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商人 그리스도
상인商人 그리스도
  • 김용국(시인)
  • 승인 2019.12.2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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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숙. 안식, water color on paper. 73x61cm, 2008
신의숙. 안식, water color on paper. 73x61cm, 2008

 

우리의 정원 호랑가시나무*가
아무리 푸르르다 해도
우리는 집을 비운다.

사람 가득한 거리로 쏟아져 나와
부자는 더욱 많이 빈자貧者는 더욱 적게
축복을 사기 위해 시장에 간다.
시장 광고탑은 별보다 더욱 높이 빛나고,

상인 그리스도!
상인 그리스도!

그의 생일은 호황기
없는 것이 없는 사랑의 상품
상품이 사랑이 되어서
우리는 저마다 한아름의 선물로
새로운 신약을 완성한다.

우리의 정원 호랑가시나무에
흰 눈이 내려도
누가 오늘 태어나 가장 낮은 곳에 누울 것인지
아무도 기다리지 않고
우리의 집은 낡은 구유처럼 비어 있다.

미국 상원의 채플 목사였던 리처드 핼버슨 목사는 말했다지요. “처음에 교회는 살아계신 그리스도를 중심에 둔 사람들의 교제 모임이었다. 그러나 그 후 교회는 그리스로 이동하여 철학이 되었고 로마로 옮겨가서는 제도가 되었다. 그다음에 유럽으로 넘어가서 문화가 되었고 마침내 미국으로 왔을 때, 교회는 기업이 되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쿼바디스》의 김재환 감독은 "교회는 한국으로 와서는 대기업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는 ‘세상에 욕망’에 몰두한 나머지 ‘하늘에 대한 소망’을 상실했기 때문이지요.

종교만 그런 게 아니라 일반 우리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욕망이 사람보다, 욕망이 사랑보다, 욕망이 신뢰보다 가슴에 가까이 있을 때 타인은 나의 적이 됩니다. 동시에 나는 타인의 적이 되겠지요.

‘우리의 정원 호랑가시나무에 / 흰 눈이 내려도 / 누가 오늘 태어나 가장 낮은 곳에 누울 것인지 / 아무도 기다리지 않고 / 우리의 집은 낡은 구유처럼 비어 있다.’

이천 년 전에 예수가 구유에 오신 것처럼 지금 우리는 이 구유를 보면서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가요. 아니면 구원의 기다림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닌가요. 이 구유는 탐욕으로 이미 가득 채워져 있거나, 비어 있어도 너무 낡아서 누군가 오고 싶어도 올 수가 없는 곳이 된 것은 아닌가요. 우리의 세상과 마음에 ‘예수 그리스도’는 없고 ‘상인 그리스도’만 있는 건 아닌지요.

*호랑가시나무 : 늘푸른나무로 크리스마스트리로 흔하게 사용된다. 크리스마스카드에 눈, 실버벨과 함께 상투적으로 그려지는 나무.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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