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모독죄, 해외 사례 살펴보니
국기모독죄, 해외 사례 살펴보니
  • 장소라 기자
  • 승인 2020.01.08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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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엄격' 미국 '관용' 영국 캐나다 호주 '처벌 無'
헌법재판소가 7일 국기를 모독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사진은 지난 1일 강릉시 경포해변에서 한 관광객이 태극기를 들고 해돋이를 맞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7일 국기를 모독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사진은 지난 1일 강릉시 경포해변에서 한 관광객이 태극기를 들고 해돋이를 맞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헌법재판소가 지난 7일 국기모독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헌재 판단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국기는 나라와 역사를 상징한다며 국기 훼손에 대한 처벌 조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기 훼손에 대해 형사 처벌까지 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이자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뉴스로드>는 다른 나라에서도 국기 훼손에 대한 처벌 조항을 두고 있는지, 만약 있다면 한국의 처벌 조항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봤다. 

◇ 프랑스, 징역 6개월에 1천만원 벌금, 이슬람권 ‘신성모독’

많은 나라들이 서로 다른 문화적·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국기훼손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실질적인 처벌 조항이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선진국에서는 국기훼손을 처벌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프랑스, 독일, 스위스, 핀란드 등 서구권 선진국들은 국기훼손에 대한 처벌 조항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사적인 공간에서 국기를 훼손한 경우 1500유로(약 196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공공기관이 주최한 행사에서 공공연하게 국기 또는 국가를 모독한 경우에는 7500유로(약 980만원)의 벌금 또는 최대 6개월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우리보다 최고 형량은 낮지만 벌금은 더 많이 부과된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지난 2010년 한 알제리 출신 남성이 지방 관공서의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국기가 달린 봉을 반으로 꺾어버렸다가 국기모독 혐의로 벌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이슬람권에서는 처벌 강도가 한층 높다.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지 않아 국기 모독이 곧 신성 모독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세속주의적인 터키에서도 국기 모독은 최대 3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중죄로 여겨진다. 단순히 국기를 자의적으로 내리는 행위만으로도 최대 18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정부 주관의 공식 행사가 아니라면 국기로 단상을 꾸미거나 책상을 덮을 수 없으며, 상업적인 용도로 국기를 제조·판매하는 것도 금지된다.     

사우디 아라비아 또한 국기에 아랍어로 된 신앙고백문 ‘샤하다’가 적혀 있어 국기모독을 더욱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1994년 월드컵 당시 맥도날드와 코카콜라가 참가국의 국기를 봉투와 캔에 인쇄했다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발에 부딪혀 해당 물품 생산을 중단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에는 공식 축구공에 참가국의 국기를 인쇄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제기한 바 있다. 신성한 국기가 그려진 공을 발로 차는 것은 신성모독 행위라는 이유 때문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반미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찢겨진 성조기를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반미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찢겨진 성조기를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미국, 성조기 불태우는 것도 ‘표현의 자유’

반면 호주, 캐나다, 덴마크 등은 국기훼손을 처벌하는 법률이 없다. 영국과 일본의 경우 자국 국기는 괜찮지만, 외국 국기를 훼손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영국에서는 1998년 전쟁포로 시위 도중 한 참가자가 엘리자베스 여왕과 당시 영국을 방문했던 아키히토 일왕 앞에서 욱일기를 불태웠다가 체포당한 바 있다. 

국기모독죄 반대론자들이 가장 자주 인용하는 사례는 미국이다.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에 따라 성조기를 훼손하는 행위도 ‘표현의 자유’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방침이 대표적으로 드러난 것이 바로 1984년 발생한 성조기 소각사건이다. 당시 텍사스주 댈러스에서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재신임하는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레이건 정부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 중이던 그레고리 존슨이 항의의 의미로 성조기를 불태운 것. 

존슨은 텍사스주 법률에 따라 주 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 벌금 2000달러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을 맡은 주 고등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국기훼손을 처벌하는 주 법률이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된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것. 1989년 열린 상고심에서도 연방대법원은 5대4로 존슨의 손을 들어줬다.

물론 미국 내에서도 국기훼손을 처벌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기훼손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개정안이 수차례 하원에 올라 압도적인 차이로 통과됐지만, 상원에서 번번이 부결됐다. 지난 2005년에는 286대 130으로 하원을 통과하고도 상원에서 정족수(67)에 단 한 표가 모자라 부결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헌재, 국기모독죄 합헌 판단 이유는?

국내에서 논란이 된 조항은 형법 105조로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A씨는 지난 2015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1주기 집회에서 종이 태극기를 불태운 혐의로 기소됐다. 2016년 2월, 1심 재판부는 모욕의 의도를 인정할 수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A씨는 당초 해당 조항의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라는 부분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으나 기각된 뒤, 2016년 3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7일 헌법재판소는 합헌 4명, 일부 위헌 2명, 위헌 3명의 의견으로 위헌 정족수(6명)를 채우지 못해 해당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헌재는 “국기는 국가의 역사, 국민성, 이상을 반영하고 헌법적 질서와 가치, 국가 정체성을 표상하며 한 국가가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서 가지는 독립성과 자주성을 상징하고, 국제회의 등에서 참가자의 국적을 표시하고 소속감을 대변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강조해 국기 훼손 행위를 금지·처벌하지 않는다면, 국기가 상징하는 국가의 권위와 체면이 훼손되고, 국민의 국기에 대한 존중의 감정이 손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국기훼손은 정치적 의사표현의 일환인데 이를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해당 조항이 말하는 ‘모욕’의 범위가 모호해 규제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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