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일가 등기이사 기피 '책임경영 외면'
대기업 총수일가 등기이사 기피 '책임경영 외면'
  • 박혜림 기자
  • 승인 2019.12.0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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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공정거래위원회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뉴스로드] 대기업 총수일가가 법적 책임이 있는 등기이사 등재를 기피하는 현상이 매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사회가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담당하는 잘못된 관행 또한 여전했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공시 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총수 있는 49개 집단의 소속회사 1801개 사 중 총수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17.8%(321개 사)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올해 연속 분석대상인 47개 집단을 기준으로 보면,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전년 대비 3.8%p 감소했다. 

최근 5년간 연속 분석 대상인 21개 대기업 집단의 경우 2015년 18.4%에서 꾸준히 하락해 올해 14.3%까지 떨어졌다. 올해 분석 대상 49개 대기업 집단 중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곳은 19개였으며, 이중 한화, 신세계, 씨제이, 미래에셋 등 10곳은 총수 2·3세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도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총수일가가 이사로 있는 회사는 어디일까? 공정위에 따르면, 총수일가는 주력회사, 지주회사,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 및 사각지대 회사 등 소위 ‘알짜배기’ 회사에 집중적으로 등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의 주력회사 120개 중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50개(41.7%)로, 2조원 미만의 기타회사(16.1%)보다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지주회사로 체제 전환한 대기업 집단의 지주회사 또한 총수일가(84.6%) 및 총수(53.8%)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20~30%인 사익편취 규제 대상회사의 경우, 총수일가 이사 등재 비율이 56.6%(189개 사 중 107개 사)에 달했으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의 자회사 등 ‘사각지대’ 회사의 총수일가 이사 등재 비율도 23.0%(357개 사 중 82개 사)로, 비규제 대상 회사(10.5%)의 두배가 넘었다. 특히, 총수 2·3세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59개 사) 중 사익편취 규제 대상(27개 사) 및 사각지대(13개 사)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7.8%였다. 

공익법인의 경우, 총수일가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공익법인(58개)에 집중적으로 이사로 등재(74.1%)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적인 부분은 외부인사를 통해 대주주의 독단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가 소폭 늘어났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연속 분석 대상인 기업집단(54개) 소속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비중(51.3%)은 지난해(50.7%) 보다 0.6%p 증가했다. 

기업집단별로는 한국투자금융(75.0%), 교보생명보험(75.0%), 금호석유화학’(70.0%) 등의 사외이사 비율이 높았으며, 이랜드(16.7%), 호반건설(25.0%), 넥슨(25.0%) 등은 낮았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견제 장치로 작동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최근 1년간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5%였지만, 같은 기간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6722건) 중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경우는 겨우 24건(0.36%)에 불과했다. 나머지 99.64%는 원안대로 가결됐다. 특히, 이중 대규모 내부거래 관련 안건(755건, 전체의 11.2%)은 단 한 건의 예외 없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내부거래에 대한 심의도 불충분했다. 공정위가 대규모 내부거래(상품·용역거래 한정) 안건 337건을 분석한 결과,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내부거래 안건(331건) 중 수의계약 사유를 기재하지 않은 안건이 268건으로 전체 안건의 80.9%에 달했다. 또한 시장 가격 검토·대안 비교 및 법적 쟁점 등 거래 관련 검토사항이 별도로 기재되지 않은 안건도 231건(68.5%)이었으며, 거래 상대방, 계약 체결 방식, 계약 기간 및 계약 금액만 기재된 안건도 21건이었다.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의 작동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 대상 기업집단(56개) 소속 전체 상장사 250개 중 집중투표제 도입률은 지난해와 비슷한 4.4%였으나 집중투표제로 의결권이 행사된 경우 또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없었다. 

전자투표제는 전체 상장사의 34.4%(86개사)가 도입했으며, 실시된 곳도 28.8%(72개사)로 지난해보다 도입률과 실시율이 모두 증가했다. 다만, 전자투표제를 통한 의결권 행사 비율이 전년 대비 소폭 상승(1.9%→2.0%)하는데 그쳐 제도 활용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가 점차 활성화되고 있지만, 이 역시 견제의 역할은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올해 연속 분석 대상 54개 대기업 집단에서 국내 기관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비율은 지난해 77.9%에서 올해 78.7%로 소폭 상승했다.하지만 국내 기관 투자자의 반대 비율은 전년 9.5%에서 올해 7.1%로 오히려 감소했다. 특히, 경영진에 대한 견제 역할을 수행하는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사외이사 선임 등에서 기관투자자의 반대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공정위는 “공시 대상 기업집단의 지속적인 지배구조 개선 결과, 일부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다만, 운영 실태를 보다 면밀히 조사한 결과, 제도 운영상 미흡한 점이 나타나는 등 여전히 지배구조 개선의 여지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어 “앞으로도 공정위는 기업집단 현황을 지속적으로 분석·공개하여 시장 감시 기능을 활성화하고 자율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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