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5·18묘지 찾아 참배하는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재헌씨. 사진=연합뉴스
지난 8월 5·18묘지 찾아 참배하는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재헌씨.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씨가 광주를 찾아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또한 신군부의 책임을 부인한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해서도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6일 오월어머니집 등에 따르면, 노씨는 전날 광주 남구 오월어머니집을 방문해 “아버지께서 직접 광주의 비극에 대해 유감을 표현해야 하는데, 병석에 계셔서 여의치 않다”며 “아버지를 대신해 뭐라도 하고 싶다는 심정으로 찾아왔다”고 말했다. 노씨는 이어 “5·18 당시 광주시민과 유가족이 겪었을 아픔에 공감하며 광주의 아픔이 치유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노씨는 이날 오전 광주 서구 대중컨벤션센터를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 기념전시관을 둘러본 뒤, 방명록에는 “큰 뜻을 이어가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남기기도 했다.

노씨는 오월단체 관계자들과 비공식 만남을 갖고 “아버지가 평소 ‘역사의 과오는 바로잡고 가야 한다’고 가족들에게 이야기했다. 그 뜻을 가족들이 공감하고 있어 장남으로서 광주에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씨는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서 신군부의 책임을 부정한 것에 대해서도 “개정판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며 수정할 의사를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경상도 군인들이 광주 시민들 씨를 말리러 왔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들은 시민들이 무기고를 습격하게 된 것”이라며 “광주 사태의 진범은 ‘유언비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오월어머니집 및 오월단체 관계자들은 노씨의 방문 취지를 이해한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와 진상규명에 대한 적극적인 협력이 있어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 사진=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가 온라인에서 네티즌들의 의견을 살펴본 결과, 노재헌씨의 광주 방문에 대해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전두환 전 대통령과 장남 전재국씨에 대해선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실제 과거사와 관련해 노태우·전두환 두 전 대통령 일가의 행보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노씨는 지난 8월에도 5·18 묘역을 참배하며 유가족과 희생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혔다. 반면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는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두 전 대통령 일가는 추징금 납부에서도 극과 극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1997년 대법원에서 선고받은 추징금 2628억원을 16년 만인 2013년 완납했다. 같은 기간 전 전 대통령은 2205억원의 추징금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533억원만 납부한 상태였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는 2013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남은 추징금을 가족분담 형식으로 자진납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추징금의 절반 가량인 1030억원을 미납한 상태다. 게다가 최근에는 전씨가 차명으로 프랜차이즈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한 전재국씨는 지난 10월 도서 도매 유통업체 북플러스의 대표이사로 복귀해 논란이 됐다. 전씨는 2013년 추징금 납부를 위해 시공사, 북플러스 등의 지분을 매각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노태우와 전두환 모두 역사의 죄인이지만 2세의 행보는 많이 다르다”며 “노재헌씨의 행동이 ‘보여주기’라고 할지라도, 이렇게 사죄와 진상규명의 첫걸음이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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