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랑
  • 김용국(시인)
  • 승인 2020.02.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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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사랑을 만나다(혼합매체)80x80x20cm
유성이, 사랑을 만나다(혼합매체)80x80x20cm

 

네가 없으면
나는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없으면 
저 바람도 구름도
없을 것이다.

내가 없으면 
어둠도 밝음도 
해도 달도 별도 없을 것이다.

내가 없으면 세상의 모든 것 있어도 
없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없을 때 네가 있다면, 
네가 끝끝내 내 곁에 있다면
나는 있을 것이다. 
없는 내가 있는 너를 붙잡고 
나는 있게 될 것이다.

내가 너이므로
너는 나이므로
너와 내가 사랑하므로
없는 내가 있게 될 것이다.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 이 세상도 끝나고 /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 그 빛을 잃어버려’는 가수 양희은이 부른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라는 가사의 일부입니다.

사랑을 잃으면 사랑만 잃는 게 아닙니다. 사랑의 추억도 잃고, 사랑하는 사람도 잃고, 사랑하는 세상도 잃고, 결국 자기 자신도 잃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소멸해 버렸으면, 내가 이 세상에 속한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깊은 극단적인 절망감과 허망함도 찾아옵니다.

그러나 사랑의 끝까지 가서야 사랑의 한 오라기를 간신히 알게 됩니다. 내가 사랑을 몰랐다는 걸, 어쩌면 너의 사랑이 떠난 게 아니고 나의 사랑이 떠났다는 걸, 내가 사랑에 대해 좀 더 이해하지 못했다는 걸, 나를 사랑의 절망 속으로 버린 것은 네가 아니라 나였다는 걸. 그래서 내가 내 사랑을 잃어도 세상은 그대로 있다는 걸, 사랑은 도처에 있다는 걸,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할 사람은 그대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이런 사람은 타인의 사랑을 불러들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사랑을 먼저 불려 모읍니다. 자신을 사랑의 중심에 서게 하므로 타인의 사랑이 오게 합니다. 궁극으로 사랑이 자기의 어둡고 불안한 내면을 열게 하는 한 개의 신비한 열쇠가 됩니다. 거기에 빛을 들게 하는 창이 되게 합니다. 그래서 사랑이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가 아니라 ‘사랑 그 성장에 대하여’가 됩니다. ‘나’로 해서 ‘너’로 해서 ‘우리’의 사랑이 다시 일어나게 합니다.

‘나’를 ‘너’로 ‘너’를 ‘나’로 바꿔 읽어도 의미는 다르지 않습니다.

‘네가 없을 때 내가 있다면, / 내가 끝끝내 네 곁에 있다면 / 너는 있을 것이다. / 없는 네가 있는 나를 붙잡고 / 너는 있게 될 것이다. // 네가 나이므로 / 나는 너이므로 / 나와 네가 사랑하므로 / 없는 네가 있게 될 것이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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