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수 구하라씨의 사망 소식에 달린 댓글 일부. 자료=네이버뉴스 캡처
지난 24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수 구하라씨의 사망 소식에 달린 댓글 일부. 고인을 추모하는 분위기와 달리 고인을 비방하거나 전혀 관계없는 정치적 발언을 하는 '악플러'들이 다수 확인된다. 자료=네이버뉴스 캡처

[뉴스로드] 배우 겸 가수 설리(최진리, 25)가 사망한 지 42일 만에 안타까운 죽음이 또다시 발생했다. 걸그룹 카라 출신의 가수 구하라가 일본 공연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 날인 지난 24일 오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자택을 방문한 구씨의 지인이 이미 숨져있던 구씨를 발견해 소방당국에 신고했으며,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불과 한 달여 만에 충격적인 소식이 연달아 전해졌지만, 포털사이트 댓글란의 상황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고인을 추모하는 댓글을 올리며 슬픔을 나누고 있지만, 고인에 대한 모독과 비방, 고인과 전혀 관계없는 정치적 발언 등도 올라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죽음 이후에도 악성댓글을 피하지 못하는 고인을 안타까워하는 팬들은 “포털사이트의 댓글을 폐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댓글란은 여론이 오가는 공론장으로 폐지라는 극단적 해법은 과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뉴스로드>는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이 여론 형성과 소통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나아가 댓글을 폐지함으로서 악성댓글을 방지할 수 있을지 찬반 양측의 주장에 대해 살펴봤다.

◇ 반대 “댓글 폐지는 극약 처방... 아웃링크 도입해야”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란 폐지를 반대하는 측의 주된 논리는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고 여론 형성의 공간이 위축된다는 것이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김승주 교수는 지난해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뉴스 댓글 폐지는) 굉장히 극단적인 방식”이라며 “그건 교통사고가 많이 나니까 자동차를 없애자는 얘기하고 똑같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인터넷은 자발적으로 사람들이 모여 여러 공감대를 형성하는 가운데 문화를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며 “거기다 그런 극단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하면 인터넷의 기본 정신하고도 맞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반대 측은 뉴스 댓글란이 기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공간으로 어느 정도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사 내용의 진위 여부를 네티즌들이 직접 검증해 ‘가짜뉴스’의 확산을 막는 한편,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유도해 정치적 무관심을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 

이들은 악성댓글 방지를 위해 뉴스 댓글 폐지와 같은 극단적 대책보다는 악플 삭제용 AI 프로그램 개발, 댓글 작성 횟수 제한 등 규제 강화, 포털·언론의 자체적인 노력, 아웃링크 도입 등의 점진적 해결책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포털사이트에서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해 기사를 읽고 댓글을 게시하도록 하는 아웃링크 방식의 경우 포털뉴스에 집중되는 과도한 악성댓글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된다.

자료=네이버 데이터랩
지난 10~24일 네이버뉴스 댓글 수 및 작성자 수. 자료=네이버 데이터랩

◇ 찬성, “극소수만 댓글 작성, 여론 대변 못한다"

반면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란을 폐지하는데 찬성하는 측에서는 악성댓글이라는 부작용에 비해 순기능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포털사이트 댓글란이 다양한 네티즌들의 의견이 개진되고 여론이 형성되는 공간이라고 보기에는 댓글을 작성하는 이용자의 수가 지나치게 적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10일~24일 2주간 가장 많은 댓글이 작성된 20일의 경우 약 14만2839명의 이용자가 37만5039개의 댓글을 작성했다. 

네이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 모바일만 해도 1일 순방문자는 평균 3000만명이다. 이중 약 25%가 뉴스 등의 콘텐츠를 보기 위해 접속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일 평균 뉴스 이용자는 최소 750만명이다. 즉, 네이버 뉴스의 경우 전체 이용자의 2%도 안되는 소수가 댓글을 작성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검색을 통해 뉴스페이지로 유입되는 이용자와 PC를 통해 접속하는 이용자를 더할 경우 비율은 더욱 작아진다.

동양대학교 진중권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다는 걸 ‘여론’이라 부르기는 힘들다. 조그만 찻잔 안에서 휘젓기 놀이하면서 찻잔 밖의 세계에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킨다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댓글 여론’은 2% 이하의 소수가 주도하지만, 그 영향은 다수에게 미친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성인남녀 1075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0.1%가 “지난 1주일 동안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을 읽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1~2%의 이용자가 특정 연예인에 대한 기사에 악성 댓글을 도배하면 전체 이용자의 70%가 부정적인 영향에 노출될 수 있다.

