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미국 대선에 나설 민주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경선 레이스도 더욱 열기를 띠고 있다. 특히 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막판 스퍼트를 도와줄 정치적 후원자를 찾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경선은 내년 2월 3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4개월에 걸친 대장정을 시작한다. 아직까지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확고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2월에 경선이 열리는 4개주 중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는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 초반 경선이 혼전 양상으로 빠지게 되면, 최종 후보가 누가 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들에게 고액의 선거자금 후원자만큼 중요한 것은 명망있는 정치적 인사의 공식적인 지지 선언이다. 만약 민주당 유권자들의 표심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정치계 인사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면, 박빙의 경선 레이스에서 한발 앞서나갈 수 있기 때문.

◇ 오바마 지지는 곧 민주당 경선 승리?

민주당 후보들에게 가장 큰 힘이 돼줄 수 있는 정치인은 누굴까? 바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다. 내년 대선이 ‘트럼프 대 안티트럼프’의 양상으로 펼쳐지게 된 만큼,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선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는 민주당 경선을 좌우할 수 있는 변수이기 때문.

실제 USA투데이와 서포크대학이 지난 10월 23~26일 399명의 민주당 유권자에게 과거 민주당 대선 후보 중 이번 선거에서 표심에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이 누구인지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67%가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2위를 차지했지만, 그를 지목한 응답자는 11%로 오바마 전 대통령의 6분의 1에 불과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는 각각 6%에 그쳤다. 

코리 부커 상원의원을 지지한다고 밝힌 한 민주당 유권자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부커 의원이 경선을 완주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만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특정 후보에 대해 지지를 선언한다면, 나도 그 후보를 지지하겠다. 오바바의 지지 선언은 매우 강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바마 전 대통령은 경선 과정에서의 잡음을 의식해서인지 아직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셸 오바마 여사는 지난 7월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자신과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경선에서 승리하는 후보라면 누구든 지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자유메달을 수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을 앞둔 지난 2017년 1월 12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자유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바이든 향한 '오바마 향수'

오바마 전 대통령의 심중이 어떤 후보를 향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오바마 정부를 그리워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은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을 맡았던 조 바이든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바이든 전 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층인 흑인 유권자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퀴니피악대학이 지난 4~9일 전국 1533명의 등록유권자에게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흑인 응답자 중 51%가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 뒤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13%,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12%의 순이었으며,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2%에 그쳤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전형적인 백인 남성 후보인데다, 과거 인종갈등 해소를 위한 강제 버스통학 정책에 반대하는 등 인종 이슈와 관련해 약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흑인 유권자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후광효과로밖에 설명하기 어렵다. 

특히 내년 2월 경선이 열리는 4개주 중에는 흑인 유권자 비중이 매우 높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도 포함돼 있다. 만약 바이든 전 부통령이 부티지지 시장이 앞서고 있는 아이오와에서 반전을 일으킬 수 있다면, 오바마 효과에 힘입어 초반 독주 태세를 굳힐 가능성이 높다.  

다만 바이든 전 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며 홀로서기에 나선 모양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2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지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모두 내가 그와 가깝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라며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지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4월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누가 후보로 선출되든 자력으로 당선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자신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미 오바마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표심이 자신을 향한 상황에서 굳이 공개 지지를 요청해 경선 과정에 잡음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는 계산인 것으로 풀이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사진=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사진=연합뉴스

◇ 오바마, 샌더스·워런과 거리두기

반면 샌더스·워런 등 바이든 전 부통령을 추격 중인 2~3위권 후보들은 부정적인 의미에서 오바마 효과를 받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가장 진보적인 성향의 두 후보와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정치적인 입장이나 지향점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

실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기부 모임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지나치게 급진적인 공약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 우려를 밝힌 바 있다.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우리는 한계를 넘어서 대담한 비전을 추구해야 하지만, 동시에 현실에도 뿌리를 내려야 한다”며 “평범한 미국인들은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지목한 것은 아니지만, 이날 발언은 샌더스·워런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내세우는 건강보험 등의 급진적인 공약이 세금 부담 등을 우려하는 중산층 유권자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데다, 중도층 표심을 끌어오기에도 불리하기 때문.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발언은 결국 샌더스·워런의 대선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으로 읽힐 수 있다. 

실제 민주당 내에서 급진적 공약으로 한때 바이든 전 부통령의 1위 자리를 위협했던 워런 의원을 향한 지지 열기는 다시 가라앉는 추세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한 결과, 워런 의원은 15.3%로 바이든 전 부통령(28.5%)에게 13.2%p 뒤진 3위로 집계됐다. 

◇ 부티지지, 오바마 측근 지지로 표심 공략

반면 오바마 전 대통령 대신 그의 측근들로부터 지지를 얻어낸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과 같은 후보도 있다. CNN 등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수행비서였던 레지 러브와 오스턴 굴스비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선거 자문이자 백악관 건강보험 개혁 홍보책임자였던 린다 더글러스 등 3명은 최근 부티지지 시장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를 선언했다. 

최근 경합주에서 선전하며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부티지지 시장은 급진 후보들과 차별화되는 공약과 오바마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화법으로 지지세를 끌어올리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27일 부티지지 시장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며, 그가 최근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자신과 오바마의 유사성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부티지지 시장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측근들에게 손을 내민 것 또한, 자신을 '제2의 오바마'로 포장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 

다만 부티지지 시장은 대선 후보 시절의 오바마와 달리 정치 경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 시장 재임 기간 중 발생한 인종 관련 스캔들 등으로 인해 흑인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점에서 ‘제2의 오바마’를 노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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