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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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드] 미국이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을 해제하면서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향후 무역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감까지 높아지면서 금융시장에도 활기가 돌 것으로 예상된다.

미 재무부는 13일(현지시간) ‘주요 교역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 명단에서 제외하고 한 단계 낮은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미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중국은 일방적인 외환시장 개입 등의 수단을 통해 오랫동안 위안화의 가치를 낮춰왔다”며 “지난 여름 동안 중국은 위안화 평가 절하를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으며, 이에 따라 재무부는 중국이 국제 무역에서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얻기 위해 환율에 개입했다고 보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재무부는 이어 “지난 몇 달간 미중 양국은 심도 있는 무역·환율 협상을 통해 1단계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 이는 환율을 비롯해 중국 경제 및 무역 체제의 핵심 영역에 대한 구조적 개혁을 포함한다”며 “이번 합의에서 중국은 경쟁적인 위안화 평가 절하를 중단하는데 합의했다. 중국은 또한 환율 및 국제수지 균형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데도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재무부는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지난 9월초 7.18위안에서 현재 6.93위안까지 하락했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재무부는 현재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미 재무부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환율보고서의 주요국 평가 내용. 자료=미국 재무부
미 재무부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환율보고서의 주요국 평가 요약표. 자료=미국 재무부

환율조작국은 자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작함으로써 미국에 무역불균형을 초래하는 국가를 의미한다. 미 재무부는 매년 두 차례 보고서를 작성하고 ▲1년간 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약 23조원) 이상 ▲1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의 경상흑자 ▲GDP의 2%를 초과하는 외환을 12개월 중 6개월 이상 순매수 등 세 가지 기준에 모두 부합하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 정부로부터 환율 절상 및 무역불균형 개선을 요구받게 된다. 1년간 이러한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해당 국가에 투자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금지 ▲미국 조달시장 진입 금지 ▲무역협정 시 환율조작 여부 반영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환율 압박 등의 경제제재가 가해진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중국에 대한 30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한 뒤 중국이 위안화 평가 절하로 맞서자, 환율조작국 지정을 통해 응수한 것. 트럼프 정부가 중국과의 무역갈등이 고조되자 환율 문제를 지렛대로 삼아 강경한 대응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미중 양국이 1단계 무역합의에 도달하는 등 화해 국면이 이어지면서 5개월만에 환율조작국 지정이 해제됐다.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는 통상 4월과 10월 발표되지만, 이번 보고서는 관례보다 3개월이나 늦게 발표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합의를 통해 환율 문제까지 손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재무부가 중국이 외환시장 개입 중단에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이러한 분석은 사실로 밝혀졌다. 

한편, 한국은 3가지 요건 중 두 가지에 부합하는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했다. 다만 미 재무부는 “지난해 9월 상반기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높이려는 한국의 노력을 환영한다”며 “관련 당국은 무질서한 시장 상황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중국과 한국 외에도 일본, 독일, 이탈리아, 아일랜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스위스 등이 관찰대상국 명단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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