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CEO, '호주산불 기부' 여론 역풍 왜?
아마존 CEO, '호주산불 기부' 여론 역풍 왜?
  • 장소라 기자
  • 승인 2020.01.15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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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 사진=연합뉴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세계 최대 유통업체 아마존이 ‘쩨쩨한 기부’로 비판을 받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산불로 고통받고 있는 호주에 100만 호주달러(약 7억9900만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가, 너무 인색하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

이날 베조스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리의 마음은 엄청난 산불에 맞서고 있는 모든 호주인들과 함께 있다”며 “아마존은 필요한 식량 및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00만 호주달러를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아마존이 호주에 기부한 것은 베조스의 4분 37초?

하지만 베조스의 기부 선언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매우 비판적이다. 베조스가 가진 것에 비해 너무 적은 금액을 기부하면서 생색을 내고 있다는 것. 실제 그는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8~2019년 2년 연속으로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포브스는 현재 베조스의 자산을 1159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원화로 환산하면 약 134조2028억원에 달한다. 베조스가 밝힌 기부액은 0.00059%에 해당한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100만 호주달러는) 베조스가 지난 2018년 5분 동안 벌어들인 금액보다 적다”며 “사람들은 아마존의 기부 선언에 비웃음으로 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브스가 추정한 2018년 베조스의 자산 증가액을 바탕으로 그의 분당 수입을 계산해보면 1분에 14만9353달러를 벌어들인다는 결과가 나온다. 아마존이 기부하기로 한 100만 호주달러(미화 69만 달러)는 베조스가 4분 37초 동안 번 돈에 해당한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는 호주 산불에 100만 호주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으나, 여론으로부터 인색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사진=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인스타그램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는 호주 산불에 100만 호주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으나, 여론으로부터 인색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사진=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인스타그램

실제 베조스는 세계적 대부호 중에서도 기부에 인색한 편에 속한다. 가브리엘 주커만 UC버클리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 20대 부자 중 2018년 가장 많은 금액을 기부한 것은 워런 버핏(34억 달러)과 빌 게이츠(25억 달러)였다. 이들은 1년 동안 각각 자기 재산의 3.9%, 2.6%를 내놓으며 통 큰 기부에 앞장섰다. 

반면 그해 세계 최고 부자였던 베조스는 1억3100만 달러로 재산 대비 기부액은 0.1%에 불과했다. 그의 2000~2017년 기부액(6700만 달러)을 더해도 겨우 재산의 0.12% 수준이다. 게다가 이번에 내놓기로 한 100만 호주달러도 베조스 개인이 아닌 아마존에서 지출하는 것이다. 

아마존의 소소한 기부에 사람들은 베조스보다 재산이 적은 유명인들도 더 많은 돈을 기부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한 어벤저스 등의 영화에서 토르 역을 맡은 것으로 유명한 호주 출신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는 최근 아마존과 같은 100만 호주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재산은 베조스의 0.07% 수준인 약 76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세계 최고 부자 20명의 2018년 추정 기부액. 자료=가브리엘 주커만 트위터
세계 최고 부자 20명의 2018년 추정 기부액. 자료=가브리엘 주커만 UC버클리대학 교수 트위터

◇ “아마존 기부는 모욕적”, 갑부들 자선활동에 냉담한 시선

베조스의 기부 선언이 역풍을 맞게 된 것은 단지 금액이 적기 때문만은 아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가진 것에 비해 적게 나누려 한다는 것이지만, 베조스를 향한 비판의 기저에는 부자들의 기부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숨겨져 있다.

과거에는 “곳간에서 인심 난다”며 부자들의 기부에 대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자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도 기부를 통해 비난을 피해 가려 한다는 냉담한 시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실제 아마존은 기후변화 및 노동자 처우 문제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온라인매체 복스(VOX)는 14일 아마존이 산불 원인으로 지목받는 기후변화에 큰 책임이 있는 공룡 기업이면서도,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호주에서 올린 막대한 매출에도 불구하고 적은 세금을 납부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호주가 매년 더욱 고온건조한 기후로 바뀌고 있다며, 이 때문에 호주 산불이 장기화된 것이라 주장한다. 아마존은 막대한 양의 소비재를 포장해 배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유통업체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기후변화를 악화시키고 있다. 아마존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호주 산불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아마존은 호주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도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 실제 2018년 아마존이 호주에서 무려 10억 호주달러의 수익을 올렸지만, 각종 혜택과 제도의 허점을 활용해 겨우 2000만 호주달러의 세금을 납부했다. 

결국 아마존은 엄청난 피해를 초래한 산불을 일으킨 공범임에도 불구하고 세금까지 회피하며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100만 호주달러의 기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싼값에 해치우려는 ‘꼼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업무 효율화를 통해 ‘가성비’를 끌어올려 아마존을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로 키워낸 베조스지만, 사회적 책임에서까지 ‘가성비’를 찾는 모습이 지지를 받기는 어렵다.  

제레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는 지난해 11월 제프 베조스의 기부 선언에 대해 "세금이나 제대로 내라"고 일침을 날렸다. 사진=제레미 코빈 트위터
제레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는 지난해 11월 제프 베조스의 기부 선언에 대해 "세금이나 제대로 내라"고 일침을 날렸다. 사진=제레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트위터

갑부들의 기부 문화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빌 게이츠와 함께 기부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워런 버핏의 차남 피터 버핏은 지난 2013년 뉴욕타임스(NYT)에 ‘자선산업단지’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글을 기고해 위선적인 기부문화를 비판했다. 

그는 “기부모임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오른손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서, 다른 방에서는 왼손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불평등 심화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이들이 기부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아마존 또한 환경 문제를 일으킨 공범 중 하나이면서 근본적인 책임은 회피하고 기부를 통해 생색을 내려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제레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는 지난해 11월 베조스가 자신이 설립한 자선재단 ‘데이 원 펀드’에 985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하자, “그건 네 재산의 0.09%에 불과하다. 세금이나 제대로 내라”고 꼬집었다.

이번 호주 산불 기부 논란을 볼 때, 베조스는 코빈의 '일침'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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