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금지법’의 허와 실, 공존의 지혜는?
‘타다금지법’의 허와 실, 공존의 지혜는?
  • 장소라 기자
  • 승인 2019.12.0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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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지난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두고 정부와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 간에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여객운수법 개정안은 현재 주요 언론에서 ‘타다금지법’으로 소개되고 있다. 해당 법안이 사실상 ‘타다’ 서비스의 법적 근거를 겨냥한 것이기 때문. 

타다는 차량을 대여하면서 운전자까지 배차하는 ‘렌터카’ 서비스로, 렌터카를 통한 유상운송은 원칙적으로는 불법이다. 하지만 카카오 카풀이나 우버와 달리 타다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여객운수법 34조 2항 덕분이다. 이 조항은 11~15인승 승합차에 대한 운전자 알선을 허용하고 있다. 즉, 타다는 차종을 11~15인승 승합차로 한정해 규제를 피하고 사업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여객운수법 개정안은 해당 조항을 ▲관광 목적으로 6시간 이상 대여하는 경우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항만인 경우 등으로 구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타다의 법적 근거가 사라지는 셈으로, 해당 법안이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 타다, “인력거 반발에도 택시는 달렸다”

타다에게 있어서 여객운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는 업체의 명운을 건 문제다. 타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박재욱 VCNC 대표는 법안이 국토위를 통과한 6일 페이스북에 1925년 신문기사를 인용해 과거 택시와 인력거의 갈등을 언급하며, “역사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모두다 알고 있다. 결국 택시는 영업 허가를 받고 운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정부와 국회가 새로운 산업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공동체의 편익을 확대하는 길을 막지 말아주시길 바란다”며 “미래산업을 시한부산업으로 규제하는 일은 없기를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반면 국토부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타다’ 등 일부 업체의 영업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권 틀 내로 ‘수용’하여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며 “개정법률이 시행되면 새롭게 신설되는 플랫폼운송사업 제도에 따라 ‘타다’와 같은 플랫폼 기업들은 정식 절차를 거쳐 정부의 허가를 받고 계속 영업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 여객운수법 개정안의 핵심, 허가제 ‘플랫폼운송사업’

개정안은 여객운수법 34조 2항의 운전자 알선 허용 요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①플랫폼운송사업 ②플랫폼가맹사업 ③플랫폼중개사업 등 ‘여객자동차운송플랫폼사업’ 관련 제도를 담고 있다. 이중 ‘프랜차이즈 택시’를 의미하는 플랫폼가맹사업은 면허제, 카카오택시·티맵택시 등 택시호출 서비스를 뜻하는 플랫폼중개사업은 등록제로 운영된다. 

핵심은 허가제로 운영될 ‘플랫폼운송사업’으로 타다 등 새로운 운송서비스가 여기에 속한다. 플랫폼운송사업자는 국토부 산하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허가를 받아야 하며, 운영차량의 수 및 요금의 규제를 받는다. 또한 국토부에 ‘여객자동차운송시장안정기여금’을 납부해야 한다.

국토부는 개정안에 대해 “그간 현행법상 예외규정을 활용한 영업과 택시와 현격히 차이가 나는 제도 적용수준으로 인해 발생하던 형평성 논란과 사회적 갈등이 해소되고, 제도권 내에서 안정적으로 영업하면서 서비스 경쟁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타다’가 택시의 몰락을 책임져야 하나?

타다를 지지하는 측은 택시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신산업을 규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국토부의 설명을 반박하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택시를 보호하려는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미래를 막아버리는 방법이 유일한 대안인가”라며 “미래를 이렇게 막아버리는 선례를 남기면 앞으로 또 다른 미래 역시 정치적 고려로 막힐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신산업이 등장하고 구산업이 쇠퇴하며 근본적인 산업구조가 변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구조적 변화의 순간마다 신산업이 구산업 종사자들의 생존을 책임져야 한다면 ‘혁신’은 지체될 수밖에 없다. 박재욱 VCNC 대표가 1920년대 택시와 인력거의 갈등을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 택시·타다 간 공정경쟁 위한 법안 필요

정부도 정치적 고려 때문에 택시업계를 보호하는 것만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택시를 민간서비스가 아닌 공공서비스로 판단해 요금을 규제하면서, 면허제를 통해 공급량을 조절하며 택시업계의 수익을 어느 정도 보장해왔다. 대중교통의 요금이 급격하게 오르는 것을 방지하는 대신, 면허를 제한해 택시업계가 나눠 먹을 파이를 보장한 것. 

