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취
수리취

 

갈색 산하는 쓸쓸하고 허전하다. 그러나 아직도 지난 가을이 흔적이 있는 것은 수리취가 가장먼저 눈에 띤다. 화려하지 않은 꽃잎과 가시모양의 열매의 차이가 없고, 거의 그 모습으로 겨울을 맞이한다. 애처로운 자태에서 의젓함이 보인다. 의젓함에서 당당함을 느낀다. 의젓하고 당당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DMZ가 사라져 위풍당당한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정말로 좋겠다. 좋은 일이란 무엇인가. 좋은 일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나에서 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스스로 좋은 일을 만들어가자는 다짐을 하며 ‘수리취’를 바라본다.

수리취.
수리취.

 

우리말 ‘수리’는 크다는 뜻으로 식물이름에 ‘말’ ‘대’ ‘왕’ 같이 접두어로 사용된다. 또한 수리는 천수경에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원래 산스크리트어로 수리는 길상존(吉祥尊), 마하는 크다 라는 의미다. 마하수리는 대길상존이다. 수수리는 지극하다. 사바하는 원만성취라고 한다.

즉, “길상존 이시여 길상존 이시여, 지극한 길상존 이시여, 원만성취하소서”이라고 한다. 쉽게 풀이하면은 “좋은 일이 있겠구나, 좋은 일이 있겠구나, 대단히 좋은 일이 있겠구나, 지극히 좋은 일이 있겠구나, 아! 기쁘도다~”라고 한다. 

국화과의 수리취는 대한민국에 서식하는 70여종의 취나물 중에서 초장이 1m내외로 제일 큰 취 이다. 봄에 새순이 올라오면 수릿날 풍년을 기원하면서 수레바퀴모양의 절편을 만들어 먹는다. ‘수릿날’은 단오(端午)의 우리말로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이다. 수릿날에 수리떡을 해먹는다고 떡취 라고도 하고, 잎 뒷면이 희다고 ‘흰취’ 라고도 한다.

2020년은 경자년(庚子年)으로 흰쥐 띠라고 하니 수리취떡을 많이 먹고 좋은 일만 가득 했으면 한다. 맛은 단백하면서 쌉싸래하다. 감칠 맛나게 당기지는 않지만 자꾸만 손이 가는 수수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고향의 정취를 가진 포근함이 있다. 가을이면 양지바른 오솔길 옆에서 ‘수리취꽃’이 하늘빛에 투영되어 피어난다. 줄기와 가지 끝에 머리모양의 적자색 꽃이 1개씩 피어나는데 지름은 4~5cm정도이다.

수리취 군락.
수리취 군락.

 

먼저 올라온 수술 사이에서 나중에 암술이 돋으며 암술머리는 2개로 갈라진다. 꽃을 보면 저것이 꽃인지 열매인지 아리송하게 경계가 모호하다. 가시 같은 끝에 붉은 부분이 꽃이 피려고 하는 모습이 경이롭다. 영글어가며 하늘거리는 자태가 무섭기도 하지만 귀엽고 사랑스럽다. 뿌리와 줄기를 산우방(山牛蒡)이라 한다. 산에서 나는 우엉으로 섬유질이 많고 지질이 많아 다이어트에도 좋으며 우엉보다 효능이 좋다고 한다. 또한 열을 식히고, 해독, 염증제거, 심장을 튼튼히 하는 등 약식동원의 나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꽃말이 ‘장승’이다. 산에서 처음 보는 순간 아! 그래, 딱 장승모습이로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장승 꽃이로다. 꽃 장승 이로구나!

꽃 장승이 근엄하고 부드럽게 옷깃을 잡는다. 천천히 쉬어가며 일하시라고 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이야기 할 시간을 잃어버리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바쁘다. 정신없이 바쁘다” 하면서 소중한 나를 잃어버리고 장승처럼 서 있는 것은 아닌지 발길을 멈추어 뒤돌아보자. 주위를 살펴보자. 반대편에서 서서 생각해보자. 눈을 보면서 가슴에 담은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좋은 일이 있도록 기도하고 응원 하자. 상대방의 좋은 점만 이야기 하자.

사람은 지수화풍(地水火風)의 인연체로서 구름처럼 모였다가 구름처럼 흩어지는 것인데 무었을 움켜쥐려는 것인가. 영원한 것은 없다. 순간 찰나에 감사하고, 지금에 충실 하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사람과 더불어 모든 생명체가 서로 존중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소망한다. 

<필자 약력>

30여년간 야생화 생태와 예술산업화를 연구 개발한 야생화 전문가이다. 야생화 향수 개발로 신지식인, 야생화분야 행정의 달인 칭호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소장으로 퇴직 후 한국야생화사회적협동조합 본부장으로 야생화에 대한 기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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