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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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드] 슬그머니 수입량이 늘어나던 일본 맥주에 또다시 악재가 나타났다. 주세 부과 기준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면서 국산 맥주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강화된 것. 

6일 국세청은 이달 1일부터 맥주와 탁주에 대한 주세 부과 기준이 가격 기준인 종가세에서 출고량 기준인 종량세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제품 출고 시 가격(수입 주류는 수입신고 시 가격)에 따라 주종별 세율을 곱해 주세를 산출했다. 이 경우, 국산 맥주는 출고시점에 주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제조원가뿐만 아니라 판매관리비와 매출 이익 등이 모두 과세표준에 포함된다. 반면, 수입 맥주는 수입가액과 관세만이 과세표준에 포함되고 판매관리비와 매출 이익 등이 과세표준에서 제외된다. 

종가세 덕분에 수입 맥주는 상대적으로 국산 맥주에 비해 적은 주세가 부과돼 높은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편의점에서 수입 맥주가 ‘4캔에 1만원’ 행사와 같은 공격적 마케팅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500㎖ 1캔의 출고가는 1565원, ‘피츠’는 1467원으로 이마저도 최근 13~16% 인하한 것이다. 반면 수입 맥주의 신고가는 이보다 훨씬 낮다. 예를 들어, 체코산 맥주의 경우 1t당 신고가가 2018년 기준 535달러로 500㎖로 환산하면 신고가가 300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렇게 아낀 주세는 ‘4캔 1만원’ 같은 공격적 마케팅 비용으로 활용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수입 맥주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14년 6.7%에서 2018년 17.5%로 5년간약 2.6배 증가했다. 국내 주류 제조업체들이 종가세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셈이다. 실제 OECD 35개국 중 30개국은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호주·터키는 종량세와 종가세를 병행 중이며, 종가세만 적용하는 국가는 멕시코와 칠레뿐이다. 

하지만 종량세로 전환된 올해부터는 주종이 동일하고 같은 양을 출고한 경우 동일한 세금이 부과된다. 병맥주와 페트맥주는 출고가격이 소폭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캔맥주의 경우 출고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캔용기 제조비용 때문에 출고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 더 많은 세금이 부과됐던 국산 캔맥주가 종량세 전환 시 상대적으로 더 큰 혜택을 보기 때문. 국세청에 따르면 주세, 교육세,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맥주 1캔당 평균 세부담은 기존 1758원에서 1343원으로 415원 인하된다.

자료=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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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번 종량제 전환은 최근 수입량이 다시 반등하고 있던 일본 맥주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 맥주 수입량은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크게 줄었지만, 10월 이후 소폭 상승하고 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일본으로부터의 맥주 수입량은 130.6t, 수입액은 12만2000달러다. 9월 4.2t, 6000달러로 바닥을 친 뒤, 두 달 연속 수입량이 늘어나며 반등의 조짐을 보인 셈이다. 

이는 일본 맥주 수입사에서 한일 관계 회복을 기대하며 발주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수입사에서는 일본 맥주의 편의점 납품 가격을 약 30% 인하하며 불매운동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종가세로 인해 수입 맥주에게 주어지던 가격경쟁력이 사라지면서, 일본 맥주가 기존 수요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종량세로 인해 국내 맥주 제조업체에 가격 조정 여력이 생기면서 ‘4캔 1만원’과 같은 수입 맥주의 공격적 마케팅이 대응할 수 있게 됐기 때문. 

한편, 국세청 관계자는 “종가세 체계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던 수입맥주사는 종량세 전환으로 기존의 가격경쟁력이 낮아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앞으로도 국세청은 주류 관련 제도에 불합리한 점은 없는지, 기업의 신제품 개발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는 없는지 등에 대하여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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