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사회’ 성큼, 금융 취약계층 소외 우려↑
‘현금 없는 사회’ 성큼, 금융 취약계층 소외 우려↑
  • 장소라 기자
  • 승인 2020.01.0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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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뉴스로드] ‘현금 없는 사회’로 진입 중인 국가에서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한 스웨덴, 영국, 뉴질랜드 등 3개국에서 ▲자동입출금기(ATM) 등 현금공급 창구 축소에 따른 국민의 현금접근성 약화 ▲취약계층의 금융소외 및 소비활동 제약 ▲공적 화폐유통시스템 약화 등과 같은 문제점이 공통적으로 발생했다는 것.

한국은행은 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최근 현금없는 사회 진전 국가들의 주요 이슈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국가들은 ‘현금 없는 사회’의 부작용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영국·뉴질랜드의 현금결제 비중은 각각 2018년 기준 13.0%, 28.0%, 31.0%(2019년)로 일본(48.2%, 2018년), 독일(47.6%, 2017년), 유로존(53.8%, 2016년) 등에 비해 상당히 낮다. 이들 국가는 2000년대 이후 신용카드, 모바일 지급수단 등 비현금 지급수단의 이용 활성화로 인해 현금사용이 감소하며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 발전에 따른 ‘현금 없는 사회’의 도래가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상업은행들이 현금취급비용 증가를 우려해 현금공급 창구인 지점 및 ATM 수를 줄이면서, 국민들의 현금 접근성이 크게 약화된 것. 2018년 기준 스웨덴·영국·뉴질랜드의 상업은행 지점 수는 2011년 대비(영국은 2012년 대비) 각각 -33.2%, -23.4%, -29.0% 감소했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 2008년 말 1777개 상업은행 지점 전체에서 현금을 취급했으나, 2014년에는 1629개 지점 중 45%인 733개 지점에서만 현금을 취급했다. 

2018년 기준 ATM 수 또한 2014년 대비 스웨덴 –21.2%, 영국 –11.4%, 뉴질랜드 –7.3% 감소했다. 이처럼 현금접근성이 약화되면서, 현금을 주로 사용하는 고령층·장애인·저소득층·벽지지역 거주자 등 금융 취약계층의 소비활동이 제약되는 문제가 심화됐다. 스웨덴 릭스뱅크가 2018년 5월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령층 및 벽지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현금사용 감소 현상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높게 형성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이 지난해 10월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45%는 현금없는 사회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23%는 현금사용이 감소하는 추세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현금 없는 사회’에 불안감을 느끼는 3개국의 금융소비자들은 ▲대규모 정전 사태 시 대체 지급수단 부재 ▲소수의 민간 지급결제업체에 의한 독·과점 ▲디플레이션 시기에 안전투자 수단 상실 ▲상업은행의 마이너스 예금금리 부과에 대한 방어수단 제약 등을 ‘현금 없는 사회’의 폐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금사용이 줄어들면서 공적 화폐유통시스템도 약화되고 있다. 중앙은행, 금융기관, 현금수송업체 등 화폐유통시스템 참가기관들이 현금 사용 감소로 수익성이 줄어들면서 화폐취급업무를 축소하고 있기 때문. 스웨덴의 경우 릭스뱅크는 지난 2005년 화폐유통업무 대부분을 민간업체로 이전했는데, 해당 업체는 지난해 화폐센터 수를 13개에서 5개로 대폭 축소했다. 전국 네트워크를 가진 스웨덴 우체국 또한 수익성 악화로 2007년부터 금융업무를 중단한 상태다. 

이 때문에 각국은 ‘현금 없는 사회’의 부작용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국민들의 현금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해 상업은행의 현금취급업무를 의무화하는 ‘지급결제서비스법’ 개정안 초안을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했다. 영국은 지난해 5월 우체국 예산 지원 및 ATM 운영업체 감독 강화, 화폐유통시스템 통합관리 협의체 설치 등의 종합 대응책을 발표해 추진 중이다.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 또한 지난해 10월 중앙은행과 정부가 화폐유통시스템에 적절히 개입·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 또한 이들처럼 현금 결제 비중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현금결제 비중은 19.8%로 스웨덴보다는 높지만 영국과 뉴질랜드에 비해서는 크게 낮다. 이미 한국은 현금 결제 비중이 10% 미만인 ‘현금 없는 사회’의 한 발짝 앞에 서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현금접근성 약화 및 취약계층의 금융소외라는 문제점이 동일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아직 국내 현금결제 거부 비율은 2018년 기준 0.5%로 스웨덴(45%)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은행 지점 및 ATM 감소 등의 현상은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상업은행 지점 수는 2011년 대비 –14.0% 줄어들었으며, ATM 개수 또한 2014년 대비 –2.1% 감소했다. 스웨덴 등에 비해서는 다소 부작용이 나타나는 속도가 느리지만, '현금접근성 약화'라는 방향은 같다는 점에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현금없는 사회로의 진행과정에서 취약계층의 금융소외 및 소비활동 제약, 공적 화폐유통시스템 약화 등의 문제가 나타나지 않도록 미리 필요한 대응책 마련에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모든 국민들의 화폐사용에 어떠한 불편도 초래해서는 안된다는 인식하에 현금없는 사회 관련 국내외 동향과 주요국의 대응조치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국민의 현금접근성 및 현금사용 선택권 유지를 위해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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