 빌려 쓰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한국은 무임승차자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NYT는 “한국은 주한미군 유지비의 절반 가량을 지불하고 있으며, 무기 예산 또한 대부분 미국에 지출한다”며 “같은 규모의 군대가 미국 내에 주둔한다면 훨씬 많은 비용이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이어 “한국에 주둔함으로서 미군은 본토에서는 할 수 없는 실전 훈련을 받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파리드 자카리아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외교정책을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카리아는 22일 WP에 기고한 칼럼에서 “한국은 주한미군의 연간 유지비는 20억 달러 중 거의 절반 가까이를 부담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47억 달러를 요구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가까운 동맹국 중 하나인 한국과의 관계는 망쳐놓고, 북한 김정은을 향한 기이한 집착은 멈추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자카리아는 이어 “트럼프 정부는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동맹관계를 체계적으로 약화시키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기준이 되는 규칙과 규범을 거부하고 있다”며 “지금 자유로운 국제 질서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트럼프 정부”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비영리 외교정책기구 '디펜스 프라이오러티스'(Defense Priorities)의 대니얼 드페트리스 연구원도 21일 외교안보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NI)에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50억 달러 요구가 잘못된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드페트리스 연구원은 “동맹국에게 국가 방위에 대한 더 큰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전혀 불합리하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에서 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인 책임분담이 아니라, 한국 정부에 대해 추가 지출을 강요한 것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한국이 미국의 다른 동맹국에 비해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력에 상당히 합리적인 비용을 지불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지난해 국방비 지출이 전년 대비 7% 늘어난 430억 달러에 달했으며, 향후 5년간 첨단무기 구입 등에 2390억 달러를 추가 지출할 예정이다. 지난 2014년 F-35 전투기 40대를 구입한 데 이어, 20대를 추가 구매할 것으로 보인다”며 “누구도 한국을 인색하다고 비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드페트리스 연구원은 한국이 주한미군 유지비를 더 많이 부담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미국이 요구한 액수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책임분담은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닌 역량과 의지의 문제”라며 “트럼프는 어리석은 제안을 강요하기보다 이러한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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