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외상센터, 왜 '만성적자'일까
권역외상센터, 왜 '만성적자'일까
  • 장소라 기자
  • 승인 2020.01.17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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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헬기 앞에 선 이국종 교수. 사진=연합뉴스
닥터헬기 앞에 선 이국종 교수.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나는 연간 10억원의 적자를 만드는 원흉이 됐다...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불러오는 조직원이었다. 무고했으나 죄인이었다”

국내 중증외상외과 분야의 선구자인 이국종 아주대 교수(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는 지난 2017년 9월, 위급한 환자를 살려낼수록 병원 경영에 해를 끼치게 되는 모순적인 처지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최근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과 이 교수의 갈등이 논란이 되면서 부실한 국내 외상의료 시스템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에서 단순히 이 교수 개인의 고충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이 교수를 궁지로 몰아넣은 현행 외상의료 시스템에 대한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외상센터의 적자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돼온 문제다. 헌신적으로 중증외상환자를 구하는 의료진이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제도적 요인을 개선해 외상센터의 안정적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뉴스로드>는 국내 주요 외상센터의 수익구조를 알아보고, 지속적인 적자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알아봤다.

자료=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한국보건산업진흥원

◇ 환자 1명당 146만원 손해... 지원금 받아도 손익률 –50%

권역외상센터의 수익구조에 대해서는 비교적 객관적인 자료가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 2018년 보건복지부 의뢰로 아주대병원·부산대병원·울산대병원 등 3곳의 권역외상센터를 대상으로 한 ‘권역외상센터 손익현황 분석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3월~2018년 2월 1년간 3개 센터에서는 평균 91억6700만원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손익률은 무려 –47.9%였다. 문제는 국고 보조금을 수익으로 반영해도 적자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운영비 및 시설비 등 국고보조금을 모두 반영한 경우, 손익률은 –23.0%, 적자 규모는 –52억9400만원으로, 흑자 운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실제 3개 센터에 들어가는 국고 보조금은 결코 적지 않다. 2015년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된 부산대의 경우 설치비로 419억원(국비 339억원, 시비 80억원), 연간 운영비로 25억원(2017년 기준) 등의 지원금을 받았다. 조사 대상인 3개 센터 중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았지만, 보조금 반영 시 손익률은 –25.3%(-85억9600만원)로 오히려 아주대(-24.0%)보다도 낮다. 

이 교수가 재직 중인 아주대의 경우 국고 보조금을 반영하지 않을 경우, 연간 적자 규모는 약 99억5400만원, 손익률은 –47.2%였다. 운영비 및 시설비 지원 등 국고 보조금을 반영해도 적자 규모는 60억200만원, 손익률은 –24.0%에 달한다.

환자 기준으로 계산하면 어떨까? 3개 권역외상센터의 외상환자 1인당 평균 수익은 1682만4000원으로 실입원환자 1인당 평균 수익(528만5000원)의 3.2배였다. 하지만 원가 또한 외상환자(1828만4000원)가 입원환자(539만3000원)의 3.4배였다. 

수익과 원가의 차이가 입원환자보다 큰 외상환자의 특성상 손익률도 –8.7%로 입원환자(-2.0%)보다 매우 낮다. 외상센터에서 외상환자 1명을 치료하면 –145만9000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이는 모두 국고 보조금을 반영한 계산 결과다. 환자를 치료할수록 적자가 늘어난다는 호소가 빈말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외상센터가 일반적인 입원환자 수준까지 손익률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지원금이 더 필요할까? 보고서에 따르면, 외상환자 손익률(-8.7%)을 입원환자 손익률(-2.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환자 1인당 110만원의 지원액이 필요하다. 이를 3개 외상센터의 연간 진료 외상환자수에 곱하면 총 57억원의 추가적인 재정투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각 외상센터가 자체적으로 손익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환자를 더 받아야 할까? 보고서가 3개 외상센터의 손익분기점을 분석한 결과 아주대는 현재의 환자 수보다 34% 증가해야 손익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울산대는 19%, 부산대는 39% 늘어난 환자를 진료해야 ‘적자 운영’의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다. 

자료=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한국보건산업진흥원

◇ 의료수가 원가보전율 67%, 외상센터 특성 고려해야

전문가들은 외상센터가 적자를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중증외상환자 관련 수가 체계를 지목하고 있다. 2014년 아주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발표한 ‘권역외상센터의 중증외상환자 수가 개선방안’에 따르면, 상급병원과 권역외상센터의 추정 건강보험수가 원가보전율은 각각 99.9%, 67.17%로 32%p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건강보험수가가 진료에 들어간 비용의 3분의 2 수준이라는 것. 

이처럼 원가보전율이 낮은 것은 중증외상센터의 특성 때문이다. 중증외상센터는 24시간 365일 운영돼야 하고, 항상 수술이 가능하도록 전문의료 인력이 상시 대기해야 한다. 또한 생명이 위험한 중증환자 진료에는 일반 환자보다 훨씬 많은 의료자원이 투입된다. 

의료계에서는 외상센터의 특성을 고려한 수가체계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아주대 산학협력단은 보고서에서 “일반의료의 원가보존율 99% 수준까지 중증외상환자의 원가보존율을 높여도, 자보나 산재 환자의 진료 비중 등을 고려하면 실제 권역외상센터의 원가보존율은 그 보다 낮은 수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신설 수가 항목에 대해서 상대가치 점수를 부여해 지속적인 수가 조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주대병원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 사진=연합뉴스
아주대병원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 사진=연합뉴스

◇ 외상센터, 민간 위탁시 밑빠진 독에 물붓기

물론 위에 인용된 분석은 약 2~6년 전에 나온 것으로, 현재의 상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 교수를 비롯한 의료계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로 정부가 지원 규모를 늘리고 별도 수가를 신설하는 등 개선방안을 추진했기 때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7년 이 교수가 중증외상 관련 수가 체계의 문제를 지적한 뒤 ‘중증외상 급여기준 수가개선 TF팀’을 꾸려 수가 현실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2018년 4월에는 보건복지부에서 주요 외상 수술에 대한 수가를 100% 가산하고 헬기에서의 의료행위에 병원에서 시행한 의료행위와 동일한 수가를 지급하는 등의 수가 개선방안이 의결되기도 했다. 

또한, 같은 해 3월에는 정부에서 권역외상센터 전문의 1인당 지원액을 1억2000만원에서 1억4400만원으로 상향하고, 간호사 추가 채용 시 1인당 최대 4000만원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중증외상 진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이처럼 정부 지원이 확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권역외상센터를 찾는 환자 수도 증가 추세를 보여, 조만간 ‘적자투성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반면 공공성이 강한 외상분야를 민간의료서비스에 위탁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지난 16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 부분(외상분야)은 돈이 아예 안 되는 부분이고 착한 적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는 걸 우리 사회가 인정을 해야 한다”며 “여기에 대해서는 돈을 많이 투자를 해야 된다. 그 투자가 민간 쪽으로 가게 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으니까 공공병원이나 국립병원에 새로 돈을 들여서 센터를 설립하고 하면 지속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외상분야에 대한 국고 지원을 늘린 뒤 손익현황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가 지난해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에 지원한 국고 보조금은 약 532억원. 정부가 뿌린 거름이 외상분야 성장의 싹을 틔웠는지, 아니면 근본적으로 외상시스템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는지는 연구 결과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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