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정당의 허와 실, 해외 사례는
위성정당의 허와 실, 해외 사례는
  • 장소라 기자
  • 승인 2019.12.30 14: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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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국회에 난데없는 ‘알바니아’ 바람이 불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알바니아를 비롯해 레소토, 베네수엘라 등의 과거 선거 결과를 인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이들 국가에서 비례 의석만을 노린 ‘위성정당’ 설립으로 인해 선거결과가 왜곡됐으며, 결국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기하고 다른 선거제도로 변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로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국가에서 ‘위성정당’ 문제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이를 제도적으로 방지하는 것은 불가능한지 실제 사례를 통해 알아봤다.

◇ 알바니아·레소토·베네수엘라, 위성정당 문제 겪고 선거제도 변경

알바니아에서 ‘위성정당’ 문제가 발생한 것은 2005년 총선이다. 당시 알바니아의 선거제도는 지역구 100석, 비례 40석의 혼합제였으며, 비례 40석은 모두 전국 단위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있었다. 

당시 알바니아 정계를 양분하고 있던 두 거대정당인 민주당과 사회당은 총선에서 초과 의석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고 비례의석 감소를 막기 위해 각각 4개, 6개의 위성정당을 설립, 유권자들에게 비례선거에서 이들 군소정당에 투표하도록 유도했다. 알바니아 선거제도는 득표율 2.5% 미만 정당, 4% 미만 선거연합체에게는 의석을 배분하지 않도록 해 비례의석을 노린 군소정당이 난립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거대정당의 위성정당 설립을 막을 장치는 없었기 때문에, 양당의 시도를 예방할 수 없었다.

선거 결과는 위성정당 전략의 성공이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 4개는 총 33.5%의 정당 득표율을 올리며 비례의석에서 총 18석을 챙겼다. 사회당 또한 6개 위성정당을 통해 32.4%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하며,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18석을 가져갔다. 다만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가장 많은 56석(사회당 42석)을 챙겨, 총 74석으로 전체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게 됐다.

레소토와 베네수엘라도 알바니아의 사례와 거의 유사하다. 레소토는 2007년 총선에서 지역구 80석 및 비례 40석의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는데, 당시 여당이었던 레소토 민주주의 의회(Lesotho Congress for Democracy)는 선거 승리를 확실히 하기 위해 비례대표 후보를 아예 내지 않고 국가독립당(National Independent Party)이라는 위성정당을 설립했다. 이에 대항하는 전국민대회(All Basotho Convention) 또한 레소토노동당(Lesotho Worker’s Party)를 설립해 LCD와 같은 전략을 사용했다. 결국 LCD는 지역구에서 직접 얻은 62석과 위성정당 NIP가 얻은 21석의 비례 의석을 포함, 총 83석으로 과반을 차지하게 됐다.

베네수엘라에서도 전체 의석의 60%를 지역구 투표를 통해 뽑고, 나머지를 비례대표에 할당하는 준연동형을 도입한 2000년과 2005년 위성정당을 활용한 분할투표 전략이 사용됐다. 특히, 2005년에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정당 ‘제5공화국 운동’(Fifth Republic Movement)이 위성정당을 통해 의회를 장악하려 시도하자 5개 야당이 이에 항의하며 선거를 보이콧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그 결과, 제5공화국이 114석, 기타 친차베스 정당들이 53석 등 총 167석을 모두 집권당이 차지했고 차베스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 위성정당 시도 없었던 독일·뉴질랜드·스코틀랜드·웨일즈

반면 이들과 마찬가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위성정당 문제 없이 선거제도가 잘 작동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연동형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독일을 비롯해 뉴질랜드, 영국의 스코틀랜드와 웨일즈에서는 알바니아 등과 같은 사태가 발생한 적이 없다.

