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3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키코 불완전판매 배상 결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3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키코 불완전판매 배상 결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판매은행들이 피해기업에게 손실액의 최대 41%를 배상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이 내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를 열고 금융위기 시 발생한 통화옵션계약(키코, KIKO) 분쟁조정신청에 대해 은행의 불완전판매책임을 인정하고 손해액 일부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이번 분조위에서는 지난해 7월 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 등 4개 피해기업과 신한·KDB산업·우리·씨티·KEB하나·대구 등 6개 판매은행을 대상으로 분쟁조정 절차가 진행됐다. 4개 피해기업의 총 피해액은 약 1490억원에 달한다. 

분조위는 이번 분쟁조정에서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제시된 판단기준에 따라  키코 판매 과정의 불완전판매 책임이 대해 심의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3년 판결에서 키코 판매가 불공정행위에 해당하지는 않으나,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 등은 불완전판매의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금감원은 “은행은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금융기관에 비해 더 큰 공신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위험성이 큰 장외파생상품의 거래를 권유할 때에는 더 무거운 고객 보호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판매은행들은 4개 기업과 키코 계약 체결 시 예상 외화유입액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타행의 환헤지 계약을 감안하지 아니하고 과도한 규모의 환헤지를 권유, 체결해 적합성 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또한 “이에 따른 오버헤지로 환율상승 시 무제한 손실 가능성 등 향후 예상되는 위험성을 기업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던 점(설명의무 위반) 등을 감안할 때, 고객보호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비율은 2014년 동양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불완전판매 분쟁조정과 지난해 KT ENS 불완전판매 분쟁조정 등 기존 사례를 기준으로 산정됐다.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30%를 적용하고, 사례별로 은행의 위반 정도 및 피해기업의 자기책임사유에 따라 가감 조정해 최저 15%에서 최고 41%의 배상비율을 산정했다. 

판매은행 중 가장 많은 금액을 배상하게 된 곳은 신한은행으로 총 150억원을 물어내게 됐다. 그 뒤는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의 순이다. 

금감원은 피해기업 및 판매은행에게 이번 분조위 조정결정 내용을 조속히 통지하고 수락을 권고할 방침이다. 피해기업과 판매은행이 조정안 접수 뒤 20일 내에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돼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된다. 

금감원은 또한 다른 키코 피해기업에 대해서는 양 당사자의 수락으로 조정결정이 성립되면 은행과 협의하여 피해배상 대상 기업 범위를 확정한 후 자율조정(합의권고) 방식으로 분쟁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키코공동대책위원회는 금감원 결정에 대해 “아쉽지만 금융당국의 진정성 있는 노력에 감사한다”며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공대위는 이어 “이 결과에 따라 나머지 피해기업들이 은행과 협상을 하게 된다”며 “이 협상에 은행들이 진정성을 갖고 임하기를 기대하고, 이번 분쟁조정이 피해기업들에게 희망고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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