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29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에서 양자 정상회담에 앞서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29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에서 양자 정상회담에 앞서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

[뉴스로드]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주요국 중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9일 발표한 ‘미중 무역협상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중 관세 인상 등에 따른 한국의 수출 감소폭이 주요국 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 미중 무역협상 결과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 미중 무역갈등, 한국에 가장 큰 피해

연구소는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글로벌 교역물량이 크게 감소함에 따라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2.7%에서 올해 1.9%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큰 하락폭이 예상되는 이유는 한국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중심 국가로 글로벌 경기둔화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관세율이 1%p 올라갈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0.65%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IMF가 분석한 주요 교역국 9개 중 가장 감소폭이 큰 것이다. 한국 다음으로 감소폭이 큰 국가는 독일(-0.48%)이었으며, 그 뒤는 일본(-0.33%), 중국(-0.27%) 순이었다. 

실제 올해 한국의 수출 감소폭은 전 세계 수출 상위 10개국 중 가장 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 수출 증감률은 지난해 12월부터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이 미중 무역갈등으로 큰 충격을 받는 이유는, 한국이 제조업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에 고도로 통합돼 있어 대중국수출 비중이 높고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의존도는 무려 26.8%로 다른 수출 상위국가(일본 19.5%, 독일 7.1%, 프랑스 4.2%)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자료=산업통상자원부

◇ 경제 논리 아닌 정치 논리가 협상에 걸림돌

2년간 협상이 교착된 상태로 보복 조치를 주고받아온 미중 양국은 최근 절충안을 찾기 위해 협상 의제를 두 단계로 구분해 단계적 협상에 돌입했다. 1단계 협상에서는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에너지 수입 확대 ▲중국 금융·서비스시장 개방 확대 ▲중국의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위안화 환율결정의 투명성 제고 등의 의제를 다룬다. 2단계 협상에서는 첨단 제조업에 대한 과도한 보조금 지금, 해외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등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시정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과 실제 이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감시 장치 등 좀 더 근본적인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미중 양국은 현재 1단계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이며 관세 철회 수준 및 시기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 중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지난 5월 이후 부과한 관세의 상당 부분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약 35~60%의 관세만 철회하고 중국이 1단계 합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는지 확인하면서 관세를 추가 철회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최근 홍콩인권법을 두고 양국 간의 갈등이 다시 격화되면서 1단계 협상에 빨간불이 켜진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 또한 지난 3일(현지시간) “(무역협상에) 데드라인은 없다”며 “합의를 내년 말 대선 이후까지 기다리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회의적인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양국 간에 흐르는 불편한 기류에도 불구하고 1단계 협상 타결 가능성은 높을 것이라 전망했다. 연구소가 지난 3~4일 홍콩·싱가폴에 있는 18개 해외금융기관 소속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1단계 협상이 향후 1~2개월 내 타결될 확률과 장기화될 확률을 물어본 결과, 늦어도 내년 1월25일 이전에 타결될 가능성(53.6%)이 장기화 가능성(46.4%)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전문가들은 ▲1단계 협상 의제에서 양국 간 이견이 크지 않고 ▲중국도 부진한 경제상황을 회복하기 위해 협상 타결이 시급한 상황이며 ▲트럼프 대통령 또한 대선·탄핵을 앞두고 정치적 국면 전환을 위해 무역협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협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본 전문가들은 ▲홍콩 이슈의 영향력이 예상보다 큰 데다 ▲양국 지도부가 경제보다 정치논리를 앞세워 협상 테이블에서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2단계 협상 전망은 상대적으로 어두웠다. 전문가들은 1단계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2단계 협상이 내년 11월 3일 미국 대선 이전에 타결될 가능성은 31.9%로 장기화 가능성(68.1%)보다 크게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을 첨단산업분야의 경쟁자로 보고 있어 협상의 여지가 크지 않은 데다, 트럼프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중국의 불공정간 무역 관행 및 군비·패권 확장, 기술 유출 등을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부각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한, 2단계 협상의 핵심 의제인 외국기업에 대한 기술보호 조치를 중국이 실효성 있게 시행할지에 대해 미국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협상 타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다만 18개 기관 중 단 한 곳에서는 1단계 협상 타결 시 2단계 협상이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타결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기관은 “중국의 기술개발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미국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고 선진국 수준의 규제 환경을 과감히 도입하여 외국 첨단기업을 적극 유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중 통상 현안 주요 쟁점
미중 통상 현안 주요 쟁점.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 2단계 협상 장기화, 한중 격차 벌릴 기회일 수도...

1단계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내년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의 피해를 가장 크게 받았던 만큼, 협상 타결로 인한 수출 회복세도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연구소는 “금융시장에는 1단계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협상 내용에 따라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2단계 협상 전망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중 양국의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비관세 영역까지 확장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 마찰적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 또한, 미중 양국이 유리한 무역환경 조성을 위해 다른 국가와의 배타적 무역협상에 나서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글로벌 무역 환경이 양극 체제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2단계 협상의 장기화는 한국 경제에 위기이자 곧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중국 기술 발전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계속된다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국 기업들이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기 때문. 미국이 지적재산권 도용, 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자국 기업 보조금 지원 등의 문제에 대한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자체 기술 개발만으로 제조업 육성정책인 ‘메이드 인 차이나 2025’(Made in China 2025)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미국이 중국의 해외 기업 인수 시도에 대한 견제에 나서고 있어, 기술 고도화와 자본집약도 심화로 진입장벽이 높은 반도체 및 정보통신 부문에서 한중 격차가 좁혀지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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