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여자
안경 여자
  • 김용국(시인)
  • 승인 2020.01.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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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Scherazade_8(페인팅)ceramic,100x60cm
유성이. Scherazade_8(페인팅)ceramic,100x60cm

 

가만히 보면 
투명한 유리 음반에 
그녀의 속눈썹 한 개가 
턴테이블의 바늘처럼 
내려와 
노래할 것 같다. 

그녀의 이마나 귓불, 턱선
동심원을 그으며 웃는 보조개, 
그 얼굴은 
해님이나 달님이 그렇듯이, 
둥근 하늘과도 관계한다. 

그래서 
그녀의 안경을 보면
안경 속에 살짝 내린 눈썹을 보면 
온 우주가 음악이다.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 자전거 유모차 리어카의 바퀴 / 마차의 바퀴 / 굴러가는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 가쁜 언덕길을 오를 때 /자동차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하략―’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고 황동규 시인은 노래했습니다.

나는 당신의 안경을 보면 당신의 속눈썹이 한 개가 살짝 내려와 안경 유리의 굴절의 선을 따라 빙글빙글 도는 것 같습니다. 마치 턴테이블 위에 놓인 LP 판의 홈을 스치며 음악을 솟게 하는 턴테이블 바늘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당신의 안경을 보면 음악을 듣는 것과 같습니다. 

당신의 모든 둥근 것 ― 귓불, 보조개, 턱선, 웃는 얼굴은 분명 해님이나 달님을 닮았으니 당신은 분명 하늘에 속한 사람이겠지요. 

‘그래서 / 그녀의 안경을 보면 / 안경 속의 살짝 내린 눈썹을 보면 / 온 우주가 음악.’입니다. 그러니 안경 낀 당신을 본다는 것은 가장 우주적인 화음을 듣는 것과 같겠지요.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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