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물가상승률, OECD 주요국과 비교해보니
한국 물가상승률, OECD 주요국과 비교해보니
  • 장소라 기자
  • 승인 2019.12.0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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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통계청
자료=통계청

[뉴스로드] 1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4개월만에 상승 전환하면서 디플레이션을 우려했던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왔다. 반면, 저성장 흐름이 반전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디플레 공포 해소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로 전월 대비 0.6% 하락했으나, 전년 동월보다는 0.2% 상승했다. 소비자물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석 달만이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공식 통계 상 0.0%지만 실제로는 –0.038%였으며, 9월에는 –0.4%였다.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과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동일해(104.56) ‘보합’으로 발표됐다. 

지속적인 물가 하락을 뜻하는 디플레이션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드물다. 디플레이션은 정부의 통화정책이나 과잉생산으로 인한 단가 하락 등으로 인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자산 버블 붕괴 및 대내외 악재 등의 악성 충격으로 인한 총수요의 급격한 위축으로 인해 발생한다. 실물경기 침체 및 금융불안정을 나타내는 디플레이션은 국가경제의 ‘빨간불’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저물가 기조가 수개월간 이어진데다, 9월에는 역대 최초로 공식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이 발표되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이미 상당히 높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11월 소비자물가가 상승 전환하면서 디플레에 대한 걱정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 한은, “한국 물가수준은 선진국 평균”

한국은행 또한 지난달 29일 ‘주요국 물가수준의 비교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디플레 우려를 일축했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선진국이 겪고 있는 저인플레이션 현상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위해 물가상승률 뿐만 아니라 물가수준에 대한 평가도 중요하다”며 물가수준지수, 생활물가지수, 빅맥지수 등 다양한 지수를 통해 우리나라 물가수준을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다.

우선 구매력 기준으로 평가한 국가별 물가수준을 보여주는 ‘물가수준지수’의 경우, 지난해  OECD 평균을 100이라고 했을 때 한국은 88을 기록해 36개국 중 22위를 차지했다. 지난 2009년에는 63으로 OECD 평균과 큰 격차가 있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현재는 OECD 국가 중 중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통계 사이트 ‘넘비오’(Numbeo)가 발표한 도시별 생활물가지수에서는 서울이 조사 대상 대도시 337개 중 26위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지난 2010년 이후 도쿄·파리·런던 등 주요 대도시의 뉴욕 대비 생활물가가 하락하고 있는 반면, 서울은 지속 상승해 뉴욕과의 물가수준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경제매체 ‘이코노미스트’ 산하 이코노미 인텔리전스 유닛(EIU)에서는 서울과 뉴욕의 생활물가수준이 거의 비슷하다고 발표했다. 특히 빵 1kg에 대한 생활물가지수는 서울(15.6)이 뉴욕(8.3)의 두배 가까이 높았다. 

소득 수준을 고려한 물가수준 또한 선진국 평균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소득과 물가는 양의 관계를 가지는데, 선진국들의 소득-물가를 그래프 상에 나타낼 경우 한국은 추세선 바로 아래에 근접해 있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물가수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평균 수준에 근접해 가고 있다”며 “저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된 가운데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선진국 평균보다 여전히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어 “이는 우리나라가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과 같이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 물가수준은 높아지는 과정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덧붙였다. 

자료=한국개발연구원(KDI)
자료=한국개발연구원(KDI)

◇ 한국, 주요국보다 물가상승률 낮아 디플레 경계해야

기획재정부 또한 최근의 저물가 흐름을 디플레이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지난 10월 29일 “물가상승률 하락의 주요인은 ‘일시적인 공급측 요인’에 있다. 작황이 좋았던 농산물가격 하락과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석유류 상품가격 하락에 주로 기인한다”며 “최근 물가하락은 ‘수요 둔화로 야기되는 디플레이션’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디플레에 대한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버리기는 어렵다. 기재부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농산물, 석유류 등 가격 변동이 큰 품목을 제외해 일시적 요인의 영향을 배제한 ‘근원물가지수’가 연초부터 1% 내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디플레 우려를 반박했다. 하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6%,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5% 상승해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3분기 OECD 국가 중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가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프랑스, 이스라엘, 일본 등 7개 뿐이다.

저물가 원인에서 수요 위축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0월 발표한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물가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현 상황을 디플레이션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올해 낮은 물가상승률에 일시적인 공급 측 요인뿐 아니라 수요 측 요인도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KDI는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낮아졌던 물가상승률 추세가 주요국에서는 반등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낮은 물가상승률을 전 세계적인 저물가 현상의 반영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한국의 물가상승률 하락은 공급 충격, 수요 위축 등 단기적인 요인에 더해 물가상승률의 중장기적 추세가 하락하며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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