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왜 골든글로브에서 참패했을까
넷플릭스는 왜 골든글로브에서 참패했을까
  • 장소라 기자
  • 승인 2020.01.07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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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열린 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OTT업체 넷플릭스가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사진=골든글로브 홈페이지
6일(현지시간) 열린 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OTT업체 넷플릭스가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사진=골든글로브 홈페이지

[뉴스로드] 영화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온 넷플릭스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참패를 당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넷플릭스가 손에 쥔 트로피는 영화와 TV 부문을 모두 더해 단 4개. 넷플릭스는 이번 골든글로브에 영화와 TV 각 17개씩 무려 34개 부문에 후보를 올리며 기대감을 높였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의 ‘싹슬이’까지 예상할 정도로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고르게 호평을 받은 수작을 다수 배출했지만, 실제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날 넷플릭스가 받은 상은 영화 부문 여우조연상(로라 던, 결혼이야기)과 TV부문 여우주연상(올리비아 콜맨, 더 크라운) 두 개뿐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로 출발한 넷플릭스는 OTT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화 제작 및 배급에 손을 뻗치며 자체 제작 콘텐츠를 늘려왔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인해 넷플릭스는 실제로 영화계 내에서 위상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실제 지난해 열린 76회 골든글로브에서넷플릭스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로 영화 부문 작품상과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쥐었다. 넷플릭스는 또한 ‘코민스키 메소드’로 TV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보디가드’로 TV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골든글로브가 지난해와 달리 올해 넷플릭스에 유난히 차가운 태도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넷플릭스가 배출한 후보작이 너무 많에 ‘넷플릭스 대 넷플릭스’의 경쟁구도가 만들어진 것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가장 주목도가 높은 영화 부문 작품상에 3편(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아이리시맨’, 노아 바움백 감독의 ‘결혼 이야기’,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두 교황’)이 영화를 후보로 올렸다. 5편 중 3편이 넷플릭스 영화였지만, 수상작은 드림웍스가 제작하고 유니버설 픽처스가 배급하는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이었다. 

미국 온라인매체 복스(VOX)는 “이번 결과는 넷플릭스가 자기 자신과 경쟁했기 때문이다. 많은 부문에서 넷플릭스는 다수의 후보를 배출했다”며 “‘아이리시맨’의 조 페시와 알 파치노가 동시에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표가 분산되면서, 결국 브래드 피트가 수상하게 됐다는 시나리오를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는 아직 영화계에 남아있는 OTT에 대한 거부감이다. 전통적인 영화 제작·배급사들과 극장업계는 OTT의 영화산업 진출에 남다른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미국 극장업계는 상영관 개봉과 온라인 서비스를 동시에 하는 넷플릭스에 반발하며 넷플릭스 영화 상영을 보이콧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패트릭 코로란 전미극장주협회 부대표는 “넷플릭스는 영화 개봉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며 “넷플릭스는 홈 비디오를 위한 홍보를 위해 극장 개봉을 이용할 뿐”이라고 비난했다. 

실제 이번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과거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제작한 ‘옥자’도 국내 극장업계의 보이콧에 부딪힌 바 있다. 배급 방식을 두고 극장 개봉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 온라인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극장업계와 동시 서비스를 주장한 넷플릭스 간에 의견 대립이 심했기 때문.

이는 극장업계뿐만 아니라 영화산업의 일부인 평론가와 기자단도 마찬가지다. 골든글로브 수상작은 헐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다. HFPA가 점차 영화계 내에서 넷플릭스의 영역이 확장되는 것을 지켜보며 불편함을 느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 올해 골든글로브의 주요 부문 수상작은 대부분 전통적인 영화 제작·배급사의 작품들이 차지했다.

미국의 영화평론가 피트 해먼드에 따르면, 미국 영화계 내에 여전히 반(反)넷플릭스 여론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먼드는 6일 미국 연예매체 ‘데드라인’에 기고한 글에서 골든글로브 시상식 직후 유명한 아카데미상 투표권자로부터 받은 이메일 내용을 소개했다. 해먼드에 따르면, 발신인은 “극장 영화가 골든글로브를 차지했어! 넷플릭스가 수상을 위해 1억 달러나 썼지만, 골든글로브는 대형 화면을 위해 만들어진 극장 영화를 인정해준 거야”라고 기뻐하며, “스트리밍 서비스는 자기들끼리 시상식을 열어야 해. 아카데미상은 안돼!”라고 말했다.

결국, 77회 골든글로브 수상 결과에는 OTT에 대한 기존 영화산업 종사자들의 반감이 반영됐다는 것. 골든글로브에서 참패한 넷플릭스가 다가오는 아카데미상에서는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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