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 사진=연합뉴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홍콩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자칫 홍콩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헥시트’(Hexit, ‘HK’와 ‘Exit’의 합성어)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타격도 적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1일 하이투자증권 박상현·이상 연구원은 “잠재리스크였던 홍콩시위가 홍콩 등 아시아 금융시장에 부담을 주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문제는 ‘홍콩인권법’ 시행이 미중무역협상이나 국제금융센터로서의 홍콩 위상에 미칠 악영향”이라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동법안에 서명할 경우 미중관계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고 1단계 무역협상이 노딜 혹은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만약 홍콩인권법으로 헥시트 리스크가 가시화된다면 아시아 금융시장 불안 혹은 변동성이 당분간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헥시트 리스크는 위안화는 물론 원화가치의 하락압력을 높일 수 있는 변수인 동시에 국내 수출경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부는 홍콩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2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확대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우리나라와 홍콩의 직접적인 금융연계성이 높지 않아, 향후 홍콩 관련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우리 금융시장과 금융시스템에 미칠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이어 “국내 금융회사의 대출, 지급보증, 외화차입금 등 홍콩에 대한 익스포져가 전체의 2~3% 수준으로 크지 않다”며 “홍콩계 투자자의 국내 주식・채권 보유액도 전체 외국인 보유액의 2%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자료=국회예산정책처
자료=국회예산정책처

비록 홍콩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국내 수출 경기 회복 시점은 좀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콩과 한국 간의 무역 규모가 작지 않은 데다, 특히 국내 제조업의 핵심인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20일 발표한 ‘홍콩시위 사태 장기화가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홍콩은 중국·미국·베트남에 이어 한국의 제4위 수출국이다. 한국의 대(對)홍콩 수출액은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186.5억 달러에서 2018년 460.0억 달러로 약 2.5배 증가했으며, 최근 10년간 연평균 증가율도 9.5%로 전체 수출액 증가율(4.4%)의 두 배를 넘어선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홍콩의 대한국 수입액의 80% 이상이 중국으로 재수출된다는 점을 고려해, 홍콩·중국 관계 악화로 홍콩의 대중국 수출 위축 시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했다. 그에 따르면, 홍콩의 대중국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홍콩 수출이 최소 6분기
동안 그 이상으로 감소하며, 전체 수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25% 이상이 홍콩을 경유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홍콩 수출품 중 지난해 기준 전자전기제품 비중은 82%(376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반도체 비중은 무려 73%(336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한국의 전체 반도체 수출액(1267.1억 달러)의 26.5%에 달하는 수치다. 

결국 홍콩 사태가 더욱 악화될 경우 단기적으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 유의미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 국회예산정책처는 “미래 홍콩 경제는 정치적 불안이 상존하면서 무역·금융 허브로서의 역할이 점차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중국 수출 거점을 점진적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차관 또한 “미중협상 및 홍콩사태의 전개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는 등 단기적으로 리스크가 중첩․증대될 경우에 대비해 관계기관과 국내외 금융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며 “상황별 금융시장 안정 수단을 꼼꼼하게 재점검하고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에는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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