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에 투입된 MQ-9 리퍼 드론. 사진=연합뉴스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에 투입된 MQ-9 리퍼 드론.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미국이 거셈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에서 군사용 무인항공기(드론)를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기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뉴스로드>는 미군이 이번 작전에 사용한 무인항공기 MQ-9 리퍼(Reaper)의 특징과, 우리 군의 무인항공기 개발 현황에 대해 살펴봤다.

◇ 표적만 '쪽집게' 제거하는 킬러 드론, MQ-9 리퍼

미군이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에 사용한 MQ-9 리퍼는 미국의 군수기업 제너럴 아토믹스의 자회사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이 미 공군을 위해 약 118억 달러를 들여 개발한 무인항공기다. 이전 모델인 MQ-1 프레데터를 개량해 ‘프레데터 B’로도 불리는 MQ-9은 ‘저승사자(Reaper)’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정찰을 주 임무로 하는 MQ-1과는 달리 상당한 무장량을 자랑한다. 

우선 공격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재중량이 360㎏에서 1700㎏으로 5배 가까이 늘어났다. MQ-1도 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하드포인트(무장장착점)가 2개 있어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 2발 등 최소한의 공격옵션을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MQ-9은 공격용 무인기인 만큼 동체 아래 1개, 주익에 6개 등 총 7개의 하드포인트가 있어 4발의 헬파이어를 비롯해 2발의 페이브웨이 레이저 유도 폭탄, 합동직격탄 GBU-38 JDAM, 브림스톤 공대지 미사일 등 다채로운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 

또한 정찰 임무 시 30시간, 최대무장 적재 시 14시간까지 활동할 수 있으며, 7500m 상공에서 최대 시속 480km로 비행이 가능하다. 작전반경 또한 약 1900km로 서울과 홍콩 간 거리와 비슷하다. 1250Km인 MQ-1에 비하면 공격능력과 작전반경 모두 한층 강화된 것. 

또한 최첨단 관측·표적 확보장치(MSTS)가 장착돼,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표적만 타격할 수 있다. 이번 작전에서도 다수의 지상·공중병력을 동원하지 않고도 이동 중인 차량에 탑승한 솔레이마니만 타격할 수 있었던 것은 정밀유도미사일과 MSTS 등 첨단 기술이 장착된 MQ-9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지난 2007년 MQ-9을 실전 도입한 이후 테러조직 핵심 인물을 제거하는 등의 작전에 MQ-9을 활용해왔다. 특히, 지난 2015년에는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가(ILIS)의 영국 조직원으로 다수의 참수 영상에 등장한 ‘지하디 존’이 MQ-9의 표적 공습으로 사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9월 14일 오후 경남 거제시 두모동 대우조선해양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을 국방기술 시연회에서 국방과학기술연구소에서 시험중인 한국형 중고도 무인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9월 14일 오후 경남 거제시 두모동 대우조선해양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을 국방기술 시연회에서 국방과학기술연구소에서 시험중인 한국형 중고도 무인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한국, MUAV 사업 어디까지 왔나

미군이 첨단 무인항공기를 통한 작전수행능력을 과시하면서, 한국의 군사용 무인항공기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로봇산업협회가 2018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항공로봇의 기술 수준은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기술 순위는 미국, 이스라엘,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에 이어 러시아와 함께 7위 수준이다. 협회는 보고서에서 “체계종합·기체·임무·비행제어 등의 기술은 선진권, 엔진/동력·스텔스·상호운용성,·IFF 기술은 중위권”이라고 국내 무인항공기 기술을 평가했다. 

실제 우리 군은 지난 2002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군단급 무인항공 정찰기 송골매(RQ-101)를 실전 배치하며 군사용 무인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미국이 1986년 배치한 RQ-2 파이오니어를 기반으로 개발된 송골매는 최초로 실전 배치된 무인기라는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이론 상의 운용반경이 150~200Km 수준으로 한계가 뚜렷했다.

이 때문에 군은 2008년부터 한국형 중고도 무인기(MUAV) 개발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사업을 주관하고 체계 개발 및 양산은 대한항공, 전자광학 및 적외선 카메라는 한화탈레스, 합성개구레이더(SAR)는 LIG넥스원이 각각 개발을 담당했다. 

애초에는 MQ-1 프레데터를 모델로 한 정찰용 무인기 개발 사업으로 알려졌으나 공개된 보고서와 기체 사진을 종합하면 오히려 MQ-9 리퍼에 가깝다. 실제 제원도 길이 13m, 폭 25m으로 MQ-9과 유사하고, 운용시간 또한 24시간으로 MQ-9보다 길다. 또한 MUAV도 주익에 4개의 하드포인트가 있어 정찰력뿐만 아니라 상당한 공격력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우리 군의 차세대 무인기가 ‘프레데터’가 아닌 ‘리퍼’를 닮은 것은, 무인기 개발에 늦게 뛰어든 만큼 최신의 기체를 목표로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MUAV 사업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총 4884억원의 개발비용이 투입된 MUAV 사업은 2011년 시제 1호기를 출고하고 탐색개발을 마쳤다. 하지만 2016년 시험비행에서 기체가 추락하며 체계개발과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방위사업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ADD 소속 담당자가 무인기의 고도·속도·풍향을 측정하는 ‘테스트붐(test boom)’이라는 장비의 좌표 신호체계를 반대로 입력해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문제점을 수정해 지난해 9월 체계개발을 완료할 방침이었지만, 지난해 7월 대기자료장치 센서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완료 시점이 올해 6월로 또다시 미뤄졌다. 현대전에서 핵심적인 정찰 자산이자 상황에 따라 공격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중고도 무인기가 내년에는 체계 개발을 마치고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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