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검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검찰이 공수처 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한 이번이 처음이다. 

대검찰청은 26일 ‘공수처에 대한 범죄 통보조항은 중대한 독소조항’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등의 중요 사안에 대해 수사하는 단일한 반부패기구일 뿐, 검경의 수사 컨트롤타워나 상급기관이 아니다. 그럼에도 수사 착수단계부터 내용을 통보받는 것은 정부조직체계 원리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대검은 이어 “공수처는 검경의 수사착수 내용을 통보받아야 할 마땅한 이유가 없다. 공수처와 검경은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수사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최종 합의한 공수처법 수정안 24조에는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인지한 경우, 곧바로 공수처장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앞서 지난 4월 발의된 원안에는 공수처장이 다른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인 사건을 공수처로 넘겨달라고 요청할 권한만 명시됐다. 이후 최종 합의된 수정안은 검경에게 공수처에 대한 통보 의무를 부여한 것. 검찰은 이 조항을 독소조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검은 “대통령과 여당이 공수처장 내지 검사 임명에 관여하는 현 법안 구조에서 공수처에 대한 사건 통보는 수사 검열일 뿐만 아니라 청와대, 여당 등과 수사정보 공유로 이어져 수사의 중립성 훼손 및 수사기밀 누설 등 위험이 매우 높다”고 반발했다.

대검은 이어 “수사착수부터 검경이 공수처에 사전보고하면 공수처가 입맛에 맞는 사건을 이첩받아가서 자체 수사개시해 ‘과잉수사’를 하거나, 검경에 맡겨놓고 싶지 않은 사건을 가로채가서 ‘뭉개기 부실수사’를 할 수 있다. 이는 수사의 신속성·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대검의 이번 입장표명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4+1 협의체 최종 합의안에 원안에 없던 해당 조항이 신설된 것에 대해 강경한 입장 표명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은 “해당 조항은 수정안의 한계를 넘었을 뿐만 아니라 사개특위, 법사위에서 공식적으로 논의조차 되지 않은 사항이 4+1 협의 과정에서 갑자기 포함된 것”이라며 “이러한 성안 과정은 그 중대성을 고려할 때 통상의 법안 개정 절차와 비교해보더라도 절차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도 검찰과 같은 입장이다. 한국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군소정당들과 야합해 기존 공수처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완화하기는커녕 심각한 독소조항을 추가하고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공수처가 '게슈타포'이자 '민변검찰'로서 대통령의 친위기구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그대로 증명해 보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수정안은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를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하도록 했다. 이는 기존 백혜련 의원 안이 다른 수사기관에서 진행 중인 수사를 공수처에 이첩하도록 한 독소조항을 넘어서 수사 단서만 인지해도 무조건 공수처에 모든 정보를 넘기도록 한 것이다. 이 경우 최근 조국 수사, 유재수 수사 등에서도 보듯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시작하기도 전에 묻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또 "공수처 검사의 자격요건에 있어 원래 '10년 이상의 재판, 수사, 조사 업무'의 경력을 요구하던 것을 '5년 이상'으로 대폭 완화시켰다. 이는 특정 성향을 가진 변호사를 대거 공수처검사로 임명해 민변검찰화 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심각한 독소조항이다"라고 주장했다. 

4+1 협의체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검찰·경찰과 달리 전국적인 인적·물적 조직망을 갖추지 않은 공수처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를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검찰·경찰이 나쁜 의도를 갖고 사건을 왜곡·암장하려 한다면 공수처가 이를 방지할 권한이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이어 "검찰이 범죄를 인지해서 수사를 진행해 기소 단계까지 됐는데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하게 되면 수사상 혼란을 야기할 수 있고, 다른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공수처가 사건을 가져갈 수 있다면 수사를 게을리할 가능성도 있다. (수정안으로) 초기에 수사 주체가 결정돼 수사력 낭비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 검사의 자격 요건을 완화한데 대해서는 "법조경력이 5년 이상 되는 자 중에서 법관을 뽑도록 한 법조일원화 제도가 시행된 점을 고려한 것이다.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판사·검사들 중에서 인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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