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미투' 시오리 승소, 서지현 검사 "그녀는 이겼다"
'日 미투' 시오리 승소, 서지현 검사 "그녀는 이겼다"
  • 홍성호 기자
  • 승인 2019.12.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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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사실을 폭로한 일본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이토 시오리. 사진=연합뉴스
성폭행 피해사실을 폭로한 일본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이토 시오리.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일본 '미투' 운동의 상징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이토 시오리가 자신을 성폭행한 방송사 고위 임원에 대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승소했다.

NHK 등 외신에 따르면, 18일 도쿄지방법원은 일본 민영방송사 TBS 전 워싱턴지국장 야마구치 노리유키가 이토에게 330만엔(한화 약 35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토는 지난 2015년 야마구치와 일자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의식을 잃은 뒤 호텔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며, 2017년 12월 1100만엔(약 1억17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사건 당시 이토는 경찰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호텔 CCTV 영상과 택시운전사의 증언 등을 확보해 검찰에 전달했다. 하지만 준강간(심신상실 및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성폭행)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음에도 경찰은 상부 지시를 이유로 구속집행을 중단했으며, 검찰도 사건 발생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일본 내에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자서전을 집필하는 등 친밀한 사이를 유지해온 야마구치가 정치권 인맥을 활용해 사건을 무마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이토는 2017년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을 폭로했으나, 관련 기사에 “여자가 먼저 유혹했다”, “유명해지려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치고 있다”와 같은 댓글이 올라와 2차 가해를 당하기도 했다. 심지어 기자회견장에서는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는 이유로 "복장이 불량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야마구치 또한 이토와의 성관계는 합의된 것이고 오히려 이토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1억3000만엔(약 13억87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이날 재판부는 야마구치의 반소를 기각하고 이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토가 친구와 경찰에게 피해 상담을 한 것은 성행위가 자신의 의사에 반해 이뤄졌음을 입증한다”며 “반면, 야마구치의 진술은 당시 보낸 메일과 내용이 모순되고, 핵심 부분이 불합리하게 바뀌어 신뢰성이 중대하게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한 “이토가 성범죄 피해자를 둘러싼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피해를 공표한 행위는 공익성이 있으며, 내용도 진실이라고 인정된다”며 야마구치의 반소를 기각했다. 

이토는 판결 후 기자들과 만나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번 판결로 하나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라 생각한다”며 “하지만 승소했다고 해서 제가 받은 상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토는 이어 “형사사건이 불기소된 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민사소송을 제기해 법정에서 증거를 제출하는 등 조금이라도 실상을 공개할 수 있었다”며 “지금도 혼자서 불안한 생각을 가지고 성폭행 피해를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조금이라도 이들의 부담이 없어지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야마구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판결에 대해 “전혀 납득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야마구치는 “제가 설명한 부분은 모두 부정된 반면, 이토가 말한 것은 일방적으로 진실이 됐다. 즉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오리가 이겼다”며 “그녀가 받은 고통에 비하면 너무나 미미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이겼다”고 적었다. 이토는 2017년 5월 기자회견을 열어 방송사(TBS) 간부의 성폭행 사실을 고발했으나, 오히려 ‘꽃뱀’ 취급을 당하며 살해협박에 시달리다 일본을 떠나야 했다. 또 누군가의 압력으로 관련 수사는 중단됐고, 가해자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한편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해 한국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는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토 시오리의 승소 소식을 알렸다. 서 검사는 재판 결과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너무나 길었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이겼다”고 적었다.

서 검사는 이어 “우리는 이겨가고 있고 세상은 변하고 있다”며 ‘성폭력은 범죄다’라는 해시태그(#)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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