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최소 170명의 승객을 태우고 이란 수도 테헤란을 이륙한 직후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의 잔해가 테헤란 외곽에 흩어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최소 170명의 승객을 태우고 이란 수도 테헤란을 이륙한 직후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의 잔해가 테헤란 외곽에 흩어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상공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국제항공 보잉737-800 여객기 추락 사건으로 인해 봉합국면으로 접어든 미국-이란 관계가 다시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참담한 비극 속에도 평화를 위한 기회가 숨겨져 있다며, 이번 사태를 갈등 해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유럽-이란 비즈니스포럼의 창립자인 에스판디야르 뱃맨겔리지(Esfandyar Batmanghelidj)는 9일 블룸버그통신 기고문에서 “이 비극은 트럼프 정부가 그동안 여러 차례 언급했던 ‘이란인을 향한 선의’를 당장 입증할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캐나다·영국 등 서구권 국가들은 이번 사고가 기체결함이 아닌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 발사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9일 폭스뉴스에 따르면, 미 국방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여객기는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의해 우발적으로 피격당했다”며 “완전한 비극이다. 그들이 모든 걸 망쳐버렸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뉴욕타임스(NYT)가 피격 당시의 모습이라며 공개한 영상에는 정체불명의 발사체가 비행기로 보이는 물체와 부딪힌 뒤 폭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뱃맨겔리지는 이번 사태가 오히려 미국-이란 관계를 회복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란 간의 긴장이 미국 전문가들이 사고 조사에 참여하는 것을 막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가 관련 당국 및 기업의 사고조사 참여를 허가함으로서 이란에 대한 선의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이번 사고로 자국민이 희생된 국가들의 사고 조사 참여를 허용하겠다며,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에도 조사 동참을 요청했다. 하지만 NTSB가 사고 조사에 참여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아 보인다. NBC는 9일 익명의 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란 간 적대관계와 제재로 인해 미국 조사팀이 사고 조사에 협력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만약 트럼프 정부가 NTSB를 비롯해 여객기를 제조한 보잉사가 이란 당국과 협력해 사고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면, 이란과의 관계 회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뱃맨겔리지는 “트럼프 정부는 (NTSB 및 보잉사의 사고조사 참여를) 허가를 내줌으로써 선의를 입증할 기회가 생겼다”며 “대신 미국은 파견된 미국 조사팀의 안전과 블랙박스에 대한 접근 권한을 공식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뱃맨겔리지는 미국이 이란에 대한 최신형 항공기 및 관련 안전장비 수출을 허가함으로서 중동 평화를 더욱 앞당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경제제재로 항공기 및 장비 수입경로가 막히면서 이란 민간항공사들이 교체용 부품 부족과 기체 노후화로 곤란을 겪고 있다며, 관련 제재만 제한적으로 완화하더라고 트럼프 정부의 ‘최대압박’ 정책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보잉사는 이란에 100대의 비행기 수출 계약을 맺었다가 2018년 5월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탈퇴로 취소당한 바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또한 지난 2010년 “이란 항공사들은 현재 최신 항공기 및 교체부품에 대한 접근이 가로막혀있기 때문에, ICAO의 안전 및 유지 기준을 대부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뱃맨겔리지는 “2003년 이란 지진 당시 미국은 이란의 핵프로그램과 관련해 어떤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구조팀을 보내 재해복구와 생존자 치료를 도왔다”며 “이번 사태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협력의 순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수많은 승객이 희생당한 참담한 비극 속에서 중동 정세 안정의 첫 단추가 될 기회를 찾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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