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에서
산촌에서
  • 김용국(시인)
  • 승인 2019.11.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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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신자, 우리집, water color on paper, 51x36cm
양신자, 우리집, water color on paper, 51x36cm

 

위를 보면 하늘 
옆을 보면 산인데,

눈 감으면
물소리 
바람소리뿐.

아무도 없어,

잠시 꺼내볼거나,
그리운 이름 하나.

우리는 도시 생활에서 몸이나 마음이 피로하거나 쇠약해졌을 때 산으로 달려옵니다. 달려오기보다는 피신해 온다는 표현이 맞는 말일 겁니다.

도시 생활은 번잡하고 바쁩니다. 공기가 나빠서 숨 쉴 수도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쉬 피곤하고 피폐해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도시 생활이 정말 힘든 것은 도시 자체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주는 관계의 스트레스가 대부분입니다. 도시에서 사람과의 관계가 원활하다면 산촌보다 도시는 더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즐겁습니다. 도시를 피해 인적이 뜸한 산촌으로 올 리가 없지요. 적막한 산촌이 좋을 리가 없지요.

도시에서 산촌에 내려오면 먼저 사람이 없어서 좋습니다. 물과 바람과 나무와 꽃과 구름과 맑은 공기가 황홀하게 합니다. 그러나 며칠, 몇 달 지내다 보면 뭔가 허전한 것을 느낍니다. 있어야 할 게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호기롭게 귀촌이나 귀농을 감행한 사람일지라도 ‘있어야 할 게 없다는 걸 알게’될 때 그 생활에 대해 회의를 갖게 됩니다.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도시 생활을 완전히 떨치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자연이 좋아 자연과 벗하며 사는 사람일지라도 사람 없이 사람으로 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람이 싫어 사람으로부터 도망했다 하더라고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한 게지요. 사람에게는 사람의 관심과 인정이 필요한 게지요. 단 한 사람이라도 사람에게는 사람의 사랑이 필요한 게지요. 가까이 있지 않더라도 뜻과 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게지요. 그래야 혼자인 산촌의 생활도 가능하겠지요.

‘아무도 없어 // 잠시 꺼내볼거나, / 그리운 이름 하나’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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