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트럭으로 보육원에 봉사하는 김현수씨(왼쪽)와 주수현씨(오른쪽).
푸드트럭으로 보육원에 봉사하는 김현수씨(왼쪽)와 주수현씨(오른쪽).

 

[뉴스로드] “여기 왜 왔어요?” “너희들 밥 해주려고 왔지!”

요즘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면 어디든 단숨에 달려와 맛있는 냄새를 솔솔 풍기는 존재가 있다. 정체는 음식과 자동차가 만난 푸드트럭. 박람회부터 야시장까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찾아와 눈코입을 모두 즐겁게 해주고 있다. 맛있는 냄새에 더해 트럭에 불빛이 반짝 들어오면 분위기는 한층 무르익는다. 

전국을 누비는 푸드트럭이지만, 김현수씨와 주수현씨의 푸드트럭은 특별한 곳을 향하고 있다. 목적지는 바로 보육원. 사랑 가득 담은 음식을 실은 푸드트럭이 도착하자 아이들은 호기심어린 눈빛을 보낸다. 그리고 건낸 물음. “여기 왜 왔어요?”. 당황할법한 질문이지만 김현수씨와 주수현씨는 크게 대답해준다. “너희들 밥 해주려고 왔지!”. <뉴스로드>는 김현수씨와 주수현씨를 만나, 보육원에 행복을 전하는 푸드트럭 봉사 이야기를 들어봤다.  

 

요즘 큼직한 행사가 열리는 곳이면 푸드트럭이 항상 세워져 있다. 처음 어떻게 푸드트럭을 시작하게 됐나.

김현수: 요리를 전공한건 아니다. 집에서 취미로 요리를 즐기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 그러던 중 다니던 회사가 갑자기 망하게 됐다. 또다시 다른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지만 ‘푸드트럭 시작해보자!’라는 용기가 생겨 뛰어들게 됐다. 어떻게 장사하는지, 고기는 익었는지.. 서툰게 투성이였지만 첫 6개월간 판매와 동시에 음식을 끊임없이 연구했다. 그때 열심히 한 결과로 지금은 어엿한 4년차 푸드트럭에 봉사활동까지 하게됐다.  

주수현: 나는 공대출신이다. 차석에 학점도 4.5점에 가까울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전공따라 중견 연구소에 취직해 야근까지 자진하며 열심히 했지만, “너 열심히 해도 어짜피 월급은 나랑 똑같아”라는 직장선배의 말에 회의감이 점점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캐나다 어학연수에서 우연히 정말 맛있는 치뽈레를 맛보게 됐다. 1년간 치뽈레 연구 끝에 ‘한번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사표를 내고 나왔다. 다들 만류하며 걱정했지만, 지금은 내 월수익을 듣고 모두 부러워한다.

 

보육원 봉사를 시작한 계기는.

김현수: 양평에 있는 신망원의 경우, 평소 자주보는 인터넷사이트에 봉사 모집공고가 올라왔다. ‘함께 갈 분을 구한다’는 글에 ‘푸드트럭으로 참여하고 싶은데 괜찮냐’고 물었다. 다행히 가능하다고 해서 여름이었던 계절에 맞춰 아이스크림차를 운영하는 지인도 데리고 갔다. 송죽원의 경우, 은행에서 다 지원해주겠다며 먼저 봉사 요청이 들어왔다. 아니라며 봉사만 수락했고 좋은 기회인것같아 주수현님께도 함께하자고 연락했다. 그때 수현님은 일정이 이미 있었다. ‘생각해보겠다. 다음에 연락주겠다’라고 대답할 수 도 있는데 “한번 빼볼게요”라고 답해줬다. 정말 고마웠고 그게 봉사의 시작이었다. 

 

두 분이 친해 보인다. 어떻게 만나게 됐나.

김현수: 사실 만난지는 4개월밖에 안됐다. 행사가 열리면 푸드트럭이 여럿 오다보니 얼굴만 알고 있었다. 우연히 나눈 대화에 마음이 통한다는 것을 느끼고 점점 관계가 두터워졌다. 푸드트럭 특성상 서로의 레시피나 경험이 곧 경쟁력이기에 서로 나누는 일이 드물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발전을 위해 음식의 맛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조언해주고 있다. 지금은 봉사까지 함께 다니는 친구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송죽원에 세워진 김현수, 주수현씨의 푸드트럭.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송죽원에 세워진 김현수, 주수현씨의 푸드트럭.

 

푸드트럭 봉사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김현수: 아이들의 웃음이 생각난다. ‘어떻게 저렇게 해맑지’싶을 정도로 아이들이 잘 웃는다. 그 중 한 마른 친구가 있었는데, 맛있다며 4~5번을 더 먹었다. 그리고 이후에 집에 가서 더 챙겨 먹겠다고 말해 기억에 남는다.  

주수현: 내가 운영하는 푸드트럭의 주요메뉴는 스테이크다. 보육원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아 항상 넉넉하게 준비해간다. 어느 날 여유 분까지 다 소진되고 사람들도 한바탕 다 빠져나간 상황에서 한 친구가 조용히 다가와 소곤소곤 감사의 말을 전했다. “정말 고마워요.”. 그 말 한 마디에 마치 뭔가 꾹 찌르듯 마음이 찡-했다. 고마웠다. 

 

봉사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주수현: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잡아 푸드트럭 봉사를 시작하게 됐지만, 사실 봉사를 하려면 시설 10개에 연락해 한 곳이 될까 말까인 현실이다. 일회성 봉사가 싫다는게 이유다. 저번에 갔던 원장님도 푸드트럭에 대해 안좋은 인식이 있으셨다. 저번 봉사차량이 외관도 허름하고 음식도 불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우리도 딱히 기대를 안하셨는데, 봉사 후 만족스러우셨는지 “너무 고맙다”며 커피를 타주셨다. 직원들은 원장님이 커피타주시는 모습을 처음 봤다며 다들 놀랐다.  

푸드트럭 봉사를 시작하고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김현수: 좋은 이야기는 널리 알리고 싶어서 봉사하고나서 푸드트럭 조합에 이야기를 올린다. 그러면 ‘자신도 참여하고 싶다’며 문의가 많이 온다. 후원으로 참여하는 친구도 하나 둘 생겨 자신도 보탠다고 물품과 지원금을 보내준다. 마음이 참 고마웠다.

주수현: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하니 주변에서도 좋은 기회라며 “잘됐다”고 해줬다. 

 

서울 서대문구 '송죽원'에 세워진 푸드트럭 모습. 

두 사람이 생각하는 봉사의 의미는?

김현수: 이전에는 점수나 자격을 채우기 위해 봉사를 했다. 여러번 했지만 정작 떠오르진 않는다. 푸드트럭 봉사는 울림이 더 크다. 아이들이 웃는게 계속 생각 난다. 나에게 봉사는 계속 말하고 싶은 이야기다.  

주수현: 봉사라는게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나에겐 전환의 기회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김현수: 푸드트럭의 마지막은 매장이다. 매장 때 결식아동들이 눈치 안보고 와서 먹을 수 있는 매장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푸드트럭도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뜻 맞는 분들과 대규모 봉사행사를 하고 싶다. 

주수현: 1년에 3~4번 푸드트럭 봉사를 할 계획이다.  봉사 때 한 쪽에서는 푸드트럭을 다른 쪽에서는 버스킹을 하고 싶다. 지금은 추상적으로 구상하는 단계지만 점차 현실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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