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약속
없는 약속
  • 김용국(시인)
  • 승인 2020.04.2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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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mija . 함께하다 12.  Mixed media.32×27 Cm. 2018.
Hongmija . 함께하다 12. Mixed media.32×27 Cm. 2018.

그대는 올 듯 말 듯,
나는 갈 듯 말 듯.

사위는 어두워지는데,

없는 약속에도 흔들리는
마음은,

속절없이 
그리움을 쌓고 지우는 
막연함이니.

올 사람은 이미 오고
갈 사람은 이미 갔는데,

그대는 올 듯 말 듯,
나는 갈 듯 말 듯.

사위는 이미 어두워졌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일에 ‘없는 약속’이 어디 있겠어요. 없는 약속도 ‘있는 약속’이 되지요. 

그대와 걷던 길, 그대와 함께했던 찻집, 노을이나 계절을 만나거나, 언뜻 그대와 비슷한 목소리를 듣거나 몸짓을 보는 것만으로도 금방 그대가 나타날 것 같은 ‘있는 약속’이 됩니다. 주변이 어두워져도 그대가 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마음은 마법처럼 ‘없는 약속’을 ‘있는 약속’으로 번번이 착각하게 합니다. 

‘그대는 올 듯 말 듯,’하다고 나는 상상해 봅니다. 그러니 ‘나는 갈 듯 말 듯.’해도 쉬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붙박여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자꾸만 누군가 올 거라고 ‘없는 약속’을 ‘있는 약속’으로 생각한다면 당신은 분명 누군가를 사랑하는 거겠지요.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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