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어온다. 잎사귀 사이로 잉잉 거리던 바람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춤사위는 힘을 잃고 맥없이 쳐져만 간다. 이제 화사한 꽃의 계절도 화려한 단풍 계절도 지나갔다. 만추를 넘어 겨울로 들 어 간다. 추위에 떨고 있는 인동과의 ‘인동초’(忍冬草)를 바라본다.

반상록활엽의 덩굴성관목으로 중부지방에서는 잎이 떨어지지만 남부지방에서는 잎이 떨어지지 않고 겨울을 난다. 혹독한 겨울을 참고 견디어 낸다고 하여 ‘인동초’라는 하며, ‘인동덩굴’이라고 한다.

꽃의 수술이 할아버지 수염 같다고 ‘노옹수’(老翁須), 꽃잎 모양이 해오라기 같다고 ‘노사등’, 꽃의 색이 하얀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금은화(金銀花)’ 등 이름이 많다. 학명은 Lonicera japonica Thunb.이다. 속명 로니세라(Lonicera)는 16세기 독일 식물학자(A. Lonitzer) 이름에서 유래하고, 전 세계 18속 300여종이 분포하는데 대한민국에는 6속39종이 서식하고 있다. 줄기는 적갈색으로 오른쪽으로 감으며 다른 물체를 타고 올라가 5m정도 자란다. 잎은 마주나고, 잎겨드랑이에서 입술 모양의 흰색 꽃이 2개씩 피어난다. 길이 3∼4cm인데 휘어진 방망이나 하키 채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동초 꽃무리
인동초 꽃무리

 

꽃은 끝이 5개로 갈라지고 그 중 1개가 깊게 갈라져 뒤로 말린다. 밤늦게 피어나 다음 날 오후에 색깔이 미색을 띄고, 노란색 꽃은 2일 후 진다. ‘하얀 꽃은 1일이고, 노란 꽃은 2일’이라고 보면 된다.

막 피어난 꽃은 하얀색인데 꽃가루받이가 되면 노란색으로 변한 것은 꿀벌의 수고로움을 덜어주려는 배려이다. 꽃 색이 변하는 것은 꽃가루받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벌, 나비들에게 전하는 전갈 이다.

노란색은 꿀이 없다는 신호요 임신했다는 선언이다. 요염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은은한 향기가 일품이다. 보이지 않는 신처럼 위대하며 보이지 않는 향기가 황홀하게 한다. 하얀색 꽃의 청초한 향기는 미묘하고 싱그럽다. 노란색으로 변하면서 향기는 절제되고 품격 있는 향기가 된다. 흥분되지 않는 침묵의 향기였다. 향기에 짜릿한 전율을 느끼었다. 너울너울 하얀 나비와 살랑살랑 황금나비의 군무에 향기가 스렁스렁 아우라진 향연이였다. 사랑나비 춤추면서 날아오니 향기물결 잔잔하게 여울지며 소리 없이 다가왔다. 단아한 고운자태는 찬란한 햇빛에 소담하게 빛나고 있었다.

인동초 노란꽃
인동초 노란꽃

 

꽃의 아랫부분 깊숙한 곳에 향기 나는 꿀을 가득 담고 있다. 머리를 들이대며 들어가는 꿀벌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릴 적 하얀 꽃을 따서 거꾸로 물고 쪽 하면 단물이 나왔다. 양이 적어 감질나지만 단맛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인동초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의 삶과 닮았다. 단재 신채호 선생과 고 김대중 대통령의 삶이 그러하다. 신채호 선생은 일제 강점기 혹독한 고난 속에서 '조선상고사' 등 역사에 길이 남을 역작을 후손에게 남겼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삶도 인동초에 종종 비유된다.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이 나라 민주화에 큰 업적을 남겼다. 그 분의 여망처럼 DMZ가 없어지고 평화통일이 오기를 소망한다.

한방에서는 잎과 줄기를 인동 이라하고, 꽃봉오리를 금은화라고 한다. 플라보이드, 탄닌, 알카로이드, 사포닌, 등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열을 내리고 독을 푸는 효과와 이뇨작용이 있다. 그러나 성질이 차서 소화력이 약한 분이나 기운이 허약한분은 조심해야 한다. 은은한 향이 있어서 꽃차로 만들어 드시면 기분전환과 해독과 이뇨 등 효능이 있다. 

인동초 하얀꽃
인동초 하얀꽃

 

꽃말이 ‘사랑의 인연’ ‘헌신적인 사랑 ’이다. 사계절 견디는 꿋꿋한 기상에서 모든 것을 아우르는 헌신적인 사랑과 인연이 있나보다. 숭고한 헌신적인 사랑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아무것도 보상도 없는 그런 사랑 말이다. 어머니는 연중무휴에 월급도 없이 일 한다. 날마다 음식 만들기에 분주하고, 명절에는 더 바쁘고 힘들다. 가족들이 아플 때면 더욱 헌신적인 사랑을 베푼다. 팔방미인이요 슈퍼맨이다. 단아하고 우아한 고운자태와 절제 있는 품격을 가지고 있는 어머니는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

<필자 약력>

30여년간 야생화 생태와 예술산업화를 연구 개발한 야생화 전문가이다. 야생화 향수 개발로 신지식인, 야생화분야 행정의 달인 칭호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소장으로 퇴직 후 한국야생화사회적협동조합 본부장으로 야생화에 대한 기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