물론 독일에서도 지역구 투표와 비례 투표를 각기 다른 정당에게 배분하는 분할투표 전략이 사용된다. 다만 이는 정당에서 비례의석 감소를 막기 위해 유권자에게 독려하는 방식이 아니라, 군소정당 지지자가 사표를 방지하고 지지정당의 의석수를 늘리기 위해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경우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들 국가에서는 왜 위성정당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우선 이들 국가에는 위성정당의 난립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갖춰져 있다. 독일은 2013년 선거법 개정을 통해, ‘비례 투표 총수의 5% 또는 지역구 3석 이상’이라는 조건을 갖추지 못한 정당에 투표한 유권자의 비례투표를 득표수에서 제외한다. 비례의석만을 노린 군소정당의 난립을 막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이 제도는 군소정당의 난립을 막을 뿐, 거대정당의 지원 하에 충분한 정당득표율을 올릴 수 있는 위성정당의 설립을 막지는 못한다. 알바니아 또한 2005년 독일과 비슷한 장치를 도입했음에도 위성정당으로 인한 선거결과 왜곡을 막지 못했다. 

결국 두 국가의 결정적인 차이는 민주주의적 정치문화의 성숙도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유권자들이 거대정당의 의도대로 위성정당에 대한 비례 투표 전략을 따를 경우, 위성정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왜곡시킬 수 있는 큰 위험이다. 반면, 유권자가 정당의 의도와 달리 위성정당 설립에 반발할 경우, 위성정당은 역으로 기존 정당지지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악수가 된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2007년 선거제도 개혁 보고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소개하는 부분에 위성정당의 위험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보고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한 정당을 지역구와 비례의 두 정당으로 분할해 선거제도를 조작하려는 시도가 드물게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이 보고서는 “독일·뉴질랜드·스코틀랜드·웨일즈 등 4곳에서는 위성정당 설립이 시도된 적 없다”며 “온타리오주의 ‘정치문화’를 고려할 때, 위성정당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지역 유권자들에게 내재된 정치의식이 위성정당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자료=리얼미터
자료=리얼미터

◇ ‘비례한국당’, 의도대로 될까?

한국에서도 위성정당 전략이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것이라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제도적으로 한국당같은 거대 정당이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을 막기는 어렵지만, 유권자들이 ‘비례한국당’에 기꺼이 표를 행사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27일 전국 성인 504명에게 비례정당 창당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반대는 61.6%로 절반 이상이었으나 찬성은 25.5%에 불과했다. 

문제는 한국당의 핵심 지지층에서도 위성정당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한국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 중 위성정당 찬성은 45.4%, 반대는 43.9%로 겨우 1.6%p의 격차를 보였다. 보수층(50.8% vs 35.5%), 60대 이상(66.9% vs 24.6%), 대구·경북(63.1% vs 28.8%)과 부산·울산·경남(62.1% vs 17.7%)에서도 위성정당에 반대하는 응답자 비율이 대부분 60%를 넘어섰다.

결국 위성정당을 통해 비례 의석을 모두 챙기겠다고 나설 경우, 오히려 여론의 반발로 지역구 의석을 잃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막을 ‘묘수’라고 생각했던 ‘비례한국당’이 오히려 유권자에게는 ‘꼼수’로 인식돼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위성정당’이라는 함정이 숨어있다고 해서 그 대안이 현재의 거대 양당 구도를 만들어낸 병립형 소선구구제라는 뜻은 아니다. 베네수엘라의 경우 위성정당 문제로 야당이 선거를 보이콧 한 후 병립형으로 다시 돌아갔으며, 레소토는 1인 2표제에서 1인 1표제로 다시 선거제도를 수정했다. 반면 알바니아의 경우 140개 의석을 모두 광역단위별 비례대표로 채우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전환해 오히려 비례성을 강화했다. 

한편 한국당은 이미 ‘비례한국당’ 창당을 공식화하고 1월 중 창당대회까지 마칠 예정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꼼수에는 묘수를 써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며 연동형을 ‘꼼수’로, 위성정당을 그에 대응하는 ‘묘수’로 표현했다. 한국당의 ‘묘수’가 과연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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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니 2020-03-03 15:53:01
아쉽게도...우리나라의 30%는 그걸 이해할 만큼 성숙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유럽같은 선결과를 얻지는 못할 것이고 30%의 국민들에게는 묘수로써 받아들여질 겁니다. 현실을 바로 보지 않은 일부 정당의 바보 같은 선택에 어떻게 이룩한 현 대한민국인데 그 안일함에 한숨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