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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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드] “세상 살기 팍팍하다”는 푸념은 단순한 불평이 아닌 엄연한 현실이다. 도움을 주고받을 사회적 관계는 좁아지는 반면, 사회적 신뢰도에 대한 불신감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정 상황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 수는 3명을 넘지 못했다.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할 경우’, ‘낙심하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할 경우’, ‘갑자기 큰돈을 빌려야 할 경우’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 수는 각각 2.3명, 2.2명, 2.9명으로 2년 전에 조사결과에 비해 0.1~0.2명 감소했다. 

이 같은 현상은 나이가 많을수록 더욱 심각했다. 19~29세 연령층의 경우 도움받을 사람 수는 3개 상황에서 각각 2.6~3.7명이었으나, 60대 이상 고령층은 1.9~2.3명에 불과했다. 특히 30세 미만 연령층은 우울할 때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가 3~4명이었으나, 60대 이상은 2.3명에 불과했다. 이야기 상대가 있다고 답한 비율도 40세 미만은 90%에 가깝지만, 나이가 많아질수록 급격히 낮아져 60세 이상은 74.5%에 불과했다. 이는 고령층의 사회적 단절이 심각한 상황임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에서 처음 도입된 사회적 신뢰 문항의 응답 결과도 기대보다 우울하다. 우리 사회를 ‘믿을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절반(50.9%)에 불과해, ‘믿을 수 없다’고 답한 비율(49.1%)과 비슷했다. 특히 사회적 관계와는 달리 사회적 신뢰의 경우 젊은 층의 불신감이 높았는데, 특히 20~29세의 사회적 신뢰도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45.1%로 가장 낮았다. 30~39세 48.5%, 40~49세 53.3%, 50~59세 52.0%, 60세 이상 52.1%로 연령이 높을 수록 상대적으로 사회적 신뢰도도 높았다. 반면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하지 않은 13~19세 미성년자의 경우 54.8%로 사회에 대한 신뢰가 가장 높았다.

자료=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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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적 지위의 상승 가능성에 대한 희망도 옅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일생 동안 노력을 한다면 본인세대에서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22.7%로 2년 전과 동일했다. 하지반 자식세대의 지위 상승 가능성에 대해 ‘높다’고 답한 비중은 28.9%로 2년 전(29.5%)보다 소폭 감소했다. 자식세대의 상승 가능성에 대한 희망은 지난 2009년 조사에서 48.3%를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삶이 팍팍하다 보니 남을 돕는 손길도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1년 간 기부한 적이 있는 사람은 25.6%, 향후 기부 의향이 있는 사람은 39.9%, 사망 후 유산을 기부하겠다는 사람은 26.7%로 모든 영역에서 감소했다. 

특히 사회적 불신이 기부 감소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기부를 하지 못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51.9%로 2년 전(57.3%)보다 5.4%p 감소한 반면, ‘기부 단체 등을 신뢰할 수 없어서’라고 답한 응답자는 14.9%로 같은 기간 6.0%p 늘어났다.

실제 기부 경로에서 ‘모금단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61.0%에서 올해 56.0%로 감소했으나, 대상자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응답자 비중은 15.3%에서 17.0%로 증가했다. 전혀 모르는 모금단체보다 자신이 속한 직장이나 종교단체를 통해 기부한 비중도 각각 11.3%→13.6%, 20.9%→28.5%로 늘어났다. 

자료=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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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활동 참여율도 지난 2013년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16.1%로 2017년(17.8%) 대비 1.7%p 감소했다. 평균 참여 횟수와 시간은 각각 8.0회, 23.1시간으로 역시 2년 전(8.3회, 25.6시간)보다 줄어들었다.

다만 전문성을 활용한 자원봉사는 지난 2011년부터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성을 활용한 자원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4.6%로 지난 2015년(30.3%)보다 4.3%p 증가했다. 분야별로는 아동학습지도가 23.5%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는 의료(11.5%), 운전(10.6%), 공연(9.3%), 요리(9.2%)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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