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 신도가 손을 잡아 당기자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 신도가 손을 잡아 당기자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프란치스코 교황(83)이 자신의 손을 잡아끈 신도에게 화를 냈다가 사과해 화제가 되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지난달 31일 오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신자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돌아가던 도중, 한 여성이 손을 거칠게 잡아끌자 손등을 두 차례 내리치며 화를 냈다. 굳은 표정으로 돌아서는 교황과 무안한 표정의 여성이 대비되는 영상은 전 세계에 송출돼 화제가 됐다.

교황은 1일 해당 사건에 대해 즉각 사과했다. 교황은 “우리는 자주 인내심을 잃으며, 나 또한 그렇다”며 “어제 일어난 나쁜 예시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사과 전 새해 첫 미사에서도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은 신성모독과 같다”고 말했다. 

◇ 요한 바오로 2세, 카톨릭 역사적 과오에 대해 수 차례 사과

이번 사례처럼 교황이 개인적인 해프닝을 이유로 사과하는 경우는 쉽게 보기 힘들지만, 교황의 공식 사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교황청의 ‘사과 문화’는 특히 제264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재임 기간부터 시작됐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주로 카톨릭이 저지른 역사적인 과오에 대해 수차례 사과한 것으로 유명하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첫 공식 사과는 취임(1978년) 14년 후인 1992년에 발표됐다. 당시 요한 바오로 2세는 1633년 로마 교황청이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대한 종교재판에서 지동설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도록 강요한 것에 대해 346년만에 사과하고 그의 교적을 공식 회복했다. 

갈릴레이에 대한 사과는 요한 바오로 2세의 수많은 사과 목록 중 첫 번째일 뿐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그 이후에도 아프리카 노예무역과 제국주의 국가의 식민지배, 2차대전 당시 홀로코스트 등과 관련해 교회가 저지른 악행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의 뜻을 밝혔다. 

1984년 소록도를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환영하는 나환자들에게 축복을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84년 소록도를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환영하는 나환자들에게 축복을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프란치스코, 과거보다 현실 문제에 초점

이처럼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는 카톨릭의 전통은 후임자인 베네딕토 16세에서 잠시 단절됐다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하면서 다시 부활했다. 역사적 과오를 뉘우치는데 집중했던 요한 바오로 2세와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카톨릭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가 부딪힌 여러 현안들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첫 사과는 유럽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난제인 ‘난민’에 대한 것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후 3년이 지난 2016년 4월, “난민의 존재가 가져올 삶과 정신상태의 변화를 두려워하며 폐쇄적이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우리 사회를 용서해달라”며 “난민은 부담이 아니라 선물”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카톨릭 내에서 언급을 꺼리던 사제의 성추문에 대해서도 사과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7년 칠레를 방문해 “일부 사제가 어린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힌 데 대해 고통과 수치심을 느낀다”며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올바른 일”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2018년 성추문 은폐 의혹이 있는 칠레 주교 3명의 사퇴를 수락했다. 

다만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3년 취임 당시 “만약 동성애자가 선의를 갖고 신을 찾을 때, 우리 중 누가 그를 심판할 수 있는가”라며 동성애는 죄지만, 동성애자를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16년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교회가 동성애자를 차별한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에는 “동성애가 우리 사회에 유행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하며 “동성애자가 성직자의 길을 걷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전과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 네티즌 반응, “교황도 사람, 인간미 봤다”

주로 사회적 문제나 역사적 과오에 대해 사과해온 교황이 개인적인 해프닝으로 사과를 한 것은 드문 일인만큼 카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많은 네티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네티즌들은 화를 낸 교황을 비난하기보다는 교황의 ‘인간미’를 봤다며 오히려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만약 내가 80살이고 누군가 나를 저렇게 잡아끌었다면 나는 주먹을 날렸을 것”이라며 “교황은 예수가 아니라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교황은 여성을 공격한 것이 아니라 단지 떼어냈을 뿐”이라며 “과거 교황 암살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옹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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