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왼쪽)와 세르게이 브린. 사진=연합뉴스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왼쪽)와 세르게이 브린.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세계 최대 IT기업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동반 퇴진했다. 이들은 3일 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구글이 사람이라면 이미 21세의 젊은이가 된 셈”이라며 “매일 잔소리를 하기보다, 사랑과 조언을 보내는 자랑스러운 부모의 역할을 맡을 때가 됐다”고 퇴진하는 심경을 밝혔다.

그동안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최고경영자(CEO) 및 사장을 맡고 있던 페이지와 브린이 물러난 빈자리는 순다르 피차이 현 구글 CEO가 맡게 됐다.    피차이 신임 알파벳 CEO는 “두 창업자는 우리 모두에게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믿지 못할 기회를 제공했다”며 “그들에게 감사하며, 여러분과 함께할 여행이 계속되기를 고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페이지와 브린은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공부 중이던 지난 1998년 친구 집 차고에서 구글을 창업했다. 이들은 웹페이지 간의 관계를 분석하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통해 검색엔진 ‘구글’을 개발했고, 야후 등이 주름잡고 있던 기존 검색시장을 지배하는 거대 IT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이후 세세한 경영을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에게 맡기고 기업 인수 및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3일(현지시간)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직원들에게 퇴임 결정을 알리는 편지를 보냈다. 사진=구글
3일(현지시간)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직원들에게 퇴임 결정을 알리는 편지를 보냈다. 자료=구글 공식 블로그

◇ 구글 전·현직 직원, “퇴임 결정은 책임 방기”

인터넷 기술 발달이 큰 발자취를 남긴 두 사람의 퇴진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구글이 직면한 여러 문제를 내버려 둔 채 후임 피차이 CEO에게 짐을 떠넘겼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구글은 현재 반독점 혐의로 인한 정부 조사를 비롯해 사내 성폭력 의혹, 유튜브 등을 통한 혐오컨텐츠 및 가짜뉴스 확산, 국방부와의 인공지능 활용 드론 이미지 식별 프로그램 개발 등으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4일 두 공동창업자가 구글의 사내문화를 개선하지 않고 물러난 것에 대해 직원들이 크게 분노했다고 전했다. 구글의 자회사 유튜브의 선임관리자인 톰 카를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창업자들이 돌아와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하지만 그들은 오늘 근본적으로 현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실망감을 표현했다.

지난달 구글에서 해고당한 레베카 리버 또한 “그들은 직원들의 편에 서는 대신 책무를 거부하고 우리를 고통받게 남겨두는 편을 택했다”며 “용감하고 자랑스러운 래리와 세르게이”라고 두 창업자의 결정을 비판했다. 

구글 CEO 순다 피차이. 사진=연합뉴스
구글 CEO 순다 피차이. 사진=연합뉴스

◇ 순다 피차이 신임 알파벳 CEO, 최악의 자리 떠맡다?

CNBC는 4일 페이지와 브린의 퇴임 소식을 전하며 “피차이 신임 알파벳 CEO가 실리콘밸리 최악의 자리를 떠맡았다”고 전했다. CNBC는 “페이지와 브린은 퇴임했지만 여전히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며 “피차이가 몇몇 아더 베츠(Other Bets, 알파벳의 8대 혁신 자회사)를 잘라내기로 결정한다 해도, 페이지와 브린에 의해 부결될 수 있다”며 “만약 피차이가 두 사람이 선호하는 사업 프로젝트를 보류하고 구글의 성장에 집중하도록 설득하기를 원한다면,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한편, 피차이 CEO는 “CEO 교체가 알파벳의 구조와 일상 업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컴퓨팅의 경계를 확장하고 모두에게 더욱 도움이 되는 구글을 구축하기 위한 업무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강력한 권한을 지닌 두 창업자의 그늘에서, 피차이 CEO가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구글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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