택시업계 입장에서는 이처럼 공공성을 이유로 상당한 수준의 규제가 가해지는 시장에 ‘타다’가 아무런 비용도 내지 않고 사실상 ‘유사 택시’ 영업을 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지난 5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타다 등의 새로운 운송서비스는) 그냥 택시업이다. 이런 것들이 혁신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계속 증가를 하니까 택시업계는 위기를 느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이어 “초반에 카풀과 택시가 갈등할 때도 똑같은 논점과 똑같은 이야기들이 벌어졌다. 그때도 공정하게 경쟁을 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 주면 가장 좋을 텐데 제도 자체가 공정하게 되어 있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기본적으로 운동장 자체가 택시가 불리하게 기울어져 있다”고 덧붙였다 

즉, 정부 입장에서 개정안으로 인해 타다에게 부과되는 비용과 규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공정 경쟁을 위한 수단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타다 VS 택시’ 논쟁은 ‘우버 VS 택시’, ‘카카오 VS 택시’ 논쟁과 동일한 측면이 있다. 공공성을 가진 시장에 새로운 서비스의 진입을 허용하는 경우 어느 정도의 비용을 부과해야 하냐는 것이 모든 논쟁의 핵심이다. 택시업계가 완전히 동일한 비용을 부과해야 공정하다는 입장이라면, 모빌리티 플랫폼은 기존 규제에 갇힌 신산업이 어떻게 혁신일 수 있냐는 입장이다. 

문제는 박재욱 대표의 말처럼 비용 부과를 통한 택시와 타다의 ‘공정한 경쟁’이 궁극적인 답안이 아닌 미봉책이라는 점이다. 이는 기존 택시업계 종사자들에게 탈출구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택시 공급량을 규제하면서 택시면허값은 계속 상승해 수도권의 경우 6000만원~1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타다, 카카오 등 새로운 운송서비스가 진입하면 면허값은 급격하게 하락할 수밖에 없다. 택시기사들에게 택시면허는 사실상 퇴직금과 같은 의미가 있다. 타다의 등장이 단순히 경쟁 심화가 아닌 생계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분신과 같은 극단적인 반발이 나타나는 이유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5월 우버의 위협에 직면한 뉴욕 택시기사들에 대해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약 100만 달러(한화 12억원)에 달하는 뉴욕 택시면허(Medallion) 가격은 우버의 등장으로 약 15만 달러(한화  1.8억원)까지 폭락했다. 택시기사 대부분이 금융권 대출이 어려워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 택시면허를 구입한 취약계층이나 이주노동자들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우버의 등장은 사실상 이들에 대한 사형선고와 같았다. 실제 NYT에 따르면, 지난해 8명의 택시기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으며, 2016년 이후 950명의 택시기사가 파산 신청을 했다. 

이 때문에 미국 각지에서 우버 등 모빌리티 플랫폼에게 택시면허와 같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뉴욕시 의회는 2018년 모빌리티 플랫폼 운전자 수를 제한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우버와 같은 모빌리티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놓고 다양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 벌어지는 택시와 모빌리티 플랫폼의 갈등 속에 ‘택시면허제’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소외돼있다.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택시산업의 영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공공서비스로서 정부의 규제를 수용해온 택시업계에게 어떤 방식으로 탈출구를 마련해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지금의 갈등을 해결할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신·구산업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지 않는다면, 여객운수법 개정안은 ‘타다금지법’도 ‘타다수용법’도 아닌, 택시업계에 ‘호흡기’를 달아주는 조치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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