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간)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 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글로벌 불확실성이 늘어나 수출 회복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 국방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거셈 솔레이마니를 제거했다”며 “이란의 미국에 대한 공격계획을 억제하기 위해 이번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란 핵합의 탈퇴 및 경제제재 등으로 갈등관계를 이어왔지만 군사행동은 자제해온 미국이 이란군 최고 실세를 제거하면서 중동 정세도 예측불가능의 상황으로 돌아섰다.

문제는 이란의 보복 여부에 따라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것.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3일 “솔레이마니를 암살한 자들은 가혹한 보복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실제 솔레이마니의 장례식이 있었던 4일, 이라크 바그다드 북부 미 공군기지와 미 대사관이 있는 그린존을 겨냥한 포격이 발생했다. 미 국방부 또한 “미국의 이익과 안전을 지키는 데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군사행동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처럼 불안정한 중동 정세가 장기화되면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과 교역 위축으로 수출 회복세가 더뎌질 수 있기 때문. 실제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3일 두바이유는 전일 대비 3.20% 상승한 배럴당 67.79달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3.06% 오른 63.05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또한 68.60달러로 3.55% 상승했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세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지난해 5월 한국에 대한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예외 조치를 중단하면서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된 상황이기 때문. 게다가 이란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면서 지난해 10월경부터는 사실상 교역 자체가 중단됐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 이번 사태로 인해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비관론을 논의하기에는 이르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 유안타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6일 “현시점에서 유가 급등 및 고공행진이 진행될 경우 매크로 환경 및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에 대한 부담으로 연결되어 증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당분간 우려가 증시 변동성을 확대시킨다 해도 이를 근거로 중장기 시장 전망을 바꾸기에는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원은 이어 “수요에 의한 것이 아닌 공급 충격에 의해 발생한 유가의 변동성은 대부분 상황 종료와 더불어 빠르게 축소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유가의 빠른 상승이 나타나는 과정에서 불안감은 불가피하겠지만 당장 증시의 비관론으로 연결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이진우 연구원 또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증폭돼도 주식시장의 추세 이탈 변수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극단적으로 ‘전쟁’이라는 시나리오가 상정된다 하더라도 큰 폭의 주가 조정을 야기하는 사안은 아니기 때문”이라며 “현재는 구조적인 유가 급등 가능성이 낮고, 원유에 대한 경기 민감도가 낮아졌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이며,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도 마찬가지”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이란 간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에 잠재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란 원유 수출은 이미 중단돼 국제유가에 큰 영향이 없을 수 있지만, 세계 원유 수송량의 3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에 의해 봉쇄되면 국제유가가 안정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키움증권 안예하 연구원은 “이번 중동발 리스크 요인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미-중 무역협상의 긍정적 효과를 상쇄시킬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번 중동발 리스크 요인이 금융시장 내 불확실성을 다시금 높이면서 기준선 50을 하회하는 국면이 좀더 장기화될 수 있다.이는 결국 국내 수출의 개선 강도 또한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 정세보다는 그로 인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망이 국제 금융시장에 더 큰 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미-이란 간 전면적 군사 충돌 가능성은 낮지만 원유 수급 리스크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금융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오히려 트럼프 대선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솔레이마니 공습 지시에 대해 “재선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어 외교정책의 비판을 방관만 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음은 대선 이전까지 트럼프 대통령발 불확실성 리스크가 잠재해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대비해 중동에서 추가적인 돌발행동을 감행한다면, 글로벌 경제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의 반등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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