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홍콩 범민주 진영 지지자들이 구의원 선거 압승에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5일 홍콩 범민주 진영 지지자들이 구의원 선거 압승에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이 촉발한 홍콩 시민들의 반중정서가 선거를 통해 확인됐다.

25일 홍콩 현지 매체 ‘더스탠드뉴스’에 따르면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비건제파(범민주 진영)는 오후 3시30분(현지시간) 기준 전체 452석 중 85.8%인 388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건제파(친중파)는 59석(13.1%)에 그쳐 참패를 당했다. 

현재 홍콩 구의원 현황은 친중파가 327석, 범민주 진영이 118석으로 18개 구의회 전체가 친중파에 의해 지배당하는 상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판도가 역전되면서 사상 최초로 범민주 진영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게 됐다. 

특히 홍콩 내 친중파 최대 세력인 민주건항협진연맹은 출마 후보 대부분이 선거에서 패했다. 반면, 범민주 진영의 공민당은 전체 후보 36명 가운데 32명이 당선됐으며, 노동당 또한 7명의 후보자가 당선됐다. 

홍콩 사태로 인해 시민들의 정치적 관심도 높아지면서, 투표율 또한 급증했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선거를 위해 등록한 유권자 413만명 중 294만명이 투표에 참여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최종투표율 또한 71.2%로 4년 전 구의원 선거(47.0%)보다 상당히 높았다.

특히 젊은 층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이번 구의원 선거에서 18~35세 등록 유권자 수가 12.3% 늘어나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는데, 진보 성향의 젊은 유권자들이 범민주 진영의 압승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선거결과로 인해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수세에 몰린 시위대가 힘을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민당 당선자 32명은 모두 경찰이 봉쇄한 홍콩이공대로 이동해 시위대를 격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홍콩 행정 수반이 교체될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게 되면, 홍콩 행정장관 선거인단 1200명 중 구의회에 할당된 117명을 모두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구의회 할당 선거인단을 범민주 진영이 싹쓸이한다고 해도, 차기 행정장관 선거에서 친중파 후보의 당선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인단은 총 1200명으로 금융·산업계 대표 300명, 의료·기술·교육·법률 등 전문가 300명, 농수산·복지·노동·종교계 대표 300명, 입법회·전인대 등 300명으로 구성된다. 

지난 2016년 선출된 행정장관 선거인단은 친중파 726명, 범민주 진영 325명으로 친중파가 크게 우세했다. 이번 선거에서 구의원 몫 117명이 역전된 점을 감안해도 여전히 친중파가 과반을 넘는다.

다만 이번 선거를 통해 홍콩 시민들이 홍콩 및 중국 중앙정부에 확실한 메시지를 보낸 점은 차기 행정장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중문대 정치행정학과 마응곡(Ma Ngok) 교수는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결과를 ‘초현실적’이라고 표현하며 “홍콩 시민들은 그들이 현재 사회운동을 지지하고 있으며 (시위 양상이 격화함에도 불구하고) 여론에 어떤 변화도 없다는 메시지를 정부에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캐리람 행정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선거결과는 대부분 현 상황과 홍콩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며 “정부는 선거결과를 존중하며, 앞으로 시민들의 의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고 진지하게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선거 결과 친중파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캐리람 행정장관은 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중앙정부는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캐리람 장관을 행정 수반으로 지지한다는 뜻을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밝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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