아웃링크에 대해서도 악성댓글 대책이라기보다는 포털사이트에 대한 기존 언론들의 힘겨루기 시도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무엇보다 아웃링크는 포털사이트에 집중된 악성댓글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가질 뿐, 악성댓글을 근본적으로 방지하는 해결책은 아니다. 

또한 이미 네이버는 개별 언론사에 기사 댓글란의 노출 여부 및 댓글 게시 순서 등 운영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악성댓글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웃링크 도입이 악성댓글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지난 2016년 웹사이트의 댓글 기능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자료=NPR 홈페이지 캡처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지난 2016년 웹사이트의 댓글 기능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자료=NPR 홈페이지 캡처

◇ 해외 언론, 뉴스 댓글 폐지 추세

그렇다면 해외 언론들은 ‘댓글 폐지’ 논쟁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미국 언론의 경우 대체로 댓글란을 폐지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지난 2016년 뉴스 댓글을 폐지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NPR이 댓글 폐지를 결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악성 댓글 부작용이 큰 반면, 여론 형성과 소통의 순기능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NPR에 따르면, 2016년 7월 기준 NPR 웹사이트는 이용자 수 3300만명, 댓글 수 49만1000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 댓글 작성자는 겨우 1만9400명으로 전체 이용자의 0.06%에 불과했다. 물론 수가 적다고 해도 전체 독자의 여론을 대변할 수 있다. 하지만 NPR에 따르면, 이용자 중 남성 비율이 52%인데 반해 댓글 작성자 중 남성 비율은 무려 83%였다. 또한 댓글 대부분이 젊은 층이 선호하는 모바일이 아니라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PC를 통해 작성됐다. 즉, 댓글이 소수의 편향된 집단에 의해 점유되고 있었다는 것. 

게다가 소수의 사용자들이 올린 댓글조차도 인종차별 및 혐오발언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원래 취지인 여론 형성과 소통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NPR은 “댓글 폐지가 ‘NPR은 독자들의 참여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도 독자들과의 소통은 앞으로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밖에도 로이터통신, CNN, USA투데이 등은 댓글 기능을 완전히 삭제했다. 가디언 또한 인종문제 등 논쟁의 여지가 큰 기사에는 댓글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BBC는 개별 기사의 댓글란을 없애는 대신 온라인 게시판을 따로 운영하며 독자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처럼 댓글 기능을 제한·삭제하는 매체들은 대부분 여론 수렴 기능의 한계와 혐오 발은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들 매체는 독자 의견을 수렴하는 데 댓글보다 소셜미디어가 더 낫다는 입장이다. 로이터통신의 댄 콜라루소 편집국장은 지난 2015년 저널리즘 연구기관 니만랩(Nieman Lab)과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우리에게 댓글은 독자 참여를 위한 핵심 장치는 아니었다”며 “대부분의 대화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그곳이 더 나은 토론장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댓글 폐지 이유를 설명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달 발표한 포털 뉴스 댓글 존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자료=리얼미터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달 발표한 포털 뉴스 댓글 존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자료=리얼미터

◇ 한국, 뉴스 댓글에 대한 사회적 논의 필요

국내에서는 카카오가 지난달 포털 ‘다음’의 연예섹션에서 뉴스 댓글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댓글은 누구나 의사표현할 수 있는 광장의 순기능이 있지만, 사회나 정치 현안과 달리 연예 뉴스는 인물 그 자체를 조명하는 면이 강하다”며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다고 봤다. 개인에 대한 악플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이유로 댓글 폐지를 결정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반면 네이버의 경우 댓글란 운영권을 개별 언론사에 넘기고 욕설 및 매크로 댓글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지만, 댓글 폐지에 대한 입장은 아직 밝히지 않은 상태다. 

댓글 폐지 논란에 대한 찬반 여론도 팽팽하게 맞서는 모양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달 22일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댓글 폐지 찬성은 37.1%, 폐지 반대는 34.0%로 오차범위(±4.4%) 이내의 격차(3.1%p)를 보였다. 모름/무응답 또한 28.9%로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유지하되 기능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은 각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가지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많은 목숨들이 악의와 혐오에 노출된 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동안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도, 구체적인 실천도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비극이 찾아오기 전에 포털 뉴스 댓글 존폐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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